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첫 번째 차이나 쇼크는 저비용 제조업이 글로벌 공급망에 편입되면서 나타난 충격이었다. 현재의 충격은 중국 기업이 가치사슬의 상위 영역으로 빠르게 올라왔다는 점에서 다르다.
중국 내수는 약해졌지만 산업 생산능력은 여전히 크다. 분석가들은 이 조합이 중국 기업으로 하여금 남는 생산량을 해외로 돌리게 하고, 유럽 시장의 가격 경쟁을 심화시키는 동시에 유럽산 자본재에 대한 중국의 수요를 줄이고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경쟁 압력이 커지는 분야는 다음과 같다.
유럽 기업이 잃는 것은 단순한 판매량만이 아니다. 전기화와 탈탄소화를 위해 투자한 공장과 연구개발 프로그램의 수익률이 낮아질 수 있다. 생산이 중단되면 특정 부품을 만드는 공급업체, 연구 역량, 숙련 일자리도 함께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논쟁의 초점은 무역적자 규모에서 산업 회복력과 경제안보로 이동하고 있다.
독일은 유럽의 중국 의존도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사례다. 제조업과 수출이 경제모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자동차·기계·화학·산업장비가 핵심 산업이기 때문이다. 이 분야들은 한때 중국이 주요 고객이자 성장 시장이었던 영역이기도 하다.
그러나 중국 기업은 이제 독일 제품을 사는 고객이나 저비용 생산 파트너에 머물지 않는다. 자동차·기계·화학 분야에서 직접적인 경쟁자로 부상했다. 독일 기업은 중국 안에서, 제3국 시장에서, 그리고 점점 더 유럽 내부 시장에서 동시에 압박을 받고 있다.
무역 통계도 변화를 보여준다. 독일무역투자청(GTAI)의 잠정 자료를 인용한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2026년 1~6월 독일의 대중국 수출은 전년 동기보다 12% 넘게 줄어 370억 유로를 조금 밑돌았다. 중국은 독일의 수출 대상국 순위에서 2021년 2위였지만, 2026년 상반기에는 9위로 내려갔다.
폭스바겐을 비롯한 독일 자동차업체는 특히 어려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 중국 기업은 전기차·배터리·소프트웨어에서 강점을 확보했고, 유럽 제조업체는 내연기관 중심 사업을 전환하는 비용을 감당하고 있다. 중국과의 경쟁은 이제 단순한 가격 경쟁이 아니라 기술력, 제품 개발 속도, 통합 공급망을 둘러싼 경쟁으로 바뀌었다.
그렇다고 독일 제조업의 모든 문제를 중국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높은 에너지 비용, 느린 인허가, 분절된 자본시장, 숙련인력 부족, 디지털 전환 지연도 유럽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중국의 경쟁은 이런 약점을 새롭게 드러내는 요인이지, 모든 약점의 원인은 아니다.
EU는 하나의 포괄적인 대중국 정책을 한꺼번에 도입하기보다 품목별 무역 방어수단을 단계적으로 확대해왔다.
EU는 중국산 배터리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상계관세를 부과했다. 이는 일반적인 EU 자동차 관세에 추가되는 조치로, 중국산 전기차 수입 자체를 금지하기보다는 보조금으로 인한 경쟁 우위를 상쇄하는 데 목적이 있다. 2025년 말 일부 중국산 전기차에는 최대 35.3%의 추가 관세가 적용됐다.
철강에는 관세율할당을 포함한 세이프가드가 적용되고 있으며, 반덤핑·반보조금 조사도 병행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EU가 교역 상대국을 대상으로 시행 중인 반덤핑·반보조금 조치는 172건이었다. 이 가운데 중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치가 4분의 3을 조금 넘었다.
이런 제도는 일반적인 경쟁 수입과 덤핑·보조금·수입 급증으로 산업에 피해를 주는 수입을 구분하기 위한 것이다. 다만 품목별 조사는 절차가 길어 급변하는 산업 압력에 비해 대응 속도가 느릴 수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2025년 6월 국제조달수단(International Procurement Instrument)을 처음으로 사용해 중국 사업자와 중국산 의료기기의 EU 공공조달 참여를 제한했다. 적용 대상 계약은 500만 유로 이상이며, 조치는 5년간 유지된다.
유럽 정책 입안자들은 현재의 제도가 구조적인 산업 도전에 비해 너무 느리고 범위가 좁은지 검토하고 있다. 논의되는 방안에는 수입 급증이 심각한 산업 피해를 초래할 경우 신속하게 한시적 관세·쿼터·세이프가드를 도입하는 권한이 포함된다.
공공조달과 친환경 기술 지원에서 유럽산 제품이나 유럽 내 생산 비중을 더 강하게 요구하는 방안, 외국 정부 보조금과 해외 투자에 대한 심사 강화, 전략적 공급망의 중국 의존도 축소도 거론된다.
미국의 통상법 301조와 비슷한 권한을 EU에 부여하자는 주장도 있다. 제품마다 별도의 장기 조사를 진행하지 않고, 체계적인 국가 지원이나 시장 접근 제한에 더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꼽힌다.
하지만 장애물도 크다. EU 회원국마다 중국과의 상업적 이해관계가 다르고, 유럽 기업들은 중국을 시장이자 공급처로 여전히 필요로 한다. 강한 규제는 중국의 보복을 부를 수 있으며, 새로운 권한은 EU 법률과 국제무역 의무에도 부합해야 한다.
따라서 EU가 곧바로 전면적인 보호무역으로 이동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현재 나타나는 방향은 ‘상호적인 경쟁이 가능한 곳에서는 시장을 열고, 보조금·의존성·시장 접근 장벽이 중대한 곳에서는 방어한다’는 조건부 개방에 가깝다.
핵심 쟁점은 중국의 수출 경쟁력이 부당한 국가 지원에서 비롯됐는지, 아니면 실제 산업 경쟁력의 결과인지다.
유럽 각국 정부는 중국의 우대 금융, 토지·에너지 지원, 세제 혜택, 공공조달, 국가와 연계된 공급망을 문제로 지적한다. 이런 지원이 과잉생산을 유지하고, 시장 가격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낮은 가격으로 수출을 가능하게 한다는 주장이다.
중국 측은 규모의 경제, 혁신, 통합된 공급업체 네트워크, 빠른 실행력이 경쟁력의 원천이라고 반박한다. 유럽의 규제와 관세는 경쟁력이 떨어진 기존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보호무역이라는 논리다.
두 설명은 동시에 일부 사실을 담고 있을 수 있다. 보조금은 생산능력과 가격을 왜곡할 수 있지만, 유럽 기업 역시 높은 비용과 느린 행정절차 때문에 경쟁력을 잃고 있을 수 있다. 정책적 선택은 다음과 같은 위험 사이에서 이뤄져야 한다.
따라서 지속 가능한 대응은 선별적인 무역 방어와 함께 저렴한 청정에너지, 신속한 인허가, 더 깊은 자본시장, 혁신 금융, 유럽산 친환경 기술에 대한 수요를 함께 확대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는 2026년 1월 확정 단계에 들어갔다. 철강·알루미늄·시멘트·비료·수소·전기 등 탄소집약적 수입품에 포함된 배출량을 계산하고, 수입업체가 배출권 성격의 인증서를 구매·제출하도록 하는 제도다.
EU가 내세우는 이유는 ‘탄소 누출’을 막기 위해서다. 유럽 생산업체에는 탄소 비용을 부과하면서 수입품에는 아무런 비용이 없다면, 생산이 탄소 규제가 약한 국가로 이동하거나 수입품이 인위적인 가격 우위를 얻을 수 있다. CBAM은 대상 수입품의 탄소 비용을 EU 생산업체가 부담하는 비용에 가깝게 맞추려는 장치다.
그러나 BRICS 국가들은 이를 다르게 본다.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2026년 8월 회의에서 BRICS 환경장관들은 CBAM과 같은 조치를 “일방적이고, 징벌적이며, 차별적이고, 보호주의적”이라고 비판했다. 개발도상국 수출품에 부담을 주는 기후 규제를 선진국이 설계하고 있으며, 기후 적응 재원 확대 요구와도 연결된다는 주장이다.
논란은 표현의 차이에 그치지 않는다. CBAM이 국적이 아니라 배출량을 기준으로 삼더라도, 생산 과정의 탄소집약도가 높거나 배출량을 입증할 데이터가 부족하고 탈탄소화 금융에 접근하기 어려운 수출국은 더 큰 부담을 질 수 있다. 개발도상국 입장에서는 기후 규제가 부유한 국가가 정한 시장 접근 조건으로 작동하는 셈이다.
유럽은 서로 충돌하는 네 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산업 기반을 지키면서 개방무역의 이점을 유지해야 하고, 기후정책의 신뢰성을 확보하면서 중국·BRICS 국가·미국과의 더 큰 충돌도 피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효과적인 해법은 방임에 가까운 개방도, 무차별적인 관세도 아닐 가능성이 크다. 경쟁이 실제로 왜곡됐다는 증거가 있는 분야에는 정밀한 무역 조치를 사용하되, 유럽 내부에서는 생산성과 혁신을 높이고 비용을 낮추는 산업전략을 병행해야 한다.
중국의 수출 공세는 유럽이 오랫동안 당연하게 여겼던 전제를 흔들었다. 이제 EU에 필요한 질문은 ‘시장을 계속 열 것인가’가 아니다. 전략적 산업 역량이 무너지는 것을 막으면서도, 경쟁과 투자를 통해 그 역량을 다시 키울 수 있는 방식으로 시장을 열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