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든 주장은 독립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증거를 결여한 채, 군사 훈련, 국방비 지출 증가, 정치적 선언과 같은 관찰 가능한 사실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그리고 바로 그 사실들은 서방이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에 대한 방어적 대응으로 공개적으로 추진해온 것들이다 .
나리슈킨이 ‘공격’이라 칭하는 구체적인 동향들은, 서방의 관점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안보 위기에 대한 직접적인 방어적 반응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2026년 NATO의 훈련 일정은 분석가들이 ‘노르딕-발트해 중심축’이라 부를 정도로 역대 최고 수준의 강도를 보이고 있으며, 이것이 모스크바가 제기하는 의혹의 구체적인 배경이 되고 있다 .
2023년 핀란드의 NATO 가입은 전략 지도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 러시아와 맞닿은 1,340km의 국경은 이제 NATO 전체 러시아 접경 국경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게 되었다 . 이에 대응하여 NATO는 2026년 핀란드에 다국적 지상군을 배치했고, 신속대응군 규모도 4만 명에서 30만 명으로 대폭 증강했다
. 동시에 핀란드는 동부 국경을 따라 200km 길이의 차단 장벽을 건설 중이며, 2025년 중반까지 첫 35km 구간을 완공했다
.
EU가 발표한 ‘ReArm Europe 계획 / 리드니스 2030’은 각국의 예산 유연성 확대와 EU 차원의 금융 수단을 결합해 총 8,000억 유로(약 1,200조 원) 이상의 국방비를 동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 이 중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1,500억 유로 규모의 공동 조달 대출 프로그램인 ‘SAFE(Security Action for Europe)’다
. 2026년 5월 말까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이미 16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두 차례의 SAFE 자금 지원을 승인했으며, 프랑스에만 150억 9천만 유로가 배정됐고, 폴란드는 한 번에 승인된 740억 유로 중 437억 유로를 배정받았다
.
나리슈킨의 2026년 5월 발언은 진공 상태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이는 오래전부터 반복되어 온 예측 가능한 수사학적 사이클의 최신 버전일 뿐이다. 그는 2025년 10월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독립국가연합(CIS) 안보 수장 회의에서도 “NATO 내 유럽 동맹국들이 우리나라와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며 거의 동일한 주장을 한 바 있다 . 그보다 몇 달 전에는 NATO의 ‘공격’이 있을 경우 폴란드와 발트 3국이 ‘첫 번째 보복 대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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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친숙한 각본’은 분명하다. 모스크바가 자신의 행동(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서방의 방어적 대응을 촉발하고, 그 대응을 ‘도발’ 또는 ‘생존적 위협’으로 규정한 뒤, 이를 빌미로 국내에서 추가적인 군사적 확대를 정당화하고 주변국에 균열을 내려는 권력 정치를 펼치는 것이다. 이번에도 가장 최근의 경고를 사적인 외교·정보 채널이 아닌 국제 포럼에서 쏟아냈다는 사실은, 그 주된 목적이 사실에 기반한 정보 공유가 아닌 정치적 영향력 행사에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
결론적으로, 이번 주장은 진정한 정보 평가 보고서라기보다는 러시아를 적대적인 서방에 포위된 피해자로 묘사하기 위한 전략적 서사에 가깝다. 증거의 부재, 바로 그 자체가 이 현실을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