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을 둘러싼 거대한 **빙붕(ice shelf)**은 바다 위에 떠 있는 두꺼운 얼음 판으로, 뒤쪽에 있는 내륙 빙하가 바다로 빠르게 흘러가는 것을 막아주는 ‘버팀대’ 역할을 한다. 그런데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 빙붕이 녹는 방식 자체가 스스로 녹는 속도를 더 빠르게 만드는 피드백을 만들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술지 Nature Geoscience에 발표된 연구는 남극 빙붕에서 나온 녹은 물이 주변 해양 순환을 바꾸고, 그 결과 더 따뜻한 바닷물이 다시 빙붕 아래로 유입되면서 녹임이 더 강해질 수 있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은 많은 기후 모델에 아직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미래 해수면 상승 전망이 실제보다 낮게 계산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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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강화’ 피드백은 어떻게 작동하나
빙붕은 위에서 녹기보다는 바닷물에 의해 아래쪽에서 녹는 경우가 많다. 이때 빙붕 아래에서 녹은 얼음은 대량의 차갑고 염분이 낮은 물(담수)을 바다로 방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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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이 담수가 주변 바닷물의 밀도 구조를 바꾸면서 해류 패턴 자체를 재편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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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상대적으로 따뜻한 해수가 빙붕 아래로 더 쉽게 들어오게 된다. 즉, 녹는 과정이 다시 녹임을 강화하는 환경을 만드는 셈이다.
이 과정은 다음과 같은 순환 구조를 만든다.
- 빙붕이 아래에서 녹으며 담수를 방출한다.
- 담수가 주변 해양 밀도와 해류 구조를 바꾼다.
- 바뀐 해류가 더 따뜻한 물을 빙붕 아래로 끌어들인다.
- 추가 열이 더 강한 녹임을 일으켜 순환이 강화된다.
연구진은 이런 메커니즘이 **남극 빙하 손실을 가속할 수 있는 ‘숨겨진 요인’**이라고 설명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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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면 상승 예측에 왜 중요한가
기후 과학자들은 해수면 상승을 예측할 때 해양 온난화, 빙하 녹임, 빙상 역학 등 여러 요인을 결합해 모델을 만든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평가 보고서 역시 이런 다양한 과정을 통합해 미래 해수면 변화를 계산한다. ![]()
하지만 이번 연구는 빙붕에서 나온 녹은 물과 해양 순환 사이의 피드백이 대부분의 대규모 기후 모델에 충분히 포함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만약 이 과정이 실제로 강하게 작동한다면 남극 빙붕이 예상보다 빠르게 얇아지고, 그만큼 해수면 상승도 빨라질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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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남극에서는 빙붕이 약해질 경우 **뒤쪽의 거대한 육상 빙상(ice sheet)**이 바다로 더 빠르게 흘러들어가 직접적으로 해수면을 높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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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정책 분석에서도 이미 상당한 상승이 예상된다. 한 기후 정책 브리프에 따르면 2100년까지 약 0.5m의 전 세계 해수면 상승은 사실상 피하기 어렵고, 온실가스 배출이 높은 시나리오에서는 서남극 빙상이 급격히 붕괴할 경우 약 2m 상승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평가된다. ![]()
따뜻한 심층수의 역할을 보여주는 다른 연구들
최근 연구들은 남극 빙붕 녹임에서 **바다 속 열(해양 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반복해서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서남극 연구에서는 **남극 순환 심층수(Circumpolar Deep Water)**가 빙붕 아래로 흘러 들어가 얼음을 아래에서 녹이는 현상이 관측됐다. 이 물은 주변 빙점보다 몇 도 높은 온도를 가질 수 있어 빙붕을 상당히 빠르게 약화시킬 수 있다. ![]()
지질학적 기록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발견된다. 약 9,000년 전 동남극 빙상이 크게 후퇴했을 때, 녹은 물과 해양 순환 사이의 피드백이 빙붕 붕괴와 내륙 빙하 손실을 증폭시켰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
이 연구들은 공통적으로 따뜻한 심층수가 빙붕 아래에 도달하기 시작하면 녹임이 빠르게 증폭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전 세계 해안 지역에 미치는 영향
남극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극지방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빙상이 잃은 질량은 결국 바다로 들어가 전 세계 해수면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미 해수면 상승은 저지대 해안에서 더 잦은 침수, 해안 침식, 지하수 염분 증가, 기반시설 피해 등을 일으키고 있다. IPCC는 이런 영향이 앞으로 수십 년 동안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한다. ![]()
특히 세계적으로 수억 명이 낮은 해발의 해안 지역에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남극 빙하 손실 속도의 작은 변화도 장기적으로는 큰 사회적·경제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해수면이 얼마나 더 상승할지에 대한 정확한 수치를 새로 제시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중요한 메시지는 분명하다. 남극 주변 바다와 얼음 사이의 상호작용이 생각보다 더 강력할 수 있으며, 미래 기후 모델은 이런 피드백을 점점 더 정밀하게 반영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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