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 지역에서 원유 수출이 다시 늘었다고 해서 선박 연료와 경유까지 충분해지는 것은 아니다. 원유를 생산·수출하는 단계와 이를 정제해 각종 연료로 만드는 단계는 공급망의 서로 다른 고리다. 정유사의 생산 선택과 운송 여건까지 맞물리면서 연료 부족이 이어지고 있다.
1
3
9
원유가 늘어도 선박용 연료가 부족한 까닭
로이드리스트는 10월 21일, 전 세계 연료 부족 속에 정유사들이 경유와 휘발유 생산을 우선하면서 선박 연료로 쓰이는 고유황유(HSFO) 생산 여력이 줄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아시아 정유사들은 겨울을 앞두고 11월 HSFO 수입을 늘릴 계획이며, 2027년으로 미뤄진 정유시설 정비도 공급을 더 빠듯하게 만들 수 있다고 전했다.
3
핵심은 원유 한 배럴이 모든 종류의 연료로 똑같이 나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정유사가 경유와 휘발유 생산을 우선하면, 원유 수출이 회복돼도 HSFO 공급은 늘지 않을 수 있다. 선박 운항사 입장에서는 원유 시장의 반등과 별개로 벙커유, 즉 선박에 넣는 연료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
3
원유 수출과 경유 공급의 회복 속도는 다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10월 전망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9월 걸프 지역 원유 수출은 하루 1,390만 배럴로 전보다 440만 배럴 늘었다. 전쟁 전 수준의 75%를 넘긴 규모지만,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한 것은 아니다.
13
정제 연료의 사정은 더 어렵다. IEA는 공급 차질로 재고가 줄어든 가운데 경유 시장이 여전히 큰 압박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원유 선적이 반등했어도 경유 공급난은 2027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1
9
운송 경로의 불안도 남아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동서 송유관 공격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는 데 쓰이는 경로의 흐름이 일시 중단됐다고 전했다. 이 사례는 물리적 공급 경로가 다시 흔들릴 경우 원유 흐름과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17
치솟은 운임은 정유사의 부담을 키운다
원유를 실어 나르는 비용도 크게 올랐다. IEA 10월 전망을 다룬 보도에 따르면 걸프에서 아시아로 원유를 운송하는 초대형 유조선의 운임은 10월 초 배럴당 약 36달러에 달했다. IEA는 10월 중순 운송비가 배럴당 37달러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20
25
운임이 오르면 정유소에 도착하는 원유의 비용도 높아진다. IEA 전망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9월에는 기록적인 유조선 운임이 중질·고유황 원유를 처리하는 아시아 정유사의 마진을 마이너스로 밀어내기도 했다. 원유를 구할 수 있더라도 운송비 부담이 커지면 정제의 수익성이 나빠질 수 있다는 뜻이다.
20
24
소비자에게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
운송비 상승은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원유와 연료 가격을 밀어 올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IEA도 높아진 운송비가 소비자가 부담하는 원유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25 다만 제공된 자료만으로는 휘발유 가격이 얼마나 오를지, 국가별 영향이 어느 정도일지 특정하기 어렵다.
현재 확인되는 결론은 분명하다. 원유 수출의 회복만으로 정제 연료와 선박용 연료의 병목이 해소되지는 않았다. 정유사들은 생산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있고, 경유 공급은 빠듯하며, 비싼 운송비는 원유를 정유소까지 보내는 비용을 키우고 있다.
1
3
9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