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 논리는 다음과 같다.
이탈리아의 요구는 단순한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실제 경제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가계와 기업의 전기·가스 비용이 계속 높게 유지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아무런 지원을 하지 않는 것은 정치적으로도 어려운 선택이다.
문제는 재정이다.
에너지 지원과 방위 투자 확대를 동시에 추진하면 국가 재정이 크게 압박받는다. 실제로 이탈리아는 EU가 허용한 재정 유연성을 활용하면 약 120억 유로 규모의 추가 방위 지출 여력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 이를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신 정부는 당장 에너지 비용 완화에 더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이탈리아는 이미 높은 국가부채와 낮은 성장률로 인해 재정 여력이 제한된 국가다. 여기에 에너지 비용까지 상승하면서 추가 지출을 감당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로마의 입장은 분명하다.
유럽이 군사 투자를 예외적으로 허용할 만큼 중요하게 본다면, 에너지 가격 안정 역시 동일한 전략적 우선순위로 취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멜로니 정부의 SAFE 경고를 유럽 방위 협력에 대한 반대라기보다 협상 전략으로 본다.
SAFE 참여 여부를 에너지 재정 규칙과 연결함으로써, 로마는 브뤼셀에서 진행되는 논쟁의 범위를 넓히려 한다. 이탈리아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하지만 유럽위원회 입장에서는 딜레마가 있다. 에너지 지출에도 특별 예외를 허용하면 다른 회원국들도 같은 요구를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브뤼셀은 새로운 재정 예외 대신 기존 EU 자금과 제도를 활용하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갈등은 단순히 이탈리아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재 많은 EU 국가들은 동시에 세 가지 압력을 받고 있다.
이 세 가지를 동시에 충족하는 것은 특히 부채가 높은 국가들에겐 매우 어려운 과제다.
멜로니 정부의 SAFE 카드 역시 이런 현실을 보여준다. 결국 이탈리아가 프로그램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할지는 군사 정책보다 EU가 에너지 지출에 어느 정도 재정 유연성을 허용하느냐에 달려 있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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