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 설계는 이제 컴퓨팅 성능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력 공급, 부지, 전력망 접속, 인허가 또는 지역 정치 때문에 하나의 거대한 캠퍼스를 짓기 어렵다면, 운영자는 여러 지역에 GPU 용량을 나눠 배치해야 한다. 릴러티비티 네트웍스(Relativity Networks)는 더 빠른 광전송 매체가 이처럼 떨어진 시설들을 하나의 긴밀하게 결합된 시스템처럼 작동하게 만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회사의 ChronoCore 플랫폼은 기존 광섬유처럼 빛을 단단한 유리 내부로 보내는 대신, 공기가 채워진 중심부를 통과시키는 중공 코어 광섬유를 사용한다. 릴러티비티 네트웍스는 이 방식이 전파 지연을 기존 광섬유의 약 5마이크로초/km에서 약 3.4~3.5마이크로초/km로 낮출 수 있다고 설명한다. 1618
핵심은 ‘거리의 대가’를 줄이는 것
광섬유가 데이터센터 사이의 물리적 거리를 없애주는 것은 아니다. 다만 광신호가 그 거리를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GPU 풀이 여러 시설에 분산되고, AI 작업이 이들 사이에서 데이터를 반복적으로 주고받는다면 이 차이가 중요해진다.
릴러티비티 네트웍스가 제시하는 용도는 데이터센터 간 연결이다. 회사의 케이블은 AI 시설 사이에 24개의 저지연 경로를 제공하도록 설계됐으며, 중공 코어 광섬유를 사용하면 비슷한 지연 수준에서 데이터를 약 1.5배 더 멀리 보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1424
실무적으로는 인프라 계획의 선택지가 늘어나는 셈이다. 지금까지는 긴밀하게 연결된 AI 시스템을 하나의 연속된 캠퍼스에 구축하는 것이 사실상 유일한 해법으로 여겨졌다면, 앞으로는 전력과 개발 여건이 더 나은 여러 부지의 컴퓨팅 자원을 결합하는 방안이 가능해질 수 있다.
AI가 지연 시간에 더 민감한 이유
일반적인 연결에서는 몇 마이크로초의 추가 지연이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여러 시설에 분산된 작업이 빈번하게 조정돼야 한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릴러티비티 네트웍스는 광섬유의 전파 지연을 낮추면 분산 학습과 추론이 더 넓은 물리적 범위에서도 동기화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110
회사는 이를 “지리(geography)가 컴퓨터의 일부가 되는” 변화라고 표현한다. 네트워크가 단순히 서로 다른 시설을 연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설들이 하나의 조율된 AI 생산 시스템처럼 작동할 수 있는 거리의 한계를 결정한다는 의미다. 1718
그렇다고 더 빠른 광섬유만으로 여러 데이터센터가 하나의 클러스터로 변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성능은 스위치, 트랜시버, 네트워크 토폴로지, 소프트웨어, 작업 특성, 그리고 경로상의 다른 모든 지연 요소에 좌우된다. 중공 코어 광섬유가 해결하려는 부분은 그중 광신호의 전파 시간이다.
‘50% 더 빠르다’는 표현을 어떻게 봐야 하나
이번 발표를 다룬 일부 보도는 중공 코어 광섬유가 기존 광섬유보다 약 50% 빠르다고 설명했다. 2 반면 릴러티비티 네트웍스의 자료는 ChronoCore가 킬로미터당 약 3.4마이크로초의 지연을 제공하며, 유리 광섬유보다 약 47% 빠르고 같은 거리에서 지연이 약 32% 낮다고 제시한다. 18
이 수치들을 서로 완전히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지연 시간이 5마이크로초에서 3.5마이크로초로 줄었다면 일방향 전파 지연은 30% 감소한 것이다. 이를 속도 증가로 환산하면 단순 비교 기준에서 약 43%다. 정확한 비율은 어떤 기준값과 측정 방식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헤드라인의 퍼센트 자체라기보다, 유리 대신 공기 중심 구조를 사용함으로써 시설 사이의 실질적인 배치 가능 거리를 얼마나 늘릴 수 있느냐이다.
투자보다 더 눈길을 끄는 4,000만 달러 주문
릴러티비티 네트웍스는 2,200만 달러 규모의 SAFE 투자 유치를 발표했고, 이름을 공개하지 않은 하이퍼스케일러로부터 별도의 4,000만 달러 후속 주문도 확보했다. 23 SAFE(Simple Agreement for Future Equity)는 일반적으로 향후 가격이 정해진 투자 라운드에서 지분으로 전환되는 계약이다. 따라서 이번 자금은 전통적인 기업가치 평가 기반의 지분 투자라기보다 초기 단계 성장 자금으로 보는 편이 정확하다. 2
후속 주문은 다른 종류의 신호를 보낸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하이퍼스케일러는 ChronoCore를 데이터센터 간 연결에 테스트한 뒤 추가 주문을 냈다. 적어도 한 대형 클라우드 사업자가 초기 평가를 넘어선 것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 대목이다. 113
다만 이것이 광범위한 도입의 증거는 아니다. 고객사는 공개되지 않았고, 계약의 배치 일정, 구체적인 시험 결과, 최종적으로 어느 정도 규모의 인프라를 뒷받침할지에 관한 정보도 공개되지 않았다. 4,000만 달러는 상업적 관심을 보여주는 지표이지, 중공 코어 광섬유가 기존 광섬유를 표준적으로 대체하리라는 보장은 아니다.
제품 뒤에 있는 인프라의 변화
릴러티비티 네트웍스가 겨냥하는 제약은 GPU 자체가 아니라 충분한 전력과 개발 가능한 부지를 어디서 확보하느냐에 있다. 회사 자료와 관련 보도는 운영자들이 사용 가능한 전력과 현실적인 부지를 찾아 AI 인프라를 지리적으로 떨어진 여러 캠퍼스로 분산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1627
이 변화는 네트워크의 역할도 바꾼다. 전통적인 데이터센터 구축에서 네트워크는 주로 정해진 시설 안의 장비를 연결한다. 반면 분산형 AI 구축에서는 각 시설이 같은 시스템에 참여할 수 있을 만큼 가까운지 여부를 시설 간 연결망이 좌우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중공 코어 광섬유는 ‘지리적 확장’을 가능하게 하는 인프라 계층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운영자는 충분한 전력, 토지, 전력망 접속, 정치적 지지를 한곳에서 모두 확보할 때까지 기다리는 대신, 전력 확보가 가능한 여러 지역의 컴퓨팅 자원을 묶을 수 있다는 구상이다. Optics.org는 일반적인 광섬유 연결의 제약이 약 60km인 반면 릴러티비티 네트웍스의 광섬유는 잠재적으로 90km까지 확장할 수 있다는 회사 측 비교를 전했다. 다만 특정 AI 작업에서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거리는 전체 시스템 설계에 따라 달라진다. 24
이번 발표가 보여주는 것과 보여주지 않는 것
이번 발표는 AI 시스템이 커질수록 업계가 연산 밀도와 시설 내부 네트워크뿐 아니라 전체 시스템의 물리적 지리까지 최적화하려 한다는 흐름을 보여준다.
2,200만 달러의 자금은 릴러티비티 네트웍스가 생산 규모를 키울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여기에 하이퍼스케일러의 후속 주문은 적어도 한 대형 사업자가 중공 코어 방식의 가능성을 진지하게 평가했다는 신호다. 34 기술적 제안은 분명하다. 전파 지연을 낮추면 지리적으로 분산된 GPU 용량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활용하기가 더 쉬워질 수 있다.
그러나 운영 측면의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제조 규모, 비용, 신뢰성, 설치 복잡성, 실제 분산형 AI 작업에서 측정한 종단 간 성능에 대한 공개 자료가 더 필요하다. 이런 정보가 나오기 전까지 ChronoCore는 AI 데이터센터의 지리 문제를 해결했다는 증명이라기보다, AI 인프라의 제약 조건이 바뀌는 가운데 나온 중요한 기술적 베팅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