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목적은 간단하다.
정식 회원국이 되기 전이라도 우크라이나를 EU 정책 논의와 제도에 더 가깝게 참여시키자는 것이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도 해당 제안을 접수했으며, 이는 향후 유럽이사회(European Council) 차원에서 회원국들이 논의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법적 설계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현재까지 알려진 내용에는 몇 가지 핵심 요소가 포함된다.
우크라이나 지도부는 EU 정상회의와 장관급 회의에 참석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EU 정책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에 참여할 수 있다. 다만 표결권은 부여되지 않는다.
제안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유럽집행위원회와 유럽의회 등 EU 기관에 대표를 둘 수 있다.
이 대표들은 토론과 정책 논의에는 참여하지만 투표권은 없는 비투표 구성원이 된다.
또 다른 요소는 EU 예산이나 정책 프로그램의 일부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프로그램이나 어느 규모의 재정이 포함될지는 아직 명확히 공개되지 않았다.
이러한 조치는 우크라이나가 정식 회원국이 되기 전에도 EU 정치·정책 체계 안에서 부분적으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효과를 갖는다.
‘준회원국’은 어디까지나 중간 단계이기 때문에 핵심적인 회원국 권리는 제한된다.
가장 중요한 차이는 의결권이 없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는 EU 이사회나 의회, 집행위원회 구조에서 공식적인 정책 결정 투표에 참여할 수 없다.
또한 현재 공개된 정보로는 다음과 같은 권리가 자동으로 부여되는지도 확인되지 않는다.
즉, 참여와 영향력은 늘어나지만 결정권은 없는 상태가 된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메르츠의 제안에는 EU 회원국들이 **상호지원 조항(mutual assistance clause)**과 연계된 정치적 안보 약속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방안도 포함될 수 있다.
이 조항은 EU 회원국이 무력 공격을 받을 경우 다른 회원국이 지원하도록 규정한 조항이다.
다만 실제로 이 조항을 우크라이나에 법적으로 적용하는지, 아니면 정치적 수준의 보장을 만드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공개된 정보가 아직 명확하지 않다.
EU 확대 정책에서는 가입 후보국이 민주주의, 법치주의, 기본권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는 원칙이 핵심이다.
최근 EU 논의에서는 새로운 회원국이 가입 후 기준을 후퇴시키는 상황을 막기 위한 강화된 안전장치도 강조되고 있다.
준회원 제도가 도입될 경우 이런 맥락에서 ‘스냅백(snap‑back)’ 메커니즘이 포함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는 법치나 민주주의 기준이 약화될 경우 EU가 특정 권한이나 혜택을 일시 중단하거나 되돌릴 수 있게 하는 장치다.
다만 이 역시 구체적인 규정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메르츠가 이런 중간 단계를 제안한 이유는 현실적인 정치 상황 때문이다.
첫째, 우크라이나의 즉각적인 EU 가입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EU 가입은 수십 개 정책 분야 협상과 회원국 전원의 비준이 필요한 매우 긴 절차다.
둘째, 러시아와의 전쟁이 계속되는 상황이 가입 논의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셋째, EU에는 이미 서발칸 국가들 등 오랜 후보국이 존재한다. 여러 국가가 수년간 가입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EU 내부에서는 기존 절차를 우회하는 것처럼 보이는 결정을 경계하는 분위기도 있다.
이 때문에 메르츠는 준회원 지위를 통해
**‘정치적 타협안’**을 제시한 셈이다.
현재 이 구상은 EU 공식 정책이 아니라 회원국 사이에서 논의 중인 아이디어에 가깝다.
새로운 회원 지위를 만들려면 EU 모든 회원국의 합의가 필요할 가능성이 높고, 경우에 따라 기존 제도나 규정의 변경도 필요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번 제안은 분명한 신호를 보여준다.
유럽 각국이 우크라이나를 EU에 더 가깝게 묶어두면서도 정식 가입까지의 긴 시간을 어떻게 메울지 새로운 해법을 찾기 시작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