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의 핵심은 비둘기 간 속에 무수히 존재하는 대식세포다. 이 세포는 원래 몸속에서 수명이 다한 적혈구를 먹어 치우고 재활용하는 청소부 역할을 한다. 이 과정에서 적혈구의 헤모글로빈에 있던 철분이 세포 내에 축적된다 .
흥미로운 점은 이 축적된 철분의 크기다. 간 대식세포 안의 철 입자는 지름 30nm 미만의 초상자성(Superparamagnetic) 산화철 나노입자 형태로 존재한다. 이는 일상적인 온도에서는 일반 자석처럼 서로 달라붙지 않지만, 외부 자기장이 가해지면 그 방향으로 일제히 정렬하는 양자역학적 성질을 띤다 .
비둘기가 방향을 틀 때마다 지구 자기장(약 25~65 µT에 불과한 미세한 세기)에 반응해 이 나노입자들이 물리적으로 회전하거나 뭉치게 된다. 연구팀은 이 움직임이 대식세포의 세포골격이나 막을 기계적으로 잡아당기며 전기 신호를 발생시킨다고 추정한다 .
이렇게 만들어진 방향 신호는 **미주신경(Vagus nerve)**이라는 뇌와 장기를 연결하는 주요 신경 다발을 타고 뇌간(Brainstem)에 있는 전정핵(Medial Vestibular Nuclei) 등 공간 항법 중추로 전달된다 .
날씨가 맑아 태양이 보일 때는 실험군과 대조군 모두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 이는 비둘기가 평소 태양의 위치와 자신의 생체 시계를 조합하는 ‘태양 나침반’ 을 주로 사용한다는 기존 사실과 일치한다 .
하지만 구름이 끼어 태양이 가려진 흐린 날에는 양상이 극명하게 갈렸다. 대식세포가 정상인 비둘기들은 흐린 날씨에도 변함없이 집을 찾았지만, 대식세포를 잃은 비둘기들은 “도저히 길을 찾지 못하고” 완전히 방황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
이 실험은 간의 면역세포가 태양이 없는 비상 상황에서 백업 나침반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행동으로 입증했다.
이번 발견은 단순히 비둘기의 비밀을 넘어, 생물학과 물리학의 경계에서 ‘양자 감각(Quantum Sense)’이라는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초상자성 나노입자가 면역계 세포 내에서 어떻게 방향 감각 기관으로 진화했는지 보여주는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
Comments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