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 기업들이 협상으로 조건을 정하는 대신 법원이 전 세계에 적용될 수 있는 라이선스 조건을 판단해 달라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영국 항소법원은 다른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노키아가 라이선스 조건을 구속력 있는 국제 중재(binding arbitration)로 결정하자고 제안한 것 자체가 FRAND 의무를 충족한 것이라고 봤다.
이미 중재 절차를 통해 공정한 조건을 정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기 때문에, 같은 문제를 다시 영국 법원에서 전면 재판으로 다룰 필요가 없다는 논리다. 이 판단에 따라 법원은 에이서와 에이수스가 제기한 사건을 영구 중단하기로 했다.
영구 중단은 단순한 일시 정지가 아니라, 특별한 사정이 생기지 않는 한 사건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번 판결 이전까지 사건은 2026년 6~7월 런던에서 열릴 재판을 향해 진행 중이었다. 하지만 항소법원 결정으로 이 재판은 완전히 취소됐다.
앞으로 분쟁은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현재 공개된 보도에서는 판결문 전체 내용이 상세히 공개되지 않아, 중재 방식의 범위나 구체적 법리까지는 완전히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 결정은 통신·전자 산업에서 빈번한 SEP(표준필수특허) 분쟁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첫째, 중재의 역할이 커질 가능성이다. 특허권자가 중재를 통한 FRAND 조건 결정을 제안하면 법원이 이를 협상 의무 충족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신호를 준 셈이다.
둘째, 영국에서의 ‘글로벌 라이선스 결정 소송’ 전략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기술을 사용하는 기업(implementer)이 영국 법원을 통해 전 세계 라이선스 조건을 정하려는 시도는 앞으로 더 높은 장벽에 부딪힐 수 있다.
셋째, 다른 국가 분쟁에서 협상력 변화다. 영국 판결이 다른 국가 법원을 직접 구속하지는 않지만, 노키아가 진행 중인 여러 라이선스 협상에서 법적 지렛대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
노키아는 통신 장비 사업 외에도 노키아 테크놀로지스를 통해 대규모 특허 라이선스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런 분쟁에서 유리한 판결을 얻으면 장기 소송 비용을 줄이고 라이선스 계약 체결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회사 측은 2026년에 20억~25억 유로 규모의 비교 가능한 영업이익을 목표로 제시하며 네트워크 인프라, AI, 클라우드 분야 성장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번 판결이 에이서·에이수스 분쟁에서 직접적인 매출 효과를 바로 가져오는 것은 아니지만, SEP 라이선스 협상에서 노키아의 법적 입지를 강화하는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영국 항소법원은 노키아가 구속력 있는 국제 중재를 제안한 것만으로도 FRAND 의무를 충족했다고 판단하며 에이서와 에이수스의 영국 소송을 중단시켰다. 이로써 예정됐던 런던 재판도 취소됐다.
기술 표준을 둘러싼 글로벌 특허 분쟁에서 앞으로 법원 재판 대신 중재가 주요 해결 수단으로 자리 잡을지가 업계의 새로운 관전 포인트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