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함께 공개된 주요 지표는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비자의 연간 정산 처리 속도(annualized settlement run rate)가 70억 달러를 기록하며 직전 분기 대비 50%나 급증한 것이다. 이는 발행사와 매입사 간의 국가 간 결제를 전통적인 은행망 대신 온체인에서 처리하는 방식이 빠르게 주류로 안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신호로 해석된다. ‘런레이트(run rate)’란 특정 기간의 실적을 연 단위로 환산해 현재의 성장세를 가늠하는 지표로, 실제 연 매출이 아니라 현재 속도라면 1년에 70억 달러가 처리될 것이라는 의미다.
2025년 6월, 스트라이프는 쇼파이(Shopify) 및 코인베이스(Coinbase)와 협력하여 34개국의 쇼파이 입점 상인들이 ‘베이스(Base)’ 네트워크에서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인 USDC를 결제 수단으로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기 시작했다. 이 시스템의 가장 큰 장점은 별도의 결제 게이트웨이 연동이나 기술적 통합 없이 기존의 쇼파이 결제 흐름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고객은 수백 종의 암호화폐 지갑을 통해 간편하게 결제하고, 상인은 원하는 경우 현지 통화 또는 USDC로 정산받을 수 있다. 2026년 2월 기준, 이 통합은 완전히 가동되어 전자상거래 분야의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획기적으로 앞당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6년 4월 29일 ‘세션스 2026(Sessions 2026)’ 컨퍼런스에서 스트라이프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기업이 자사의 스트라이프 계좌에서 직접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송금, 수신, 보유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스트라이프 트레저리(Stripe Treasury)를 재출시한 것이다. 이 서비스는 현재 100개국 이상에서 이용할 수 있다. 2026년 5월 26일자 공식 문서에 따르면, 이 금융 계좌는 USDC와 USDB(스트라이프 산하 브리지(Bridge) 발행) 스테이블코인을 지원하며, 영국 파운드, 유로, 미국 달러와 같은 법정 화폐도 함께 보유할 수 있다. 특히 스트라이프는 향후 프리비(Privy)의 비수탁형 지갑을 통합해, 150개국 이상의 기업이 국경을 초월해 즉시 자금을 이동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거대 결제망의 움직임이 빨라질수록, 블록체인의 치명적 약점도 함께 부각되고 있다.
퍼블릭 블록체인에서는 거래 금액, 발신자·수신자 주소, 잔액 등 모든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된다. 이는 비자와 스트라이프가 구축하려는 주류 결제 시스템에 중대한 장애물이다. 기업의 민감한 재무 데이터가 경쟁자에게 노출될 수 있고, 대규모 거래 정보를 미리 엿본 봇들이 선행매매(Front-running)로 이득을 취할 위험이 상존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기업 중 하나가 페어블록(Fairblock) 이다. 이들은 차세대 프로그래머블 암호화 기술로 결제 데이터를 보호한다.
블록체인이 가진 프로그래밍 가능성과 자동화된 결제의 장점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정보 유출 문제를 근본적으로 제거하려는 기술적 도전이 현재진행형인 것이다.
2026년 현재, 비자와 스트라이프의 인프라는 스테이블코인이 실험 단계를 넘어 글로벌 상거래의 실질적 결제 레일로 진화했음을 증명한다. 비자의 70억 달러 런레이트는 거대 금융 기관이 온체인 결제의 신뢰성과 효율성을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동시에 스트라이프는 전 세계 100개국 이상의 중소상공인과 기업들에게 달러 기반의 안정적인 디지털 자산 계좌를 제공함으로써, 변동성이 큰 자국 통화에 시달리는 지역에 실질적인 금융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거래 상대방과 금액조차 모르는 채 진행되는 전통 금융과 달리, 모든 것이 기록되는 블록체인의 투명성이라는 근본적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페어블록과 같은 기업들이 선보이는 프로그래머블 프라이버시 기술은 속도와 효율성을 유지하면서도 기업과 개인의 사생활이 보호되는 진정한 글로벌 결제망 구축의 마지막 퍼즐 조각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