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행성은 이야기가 다르다. 원시행성계 원반에서 형성되는 암석 천체들은 내부 온도가 리튬을 태울 만큼 뜨겁지 않아, 생성 당시 가졌던 리튬을 그대로 간직한다. 따라서 별이 한창 성장하며 주변 행성을 삼키게 되면, 이 '신선한 리튬'이 별의 표면 대류층으로 쏟아져 들어온다. 다행히도 이곳의 온도는 리튬을 순식간에 파괴할 만큼 뜨겁지 않아, 별의 대기에는 한동안 평소보다 훨씬 높은 리튬 함량이 측정된다. 일종의 화학적 '흡연총(smoking gun)'인 셈이다 .
제프리스 교수팀이 확인한 6개의 리튬 과잉 별들은 밝기, 위치, 고유 운동 등 다른 모든 특성에서는 성단 내 다른 별들과 완전히 동일했다. 이 별들의 측정된 리튬 수치는 각각 지구 질량의 3배에서 10배에 달하는 암석 및 휘발성 물질을 삼킨 것과 정확히 일치했다. 이는 지구와 비슷한 행성 한두 개, 혹은 상당한 크기의 원시 행성 핵을 통째로 먹어치운 규모다 .
이 극적인 행성 파괴 사건은 결코 드문 예외가 아니다. 연구에 따르면, 표면 온도 3,5604,045 켈빈 범위의 초기 M형 왜성들 중 이처럼 리튬이 풍부한 별은 약 **23%**를 차지한다 . 이는 별이 태어난 후 처음 1억~2억 년 동안 지구 질량급 행성을 집어삼키는 일이 행성계의 혼란스러운 초기 정착 과정에서 비교적 흔하게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시사한다.
이 젊은 적색왜성의 발견은 별의 전 생애에 걸쳐 행성이 파괴된다는, 더 넓은 그림 속의 한 조각이다.
2025~2026년,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과 워릭 대학교의 천문학자들은 미 항공우주국(NASA)의 외계행성 탐사 위성 TESS를 사용하여 약 50만 개의 별을 분석하는 별개의 연구를 진행했다 . 그 결과, 노화하여 팽창한 적색거성 주변에서는 별에 바짝 붙어 도는 거대 행성(소위 '뜨거운 목성')의 빈도가 현저히 낮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연구의 주저자인 에드워드 브라이언트 박사에 따르면, 유일하게 합리적인 설명은 별이 팽창함에 따라 조석력이 내부 행성들을 별 쪽으로 끌어당겨 파괴해 버린다는 것이다
.
이 두 연구 결과를 합치면, 행성 소멸의 생애 주기가 드러난다. 생애 초기에 젊은 M형 왜성들은 행성계 형성의 역학적 혼란 속에서 지구와 같은 암석 행성들을 집어삼킨다. 그리고 수십억 년이 흐른 후, 태양과 비슷한 별들은 적색거성으로 팽창하는 과정에서 주변의 거대 가스 행성들을 같은 운명으로 내몬다 .
이번 발견은 천문학계에 여러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이제 모든 행성계 형성 및 진화 모델은 왜 일부 갓 태어난 항성계가 내부 암석 행성을 별에게 빼앗기는지, 그리고 왜 대부분의 근접 거대 행성이 숙주 별의 적색거성 전환 과정에서 살아남지 못하는지를 설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여섯 개의 젊은 별 내부에 숨어 있던 리튬은 우주의 격변하는 역사를 추적할 명확한 실마리가 되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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