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팔을 만든 다소는 전투기 설계 주도권을 주장하고 있으며, 에어버스는 독일과 스페인의 산업 참여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과정에서 설계 권한, 지적 재산권, 개발 책임을 둘러싼 충돌이 커졌다.
다소의 CEO 에릭 트라피에(Eric Trappier)는 협력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프로젝트는 사실상 끝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프랑스와 독일 정부는 프로젝트 붕괴를 막기 위해 중재에 나섰으며, 갈등 해결을 위한 시한까지 설정한 상태다.
FCAS가 여전히 살아 있을 가능성이 큰 이유는 구조 자체에 있다.
이 프로젝트는 하나의 무기체계가 아니라 ‘시스템 오브 시스템(System of Systems)’ 개념으로 설계됐다.
핵심 구성은 다음 세 가지 축으로 이뤄진다.
이 세 요소를 묶어 **차세대 무기체계(NGWS)**라고 부른다.
즉, 미래 공중전은 하나의 전투기가 모든 임무를 수행하는 구조가 아니라 여러 플랫폼이 네트워크로 연결된 분산형 전투 구조를 전제로 한다.
이 때문에 전투기 개발이 지연되더라도 드론, 네트워크, 소프트웨어 아키텍처 같은 다른 축은 계속 발전할 수 있다.
많은 군사 전문가들은 FCAS에서 가장 혁신적인 요소가 컴뱃 클라우드라고 본다.
이 시스템은 항공기, 드론, 위성, 지상 센서 등을 하나의 데이터 네트워크로 연결한다.
이 네트워크가 구축되면 다음과 같은 능력이 가능해진다.
특히 리모트 캐리어 드론은 전투기와 함께 비행하며 정찰, 전자전, 공격 임무를 수행하는 일종의 “충성 편대(loyal wingman)” 역할을 맡는다.
이 구조는 인간 조종사가 탄 전투기를 위험한 지역에서 멀리 두면서도 전투 범위와 효과를 크게 확대할 수 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은 유럽의 국방 정책을 크게 바꿨다.
유럽연합(EU)의 총 국방비는 2024년 3430억 유로로 전년 대비 19% 증가했으며, 2025년에는 약 3920억 유로에 이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변화는 FCAS의 전략적 필요성을 오히려 강화했다.
전쟁 이후 유럽 정책 결정자들은 다음과 같은 교훈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한 가지 역설도 있다. 단기적으로는 탄약, 방공, 장갑차 같은 즉각적인 전력 강화가 필요하기 때문에, 장기 프로젝트인 FCAS가 예산 경쟁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에어버스와 다소의 갈등이 계속되면서 일부 분석가들은 “투 파이터(two‑fighter)” 시나리오를 현실적인 타협안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구조는 다음과 같이 나뉠 수 있다.
에어버스 경영진도 정부가 요청할 경우 이런 방식에 열려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는 처음 계획했던 **‘하나의 유럽 전투기’**라는 정치적 상징과는 거리가 있지만, 산업 갈등을 해결하는 현실적 방법이 될 수 있다.
점점 더 많은 전문가들은 FCAS의 핵심이 항공기 자체가 아니라 디지털 전투 아키텍처라고 보고 있다.
만약 유럽 국가들이 공통 인터페이스와 개방형 네트워크 표준을 유지한다면, 각국이 서로 다른 전투기를 운영하더라도 같은 전투 클라우드와 드론 생태계 안에서 협력할 수 있다.
반대로 이 표준이 깨지면 유럽은 서로 호환되지 않는 별도의 군사 시스템으로 분열될 위험도 있다.
현재로서는 한 가지 방향만은 분명하다. 미래 공중전은 더 네트워크화되고, 더 분산되고, 더 협력적인 구조로 바뀌고 있으며, FCAS는 그 변화를 상징하는 프로젝트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