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영국의 역할을 강조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젤렌스키는 전쟁 이후의 안보 체제와 평화 협상 과정에서 유럽이 반드시 중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반복해서 강조해 왔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협상이 진전을 이루지 못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핵심 쟁점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는 전쟁 종식 조건으로 영토 보전 원칙을 유지하고 있으며 러시아에 영토를 공식적으로 넘기는 합의를 거부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협상을 재개하기 위한 조건으로 우크라이나가 도네츠크, 루한스크, 자포리자, 헤르손 등 러시아가 병합을 선언한 지역에서 철수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 두 입장은 근본적으로 양립하기 어렵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지금까지 협상에서 영토 문제에 대한 타협은 아직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다른 핵심 쟁점은 우크라이나의 미래 안보다.
우크라이나는 다시 침공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법적 구속력이 있는 안보 보장, 즉 NATO의 집단방위 조항과 유사한 형태의 서방 군사 보장을 원하고 있다.
러시아는 이런 구조가 사실상 우크라이나를 서방 군사 체제에 편입시키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대한다. 이 문제 역시 협상의 가장 큰 외교적 교착 요인 중 하나가 되고 있다.
군사적으로도 우크라이나는 복합적인 상황에 놓여 있다.
특히 병력 부족이 중요한 문제다. 장기전에 따른 피로와 인력 부족 때문에 우크라이나 정부는 병력 모집과 훈련, 장기 복무 병사의 전역 문제 등을 포함한 군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 역시 결정적인 돌파구를 만들지는 못했다. 분석가들은 2025년 말부터 2026년 초까지 러시아의 진격 속도가 눈에 띄게 둔화됐다고 평가한다.
또한 2026년 4월에는 러시아군이 2024년 쿠르스크 작전 이후 처음으로 월간 기준 영토 순손실을 기록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우크라이나는 동시에 러시아 본토를 겨냥한 장거리 공격도 확대하고 있다. 드론과 미사일을 이용해 러시아의 군사 시설과 석유 인프라를 타격하면서 러시아 방공망의 부담을 늘리고 전쟁 비용을 높이려는 전략이다.
이런 공격은 군사적 효과뿐 아니라 경제적 압박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또 다른 큰 제약은 재정이다.
전쟁 상황에서 정부 지출은 세수보다 훨씬 많다. 2026년 예산은 약 1,110억 달러 지출에 비해 예상 수입은 670억 달러로 큰 재정 적자가 발생하며, 이를 대부분 해외 지원으로 메워야 한다.
유럽연합(EU)과 국제 금융기관은 2026~2027년 동안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한 대규모 대출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수십억 유로 규모의 국방 자금 부족이 남아 있다.
현재 외교 상황은 단순한 협상이 아니라 지렛대를 둘러싼 장기 경쟁에 가깝다.
이런 맥락에서 젤렌스키가 영국과 유럽을 더 깊이 끌어들이려는 이유가 분명해진다. 유럽이 안보와 외교의 중심 역할을 맡을수록 러시아에 대한 압박은 커지고, 우크라이나는 협상에서 더 유리한 조건을 확보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결국 이 전쟁의 향방은 단순한 전장 승패보다 국제 지원, 경제 지속력, 외교적 연합이 얼마나 오래 유지되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