30억 사용자라는 외형적 성장의 이면에는 전통 금융 자본을 어떻게 끌어들일 것인가 하는 치밀한 계산이 깔려 있다.
2026년 초 바이낸스가 야심차게 내놓은 서비스다. 기존 가상자산 선물처럼, 금, 은, 원유 같은 원자재부터 애플, 테슬라 같은 주식, 나스닥 같은 지수까지 USDT로 마진 거래를 할 수 있게 해주는 트래드파이 무기한 계약(TradFi Perpetual Contracts) 을 출시한 것 소.
이는 미국 주식 시장이 열리지 않는 주말이나 심야에도 전통 자산 가격 변동에 베팅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바이낸스가 전체 중앙화 거래소(CEX) 무기한 계약 시장의 약 41% 를 점유하고 있는 막강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기관 트레이더들에게 ‘하나의 플랫폼에서 모든 자산을 거래하는’ 편의성을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소.
‘돈 되는 시장’이라면 규제의 벽이 높아도 넘보는 것이 바이낸스의 생리다. 바이낸스는 최근 스페이스X, 앤트로픽(Anthropic) 등 초대형 비상장사 주식을 토큰으로 쪼개 소액 투자자도 거래할 수 있게 하는 프리 IPO 토큰화 시장을 적극 개척 중이다 .
다만 걸림돌이 만만치 않다. 대부분의 유망 비상장사가 미국 기업인 탓에, 외국인 투자를 제한하는 CFIUS(대미외국인투자위원회) 심사라는 까다로운 벽을 넘어야 한다. 특히 AI, 반도체 등 국가 안보와 직결된 기술 기업에 중국·러시아·이란 국적의 자금이 유입되는 것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특수목적기구(SPV)를 꼼꼼히 들여다보는 규제는 복잡한 KYC·AML(자금세탁방지) 이슈를 낳고 있다 . 그럼에도 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등에 업고 이 시장의 표준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은 거세다.
바이낸스가 이렇게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현재의 동력은 과감한 규제 준수 투자에서 나온다. 한때 ‘무법 지대의 거래소’라는 오명을 썼던 바이낸스는 2023년 11월 미국 법무부(DOJ), 해외자산통제국(OFAC), 금융범죄단속네트워크(FinCEN),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와 총 43억 달러(약 5조 7,000억 원) 규모의 사상 초유의 벌금 합의를 받아들였다. 단일 기관으로는 OFAC에만 자금세탁 방지 및 제재 위반 혐의로 약 9억 6,800만 달러를 지불해야 했다 .
‘돈으로 기존 죄를 씻어내고’ 새로운 미래를 사는 전략이다. 현재 바이낸스가 매년 규제 준수에 쏟아붓는 비용은 2억 달러를 훌쩍 넘는다. 리처드 텅(Richard Teng) CEO는 2025년 한 해에만 1,000명을 신규 채용했으며, 이 중 대다수가 컴플라이언스(법규 준수) 및 보안 담당자라고 밝혔다. 미국의 강도 높은 사법 감시 하에 놓이면서 전 세계 사법 기관의 협조 요청이 폭증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인력과 시스템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이다 .
이러한 피나는 노력 덕분에 2025년 말, 바이낸스는 세계 최초로 아부다비 글로벌 마켓(ADGM) 산하 금융서비스규제청(FSRA)의 완전한 규제 승인을 받은 글로벌 거래소가 되었으며, 이는 기관 자금이 신뢰하고 들어올 수 있는 결정적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 .
바이낸스의 2030년 30억 사용자 목표는 단순한 허장성세가 아니다. 이는 가상자산 시장만으론 도달 불가능한 숫자이며, 전 세계인의 생활 금융을 장악하겠다는 선전포고에 가깝다. 송금·대출·AI 자산관리로 평범한 사람들의 발걸음을 붙잡고, 블랙록 같은 큰손 기관 자금에는 트래드파이 무기한 계약과 MMF 토큰화 같은 전통적 투자 경로를 열어준다. 그 기반에는 연간 2억 달러가 넘는 거액을 쏟아부으며 전 세계 규제 당국과의 신뢰를 사상 최대치로 끌어올린 철저한 생존 전략이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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