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의 산업가속화법(IAA·Industrial Accelerator Act) 제안은 공공 자금의 구매력과 지원 제도를 유럽 내 산업 생산능력 확대로 연결하려는 정책이다. 전기차에서는 완성차 조립, 배터리, 핵심 부품 공급망을 유럽에 정착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유럽산 배터리와 저탄소 소재의 비용이 아직 높은 만큼, 초기에는 ‘유럽산’ 요건을 충족하는 전기차의 가격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핵심은 간단하다. 현지 조달 요건은 유럽 생산업체에 예측 가능한 수요를 제공할 수 있지만, 그 대가가 소비자 가격·제조사 마진·세금으로 충당되는 더 큰 보조금 중 어디로 돌아갈지는 아직 정해져 있지 않다.
제안된 규정의 적용 대상
IAA는 아직 법안이며, 수입 전기차의 민간 판매를 일괄 금지하는 조치는 아니다. 적용 범위는 해당 법안이 포괄하는 공공조달 절차와 공공지원 제도다. 즉,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차량도 개인 소비자에게 판매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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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조달 또는 관련 지원에서 적격 전기차로 인정받으려면 다음 요건이 제시됐다.
- 최종 조립을 EU 역내에서 할 것
- 배터리를 제외한 차량 부품의 공장도 가격 기준 가치 중 최소 70%가 EU 원산지일 것
- 구동용 배터리에 배터리 셀을 포함한 정해진 수의 EU 원산지 핵심 부품을 넣을 것. 필요한 부품 수는 3년 뒤 더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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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설계는 경쟁의 기준을 바꾼다. 공공계약이나 관련 지원을 확보하려는 자동차 업체라면 본사가 어디에 있든 유럽 내 공급망 비중을 높일 유인이 생긴다.
단기적으로 차량 원가가 오를 수 있는 이유
유로뉴스가 보도한 브뤼겔 추정에 따르면 EU산 배터리 셀은 kWh당 85유로, 그 외 셀은 50유로로 비용 차이가 35유로다. 이를 60kWh 배터리팩에 적용하면 약 2,100유로가 추가된다. 여기에 저탄소 철강 요건에 따른 200유로를 더하고, 간소화된 승인 규정에 따른 61유로 절감분을 빼면 차량 한 대당 순제조원가 증가는 약 2,239유로라는 계산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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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것이 전시장 판매가격이 정확히 같은 폭으로 오른다는 뜻은 아니다. 제조사가 일부를 마진으로 흡수하거나, 차량 설계와 배터리 용량을 조정하거나, 지원금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보급형 전기차일수록 원가 상승을 흡수할 마진 여력이 작다. 추가 보조금이 격차를 메우지 못하면, 가격 압박은 입문형 모델에서 가장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당장의 정책 질문은 ‘유럽 생산에 프리미엄을 지불할 것인가’만이 아니다. 그 비용을 제조사·납세자·소비자 중 누가 부담할 것인가가 핵심이다.
‘2030년 500유로’ 전망은 가능성이지만 자동으로 실현되지는 않는다
환경·교통 단체 T&E(Transport & Environment)는 더 낙관적인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분석에 따르면 유럽산 배터리에 따른 평균 추가 비용은 2030년 차량당 약 500유로까지 낮아질 수 있으며, 제조사별로는 300~750유로 범위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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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수요 보장이 생산 경험 축적, 설비 가동률, 공급망 투자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논리다. 로이터는 T&E가 유럽 생산 규모 확대를 통해 중국산 대비 유럽산 배터리의 비용 격차가 현재 약 90%에서 2030년 약 30%로 줄어들 수 있다고 봤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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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미래의 비용 프리미엄 축소는 보장된 결과가 아니다. 배터리 공장에는 투자, 충분한 가동 규모, 안정적인 수요가 모두 필요하다. 경쟁력 있는 공장을 만들지 못한 채 현지조달 보호만 강화하면, 비용 열위를 해소하기보다 고착시킬 위험도 있다.
경쟁은 ‘브랜드 국적’보다 ‘생산지’ 중심으로 이동한다
IAA가 시행되면 경쟁은 차량과 부품을 어디서 생산하는지에 더 크게 좌우된다.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중국 생산 전기차는 개인 구매자에게 계속 판매될 수 있지만, 적용 대상 공공조달과 지원 제도에서는 불리해진다. 반대로 중국 제조사도 유럽에 조립·부품 공급망을 구축해 요건을 맞추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유럽 브랜드 대 중국 브랜드의 대결이 아니라는 뜻이다. 브뤼겔에 따르면 중국에서 생산된 전기차는 2026년 EU 전기차 판매의 20%를 넘어섰다.
21 국제에너지기구(IEA)는 EU가 2025년에도 세계 두 번째 전기차 생산지였으며, 역내 생산량의 대부분은 유럽 완성차 업체가 차지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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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업체의 현지화는 유럽에 투자와 일자리를 가져오면서도 가격, 배터리 기술, 소프트웨어 경쟁을 유지할 수 있다. 반대로 저가 모델의 선택지만 줄이고 실질적인 신규 생산능력을 만들지 못한다면, 소비자는 더 적은 선택지에 더 높은 가격을 마주할 수 있다.
브뤼셀이 이 위험을 감수하려는 배경
정책의 산업적 배경은 분명하다. 브뤼겔에 따르면 EU 승용차 생산은 2019년 이후 약 260만 대, 19% 감소했다. 자동차 판매·정비·운송을 포함한 전체 가치사슬의 고용은 2025년 약 1,400만 명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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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 가능하고 현지 생산능력과 연계된 공공 수요는 유럽의 배터리·부품 공장 투자 타당성을 높일 수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IAA를 전략 부문에서 산업 생산능력과 탈탄소화를 가속하기 위한 규정안으로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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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수요 보호 자체가 경쟁력은 아니다. 정책이 성공하려면 기업들이 단순히 보호된 공공수요 몫을 확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비용을 낮추고 혁신하며 수출 경쟁력까지 갖춰야 한다.
더 나은 설계: 단계적 적용과 가격 접근성 안전장치
현지조달 요건은 영구적 울타리보다 한시적인 활주로에 가까워야 한다. 고려할 수 있는 안전장치는 다음과 같다.
- 요건을 예고된 일정에 따라 단계적으로 강화하기: 공급업체에는 투자 신호를 주되 단기 혼란은 줄일 수 있다.
- 보급형 전기차의 접근성 보호: 소형·저가 모델에 대한 표적 지원으로 가격에 민감한 가계가 ‘유럽산 프리미엄’을 과도하게 부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 실제 생산능력과 비용 절감에 지원을 연계: 공장 건설, 가동률, 혁신, 배터리 비용 하락에 보상해야 하며, 서류상 요건 충족에만 보상이 쏠려서는 안 된다.
- 정기 재검토와 종료 시점 설정: 가격, 생산, 공급망 회복력이 충분히 개선되는지 점검해 규제 지속의 근거를 확인해야 한다.
브뤼겔의 쿼터 대안과 통상 리스크
브뤼겔은 중국산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수출을 대상으로, 위반 시 즉시 원상복귀하는 장치(snapback mechanism)를 포함한 한시적 EU-중국 협정을 제안하기도 했다.
24 수입 급증을 완전히 차단하지 않으면서도 유럽 생산업체가 경쟁력을 높일 시간을 벌고, 시장 내 경쟁 압력은 일정 부분 유지하자는 구상이다.
그러나 법적·실무적 위험은 작지 않다. 브뤼겔은 현지조달 요건이 통상법 제약에 부딪힐 수 있으며, EU가 WTO 정부조달협정(GPA) 참여국 공급자에 대해 조달시장 접근 의무를 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50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한 수출제한 협정도 면밀한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 경쟁력 강화의 간단하고 지속 가능한 대체재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결론
IAA는 공공 지원·공공 구매 대상 전기차를 더 ‘유럽산’으로 만들 수 있다. 동시에 초기에는 생산비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 브뤼겔의 단기 계산은 60kWh급 적격 전기차에 최대 2,239유로의 비용 증가 가능성을 보여주고, T&E의 2030년 약 500유로 전망은 유럽 배터리 산업이 규모를 갖췄을 때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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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성패는 실행에 달려 있다. 저렴하면서도 경쟁력 있는 유럽 배터리·부품 생산능력을 만들고 보급형 전기차의 선택권을 지킨다면 산업 기반을 강화할 수 있다. 반대로 원가만 올리고 경쟁 압력만 낮춘다면, 장기적인 산업 성과 없이 비싼 ‘유럽산 프리미엄’만 남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