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를 짓는 데 필요한 것은 GPU와 HBM만이 아니다. 서버와 가속기 사이에서 대용량 데이터를 오가는 고속 광인터커넥트도 필수다. 이 광통신 부품에 쓰이는 포토닉스-SOI(Photonics-SOI) 웨이퍼의 공급이 빠듯해지면서, 프랑스 반도체 소재 기업 소이텍(Soitec)은 고객에게 몇 년 앞선 물량 예약을 요구하고 있다.
방식은 단순한 선착순 대기가 아니다. 고객은 다년 계약으로 물량을 확보하고, 가격을 고정하며, 약정 물량에 연동된 보증금을 낸다. 여기에 고객 재고 공개 요건까지 더해졌다. 이는 실제 생산 수요와 공급난을 우려한 과잉 주문을 가려내기 위한 장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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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 계약은 어떻게 작동하나
보도된 소이텍의 계약 구조는 세 가지 도구를 묶는다.
- 다년 생산능력 예약: 고객이 생산 전부터 필요한 웨이퍼 물량을 확보한다.
- 고정가격: 고객은 향후 가격 변동 위험을 줄일 수 있지만, 수요가 약해져도 가격을 다시 협상할 여지는 작아진다.
- 약정 물량 연동 보증금: 고객이 약속한 구매량을 채우면 보증금을 돌려받고, 채우지 못하면 소이텍에 귀속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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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구조는 불확실한 장래 수요를 제조 투자에 쓸 수 있는 확정성 높은 약정으로 바꾼다. 로이터는 소이텍의 현 생산능력이 올해와 내년 수요를 이미 커버한다고 보도했다. 따라서 이 계약의 핵심 역할은 당장 남은 물량을 파는 것보다, 이후 추가 공급의 배분과 증설 결정을 관리하는 데 있다. 포토닉스 고객과의 예약 계약은 10건 이상 논의 중이었고, 8월 말 보도 당시 약 80%가 수주 내 체결될 전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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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재고 공개가 중요한 이유
공급이 부족할 때 고객은 실제 필요량보다 많은 물량을 ‘보험’처럼 예약할 유인이 생긴다. 이른바 과잉 예약이다. 소이텍이 고객에게 재고 데이터를 공유하도록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소이텍은 고객이 이미 보유한 웨이퍼 재고와 추가 할당 요청을 비교해, 실수요에 가까운 주문인지 예방적 비축인지 판단할 근거를 얻을 수 있다.
40 배분의 세부 기준은 공개되지 않았고 수요 예측의 위험도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경쟁사의 물량 확보를 막기 위해 생산능력을 선점하는 행위를 줄이고, 증설 속도를 정할 때 더 믿을 만한 수요 정보를 확보하는 효과는 기대할 수 있다.
공급자 우위의 원천과 한계
UBS는 소이텍이 포토닉스 기판 시장의 약 95%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회사가 검증해 공개한 시장점유율이 아니라 계약 보도에서 인용된 업계 추정치라는 점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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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정치가 맞다면 소이텍은 실리콘 포토닉스 공급망의 특수한 상류 단계에서 상당한 협상력을 가진다. 하지만 계약이 물리적인 생산능력을 즉시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 대신 예약 및 취소 리스크의 더 큰 부분을 구매자에게 이전하고, 공급자에는 수요와 매출의 가시성을 높여준다. 광통신 부품 고객 입장에서는 조기에 공급을 확보하는 대신 구매 유연성을 일부 포기하는 거래다.
수요는 가속하지만, 증설은 시간이 걸린다
포토닉스-SOI는 소이텍의 핵심 성장 사업으로 부상했다. 소이텍은 2026 회계연도 포토닉스-SOI 매출이 1억 달러를 넘었다고 밝혔으며, 2027 회계연도 1분기에는 AI 데이터센터용 고속 광트랜시버 수요에 힘입어 관련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두 배가 됐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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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전망은 더 높아졌다. 소이텍은 9월 2일 거래 업데이트에서 2027 회계연도 포토닉스-SOI 매출이 2026 회계연도의 1억 달러를 조금 웃돈 수준 대비 2.5~3배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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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수요 신호와 긴 투자 리드타임이 공존하는 시장인 만큼, 장기 예약 계약은 고객 약정과 증설 투자를 미리 맞추는 수단이 된다.
싱가포르 증설도 ‘고객 인증’이 관문이다
소이텍은 프랑스 베르냉과 싱가포르에서 300mm 생산으로 전환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7월 회사는 싱가포르의 300mm SOI 팹이 초기 고객을 대상으로 포토닉스-SOI 대량생산 인증을 받았으며, 추가 고객 인증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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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이 양산 가능한 상태가 됐다고 해서 모든 고객에게 즉시 공급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각 고객은 자사 제품 공정에서 해당 소재와 공정을 별도로 인증해야 한다. 싱가포르 램프업은 공급 대응 능력을 키우지만, 희소성을 단번에 해소하는 조치가 아니라 단계적으로 진행되는 증설이다.
CoWoS가 보여주는 AI 공급망의 또 다른 병목
비슷한 현상은 하류인 첨단 패키징에서도 나타난다. CoWoS는 AI 가속기에 사용되는 TSMC의 첨단 패키징 기술이다. 공격적인 증설에도 공급은 여전히 빠듯하다. 6월 보도는 업계 추정을 인용해 당시 CoWoS 수급 격차가 약 20%이며, 2026년 말에는 약 10%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전했다. 이는 TSMC의 공식 가이던스가 아닌 추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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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능력 수치는 파트너 물량 포함 여부 등에 따라 출처별로 다르다. 한 최근 추정은 TSMC CoWoS 생산능력이 2024년 말 월 약 3만5,000장 수준에서 2026년 말 월 약 12만5,000~13만 장으로 늘어날 것으로 본다. 약 4배 확대에 해당하며, ‘거의 9배’ 증설로 보기는 어렵다.
19 생산능력을 크게 늘려도 수요가 함께 더 빠르게 늘면 병목은 남을 수 있다.
AI 장비 구매자에게 남는 메시지
AI 인프라는 하나의 부품만으로 제약받지 않는다. 특수 광학 기판, 광트랜시버 생산, 첨단 패키징, 그리고 각 단계의 고객 인증 공정이 모두 병목이 될 수 있다.
소이텍의 계약은 그중 한 병목에서 공급자 우위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 보여준다. 고객은 일찍 생산능력을 예약하고, 보증금으로 약정의 신뢰성을 뒷받침하며, 공급자가 제한된 생산량을 배분할 수 있도록 재고 정보를 제공한다. 구매자에게 이는 이론적인 문제가 아니다. 핵심 AI 하드웨어 투입재에 접근하려면 최종 시스템 수요가 명확해지기 훨씬 전부터 공급 약정을 맺어야 하는 환경이 강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