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절정에 달했을 당시, 프랑스의 겨울밀은 등숙기 혹은 개화 후기 단계를 거치고 있었다. 낭트, 노르망디, 파리 분지 등 프랑스의 주요 곡창 지대는 수은주가 34~36°C까지 치솟았다 . 이 등숙기는 밀의 일생에서 가장 더위에 민감한 시기다. 고온은 식물의 노화를 재촉하고 낟알이 여무는 기간을 단축시켜, 결국 낟알의 무게와 크기를 줄어들게 만든다.
이 시기에 기온이 30~32°C를 넘어서면, 꽃이 불임이 되거나 수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속이 빈 쭉정이가 생길 위험이 급격히 커진다. 이는 곧 생산량 감소와 품질 저하로 직결된다 .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열 돔은 프랑스 대부분 지역에 농작물에 보탬이 될 비를 전혀 가져오지 않았고, 이미 위성 관측 자료는 폭염 이전부터 수분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었음을 보여주었다 .
DTN의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폭염으로 인한 가장 심각한 위협은 등숙기 밀 수확량에 있다”고 분석했다 . 기록적인 더위가 프랑스 서부, 즉 프랑스 최고의 밀 생산 지역에 집중되었다는 점이 위기감을 더욱 키운다. 시장의 이목이 집중된 6월 초까지 비 소식이 없다면, 수확량 피해는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커지고 작물의 회복 가능성 자체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폭염이 엄습하기 오래전부터, 2026년 유럽 밀 수확에 대한 전망은 이미 우울한 상태였다. 공식 기관들의 전망치는 계속해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EU MARS (농업자원모니터링 서비스): MARS는 2026년 3월 첫 전망치에서 EU의 평균 연질 밀 수확량을 헥타르당 5.98톤(t/ha)으로 예측했는데, 이는 2025년 대비 5% 감소한 수치였다 . 폭염 직전 마지막 발표인 5월 19일 보고서에서는 프랑스 서부와 중부 유럽의 지속적인 건조 현상을 근거로, 전월 전망치인 t/ha당 6.05톤에서 더 낮아진 6.01톤으로 전망치를 낮췄다 . 오는 6월 22일에 발표될 MARS 보고서는 이번 폭염의 충격을 온전히 담은 최초의 공식 평가가 될 전망이다.
국제곡물이사회(IGC): IGC는 2026년 2월, 2026/27 시즌 글로벌 밀 수급이 “약간 타이트해질” 것이라는 예비 전망을 내놓으며, 수확량 감소와 소비 증가를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 IGC는 직전 시즌인 2025/26년의 전 세계 밀 생산량이 사상 최대인 8억 4,200만 톤(MMT)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기에 , 전년 대비 감소 가능성은 시장 심리에 더욱 민감하게 작용한다.
FAO와 기타 기관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5월 8일 전망에서 글로벌 밀 생산량 예측치를 전년 대비 약 2% 감소한 8억 1,700만 톤으로 하향하며, “EU 대부분 지역에서 지속된 건조 현상이 생산량 전망을 낮췄다”고 밝혔다 . 유럽 곡물 무역 연합인 코세랄(COCERAL)의 2026년 3월 추정치는 EU 27개국과 영국의 총 곡물 생산량을 2025년의 3억 1,050만 톤에 크게 못 미치는 2억 9,880만 톤으로 내다봤다 . 미국 농무부 산하 해외농업국(FAS/USDA) 역시 4월 보고서에서 2026/27년 EU 곡물 생산량을 2억 7,700만 톤으로 예측하며, 이전 시즌의 2억 8,880만 톤에서 급감할 것으로 분석했다 .
이 모든 전망치들은 5월 말의 폭염이 닥치기 전에 작성된 것이다. 기온 기록이 경신되고 있는 지금, 추가적인 하향 조정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프랑스의 이상 기후 외에도 전 세계 밀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는 여러 요인이 겹치고 있다. 유로화 약세는 유럽산 밀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면서 유로넥스트 가격을 지지하고 수출 전망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불확실성 역시 곡물 교역의 흐름을 예측할 수 없게 만드는 변수다 .
미국에서는 농무부(USDA)의 작황 보고서에서 캔자스와 남부 평원 지대의 경질 적색 겨울밀 작황 등급이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단백 밀의 전 세계 공급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유럽 작물이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지금 또 다른 압박 요인이 되고 있다.
과학적 연구 결과는 시장 참여자들의 우려에 힘을 실어준다. 2026년 1월 학술지 ‘네이처/PMC’에 발표된 연구는 개화기 무렵의 극심한 더위가 이미 전 세계 밀 수확량을 위협하고 있으며, 민감한 생식 단계에서 기온이 1°C 상승할 때마다 수확량이 약 6%씩 감소할 수 있다는 모델링 결과를 내놓았다 . 이번 폭염의 가장 큰 기온 차가 10~15°C에 달했다는 점을 이 공식에 대입해 보면, 잠재적 피해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이제 시장의 모든 관심은 6월 초 프랑스 상공에 비구름이 드리울지 여부에 쏠려 있다. 앞으로 1주에서 열흘 사이에 충분한 비가 내린다면 열 스트레스로 인한 일부 피해는 완화될 수 있다. 하지만 만약 비가 오지 않는다면, 이번 폭염으로 인한 수확량 감소분은 이미 낮아진 기준선 위에 그대로 중첩될 것이다. 이는 EU 생산량 추정치를 더욱 가파르게 깎아내리며 유럽 밀 가격의 강세를 장기화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지배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