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균열은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전황이 늘어지면서 모스크바의 힘에 한계가 드러나자, 그간 조금씩 금이 가고 있었다. 수년간 러시아-튀르키예 관계는 러시아가 우위에 서서 앙카라가 전략적으로 모스크바에 더 의존하게 만드는 구도였다. 하지만 전장에서 러시아군의 기세가 꺾이면서 그 방정식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제 튀르키예는 흑해의 주요 해군 강국으로 부상할 잠재력을 지녔으며, 양국 관계가 더 이상 러시아 쪽으로 결정적으로 기울어지지 않는다는 분석마저 나왔다.
에르도안의 국내 정치 일정도 한몫했다. 재집권에 성공한 그는 수년간 얼어붙었던 서방 국가들과의 관계를 수복하기 위해 확보된 정치적 입지를 활용했고, 이는 푸틴과의 오랜 우정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에 충분했다. 괴뉼 톨의 분석은 앙카라의 방향 전환이 이념적 전향이 아니라 지정학적 실용주의에 따른 것임을 시사한다. 에르도안은 국내에서 대규모 체포, 야당 탄압, 경기 침체 등에 직면한 와중에도 외교 무대에서는 튀르키예의 전략적 가치를 서방과 재협상하는 지렛대로 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완전한 결별은 아니다. 앙카라는 여전히 모스크바와 천연가스 협상을 이어가며 실용적인 에너지 안전판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협력은 이제 더 넓은 동맹 관계의 기초라기보다는 예외에 가까워 보인다. 톨 박사는 에르도안의 행보를 일시적 동요가 아닌 ‘결정적인 친우크라이나 선회’라고 규정한다.
튀르키예의 후원은 우크라이나가 혼자서는 도달할 수 없는 아랍 주요국 및 전후 시리아로 가는 외교적 통로를 열어 주었다. 앙카라는 키이우를 안보 파트너이자 재건 사업의 주주로 자리매김함으로써, 레반트 지역(동지중해 연안)에서 러시아가 오랫동안 독점해 온 군사적 관계의 장벽을 적극적으로 허물고 있다. 2026년 4월의 다마스쿠스 정상회담에는 시리아의 국방 및 정보 책임자들도 대거 배석해, 논의 중인 안보 협력이 단순한 제스처가 아님을 증명했다.
우크라이나가 얻는 보상은 전략적 깊이다. 목숨 걸고 얻은 군사적 전문성이 가치를 인정받는 새로운 무대를 확보하고, 동시에 모스크바의 전략적 계산을 복잡하게 만들 연대를 구축할 수 있게 되었다. 튀르키예의 대가는 더 넓어진 지역 질서 조율자로서의 역할이다. 한 분석가가 지적했듯, 이란이 힘을 잃고 러시아의 시선이 우크라이나에 고정된 지금, “누가 새로운 중동의 지도를 쓸 것인가”라는 물음에 앙카라가 적극적으로 답하고 있는 셈이다.
요컨대, 괴뉼 톨의 평가는 명확하다. ‘중대한 순간’이 도래했다. 에르도안은 러시아 대신 우크라이나를 선택했으며, 푸틴은 한때 믿었던 파트너를 잃었다. 이제 그 파트너는 우크라이나의 중동 확장을 돕는 가장 핵심적인 조력자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