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인프라 확대가 만드는 병목은 GPU나 고대역폭 메모리(HBM)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전력을 변환·조절하고, 시스템을 제어하며, 각 부품을 연결하는 칩도 대규모로 필요하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최첨단 미세공정이 아니라 8인치 웨이퍼와 특수 성숙공정에서 생산된다. AI 서버가 이 생산능력과 메모리 물량을 흡수하면서 데이터센터 주변부 칩은 물론 스마트폰의 원가와 수급에도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6
44
53
병목의 중심은 ‘성숙공정·특수 칩’이다
전력 소모가 큰 AI 서버에는 프로세서, 메모리, 저장장치, 네트워크 장비 주변에 방대한 전력 변환·전압 조절 회로가 붙는다. 그만큼 전력관리 IC(PMIC), 시스템 관리 및 전력 관련 부품 수요도 커진다. 업계 보도에 인용된 트렌드포스 분석에 따르면, 핵심 제약 중 하나는 8인치 BCD 공정의 생산능력이다. PMIC 납기는 약 2126주에서 3540주로 길어졌다.
44
이 칩들이 반드시 최첨단 칩인 것은 아니다. 아날로그 반도체, 전력관리 칩, 디스플레이 드라이버는 성숙공정 생산능력에 크게 의존하며, 최첨단 로직 생산량을 늘린다고 곧바로 대체할 수 있는 종류도 아니다. 따라서 AI 서버용 수요는 소비자 전자제품, 산업 장비, 통신 장비, 자동차 업체와 같은 특수 생산라인을 놓고 경쟁하게 된다.
6
7
다만 이를 ‘모든 반도체가 부족하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한 시장 전망에서는 성숙 로직 반도체 전반의 납기가 16~26주로 개선되고 가격도 안정적이거나 하락할 수 있다고 봤다. 반면 일부 PMIC 제품군은 타이트해지고 있다. 칩 종류, 공정, 패키징, 고객사의 인증 조건에 따라 상황이 크게 갈린다는 의미다.
10
파운드리 가격 인상도 일괄적이지 않다
‘5~20% 인상’이라는 숫자를 반도체 업계 전체의 단일 인상률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업체와 제품군별로 실제 조정 폭이 다르다.
- 트렌드포스는 SMIC가 일부 공정 가격을 약 10% 올렸고, VIS는 약 4~8% 인상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6
- UMC는 2026년 하반기 웨이퍼 가격 조정을 계획한 것으로 보도됐다. 앞선 보도에서는 약 10% 인상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회사가 일률적인 인상률을 공개한 것은 아니다.
8
-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SMIC의 연속 인상으로 8인치 성숙공정 가격이 누적 10
20% 올랐고, UMC는 특수 공정에서 812%를 목표로 한다고 분석했다.
13
- 넥스칩은 8인치 파운드리 가격을 10% 올린 것으로 전해졌으며, 2026년 상반기 8인치 파운드리 가격 인상 폭은 전반적으로 평균 5~15% 수준으로 언급됐다.
5
공통점은 전력 관련·특수 공정처럼 수요가 강한 영역에서 가격 결정력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모든 레거시 공정이 과거 공급난 수준으로 돌아갔다는 의미는 아니다.
5
6
10
파워칩 사례가 보여주는 ‘이중 압박’
대만 파워칩반도체제조(PSMC)는 공급 압박이 어떻게 전자제품 공급망으로 퍼지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PSMC는 7월 DRAM 가격을 45% 인상하고, 전력관리 칩과 디스플레이 드라이버 칩 가격도 10~15% 올린다고 밝혔다. 구조적 공급 부족이 2027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18
PSMC는 앞서 디스플레이 드라이버 생산 가격도 별도로 올렸다. 12인치 디스플레이 드라이버는 30%, 8인치 제품은 15% 인상했으며, 이유로 공급 부족을 들었다.
26
이 변화는 전자제품 공급망의 두 층이 동시에 조여질 수 있음을 뜻한다.
- 메모리: AI 연산과 클라우드 구축이 DRAM 생산능력을 흡수한다.
- 성숙공정 주변 칩: AI 가속기가 들어간 시스템에는 8인치 또는 특수 성숙공정에서 생산되는 전력·제어 칩이 필요하다.
두 영역이 함께 타이트해지면 기기 제조사는 핵심 메모리뿐 아니라 충전, 전력 제어, 화면 구동, 제품 관리에 필요한 부품에서도 원가 상승을 맞게 된다.
스마트폰 가격에 영향이 보이는 이유
IDC는 메모리 위기를 반영해 2026년 스마트폰 시장 전망을 크게 낮췄다.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16.7% 감소해 10억 대를 조금 넘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IDC가 기록한 가장 큰 연간 감소 폭이다. 반면 평균판매가격은 27.6% 오른 581달러, 전체 시장 가치는 6.3% 증가한 6,130억 달러로 전망됐다. 판매량이 아니라 가격 상승이 시장 가치를 떠받치는 구조다.
53
DRAM과 NAND를 더 비싸게 사거나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워지면 스마트폰 제조사의 선택지는 제한된다.
- 부품원가 상승을 흡수해 마진을 낮추거나
- 출고가·소비자가를 올리거나
- 마진이 높은 제품에 부품을 우선 배정하거나
- 사양과 조달 계획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광범위한 비용 압력 자체는 뒷받침되지만, 특정 국가의 휴대폰 가격 인상률이나 프리미엄폰 원가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고정 비중처럼 개별 시장에 관한 수치는 별도 근거가 없는 한 일반화하기 어렵다.
저가형 스마트폰은 특히 취약하다. 메모리나 전력 부품 가격 상승을 흡수할 마진 여지가 더 작기 때문이다. 한국의 보도에 따르면 2026년 2분기 100달러 미만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약 60% 감소했다. 이는 글로벌 스마트폰 평균 가격 상승과 맞물린 현상으로 제시됐다.
57
공급 완화가 빨리 오기 어려운 이유
가장 타이트한 부품군은 특정 공정 기술과 생산라인에 묶여 있어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렵다. 트렌드포스 관련 보도는 AI용 전력관리 부품 수요가 이어지는 가운데 일부 8인치 생산능력이 줄어든 점을 지적했다. 이 조합이 가동률을 높이고 가격 조정을 뒷받침했다는 것이다.
7
메모리 가격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톰스 하드웨어가 전한 트렌드포스 조사에서는 2026년 3분기 일반 DRAM 계약가격이 전 분기 대비 1318%, NAND 가격은 1015%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2분기에 언급된 약 60% 급등보다는 상승 속도가 둔화하는 수치지만, 여전히 큰 폭이다.
21
따라서 가장 신중한 해석은 이렇다. DRAM과 일부 성숙공정 전력·디스플레이 부품의 수급 긴장은 PSMC 전망처럼 2027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2028년 이후까지 공급난이 지속된다는 것은 확정된 사실이 아니다. AI 인프라 투자, 메모리 생산량 배분, 파운드리 증설 결정, 스마트폰·자동차·산업 전자 수요에 달려 있다.
18
다음으로 볼 지표
‘반도체 부족’이라는 한마디보다 아래 지표가 실제 상황을 더 잘 보여준다.
- PMIC 납기: 약 35~40주 수준이 계속되면 AI 서버 전력 인프라의 압박이 지속된다는 신호다.
44
- 8인치·특수 공정 가동률: 다수의 전력·디스플레이 부품이 의존하는 생산능력이다.
6
7
- DRAM·NAND 계약가격 흐름: 메모리 가격은 서버와 스마트폰의 원가로 직접 전가된다.
21
- 스마트폰 제품 믹스와 가격: 출하량은 줄고 평균 가격은 높아진다는 IDC 전망은 비용 전가의 가시적 척도다.
53
AI 붐은 가장 앞선 프로세서 수요만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다. 전력 공급, 메모리, 성숙공정 기반 보조 칩까지 전략적 제약 요인으로 만들고 있으며, 그 부담은 이제 데이터센터 밖의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