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는 중동 긴장과 호르무즈 해협 주변의 에너지 공급 불안 등을 언급하며 중국에 육상 파이프라인 가스의 안정성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이런 지정학적 논리는 중국의 상업적 판단을 바꾸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다.
협상의 핵심 쟁점은 가격이다.
중국은 러시아 국내 가격이나 일부 수출 시장에 제공하는 수준에 가까운 더 낮은 가격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러시아는 수십억 달러가 투입되는 대형 파이프라인을 정당화하려면 더 높은 장기 가격이 필요하다.
대형 가스관 사업은 보통 수십 년짜리 구매 계약을 요구한다.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와의 신규 장기 에너지 계약이나 대규모 상류 투자에 비교적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 왔다.
중국 입장에서는 다음과 같은 위험이 있다.
즉, 가격 조건이 충분히 유리하지 않다면 중국이 서둘러 장기 계약을 체결할 이유가 크지 않다.
중국이 협상에서 여유를 갖는 또 다른 이유는 공급원을 이미 다양화해 놓았기 때문이다.
중국은 러시아뿐 아니라 여러 국가에서 가스를 수입하고 있으며, LNG(액화천연가스) 구매와 국내 생산 확대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 세계 LNG 공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수입국인 중국에는 가격 협상력이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변화는 중국의 에너지 시스템이 화석연료 수입 인프라에 장기간 묶일 필요성을 줄이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가스관 협상이 지연된다고 해서 양국 경제 관계가 약화된 것은 아니다.
‘시베리아의 힘 2’ 교착 상태는 중국–러시아 관계의 비대칭 구조를 보여준다.
이 때문에 중국은 시간을 두고 협상하며 유리한 조건을 요구할 수 있다. 필요할 때 러시아 에너지를 구매하지만, 대형 전략 프로젝트에서 불리한 조건을 받아들일 이유는 없는 셈이다.
결국 베이징 정상회담은 두 나라가 정치적으로는 긴밀하다는 점을 보여줬지만, 수십억 달러 규모의 가스관과 수십 년의 계약이 걸린 문제에서는 경제적 계산이 외교적 상징보다 우선한다는 현실도 동시에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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