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다음 두 가지 쟁점에서 좀처럼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 탓에 여러 분석가들은 이번 MOU가 진정한 평화 협정이라기보다, 향후 제재, 석유 판매, 핵 문제 및 해협 통제권 등을 두고 더 긴 싸움을 벌이기 위한 ‘시간 벌기용 휴전’ 에 가깝다고 평가하고 있다 .
원유 시장은 이 모든 과정에서 휴전 협상에 관한 단 한 줄의 소식에도 극심한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하고 있다.
5월 초에는 이란이 아랍에미리트(UAE)의 핵심 석유 수출 기지인 푸자이라 항만을 순항 미사일로 공격하면서 브렌트유가 배럴당 114달러를 돌파, 확전 공포가 극도로 치닫기도 했다 . 유가 폭등의 본질적인 위험 요소는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다.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이 길목이 막힌 상황 자체가 모든 유가에 ‘전쟁 프리미엄’을 더하고 있다
.
전문가들은 설령 협상이 타결되어 해상 운송이 정상화되더라도, 유가가 전쟁 이전 수준으로 빠르게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골드만삭스는 모든 것이 정상화된다는 시나리오에서도 2026년 말 브렌트유 가격을 전쟁 전보다 약 20달러 높은 배럴당 90달러로 전망했다 .
유럽 채권 금리(수익률)의 움직임은 휴전 협상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평화 협상이 진전될 조짐을 보이면 시장의 관심은 즉시 ‘에너지 가격 안정 → 인플레이션 압력 완화 → 유럽중앙은행(ECB)의 공격적 금리 인상 부담 감소’로 이어지며 채권 금리를 끌어내린다. 반대로 협상이 결렬되면 금리는 그대로 치솟는다.
독일 중앙은행(분데스방크)의 2026년 5월 월간 보고서 역시 4월 초 휴전 발표 이후 시장의 위험 선호 심리와 주식 가치가 눈에 띄게 회복되었음을 언급하면서도, 가장 극단적인 에너지 가격 시나리오가 여전히 유효한 가능성임을 경고했다 .
5월 말 기준, 자금 시장은 ECB의 연내 금리 인상 횟수를 당초 3회에서 2회로 낮춰 잡고 있다 . 12월까지의 ECB 예금 금리 전망치는 5월 중순 2.75%에서 2.59% 수준으로 떨어졌다
. 이는 전쟁 발발 이전만 해도 ECB의 금리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라던 당초 예상이 에너지 충격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면서 완전히 뒤집힌 것이다
.
이자벨 슈나벨 ECB 이사는 “휴전 합의가 타결되더라도 ECB는 6월에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 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현재의 인플레이션 위험이 단지 지정학적 요인만의 문제가 아님을 시사한다 .
글로벌 증시는 4월 초 1차 휴전 합의 당시 고전적인 ‘안도 랠리’ 를 연출했다. 특히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섹터와 국가들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 하지만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고 군사적 충돌이 재개되자 이 랠리는 곧바로 동력을 잃었다. 유로화 가치도 휴전 기대감에 잠시 강세를 보이다 불확실성이 다시 커지면서 약세로 돌아섰다
. 장기 국채 금리는 단기 금리 인상에 대한 강한 기대감 때문에 휴전 발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
이번 분쟁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친 정치적 타격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2026년 5월 한 달 동안 발표된 주요 지표는 다음과 같다.
이는 통상 전쟁 수행 시 국가적 위기 속에 ‘깃발에 결집 효과’가 나타나 대통령 지지율이 상승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현상이다. 실버 불레틴의 여론조사 통합 집계에 따르면, 이란 전쟁에 대한 순 지지도는 개전 초 약 -9.0%포인트에서 5월 말 기준 -22.8%포인트까지 곤두박질쳤다 .
글로벌 금융시장은 지금 모든 것을 ‘트럼프의 한 번의 결정’ 에 걸고 있다. 50대 50의 확률을 뚫고 최종 서명이 나오는 순간까지, 유가와 채권 금리, 그리고 각국 중앙은행의 정책 향방은 계속해서 전쟁과 평화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이어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