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온라인 결제는 사람이 결제 화면을 확인하고 한 번 승인하는 흐름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기계 중심의 상거래는 다르게 작동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 에이전트가 사용자를 대신해 서비스를 구매하거나, 산업 시스템과 연결 기기가 운영 과정에서 소액 결제를 계속 실행할 수 있다.
마스터카드는 AP4M을 검증된 에이전트가 정해진 권한 안에서 거래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제공업체와 연결되며, 고빈도 결제를 실행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로 설명한다. 거래는 마스터카드의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에서 기계의 속도로 승인·조정·정산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런 다중 레일 전략은 마스터카드가 모든 거래에 동일한 결제 수단을 강제하지 않으면서도, 그 주변의 인증과 권한, 보안, 결제 보증을 제공하려는 시도다.
마스터카드는 AP4M을 단일 사업자가 통제하는 폐쇄형 제품이 아니라 여러 기업이 연결되는 생태계로 구축하고 있다. 회사에 따르면 초기 도입 또는 지원에 참여한 기업은 30곳이 넘는다. 공개된 명단에는 Adyen, Ant International, BVNK, Checkout.com, Cloudflare, Coinbase, Getnet by Santander, Global Payments, Lovable, OKX, Stripe, Tempo 등이 포함된다.
이 기업들은 결제 생태계의 서로 다른 영역을 대표한다.
다만 공개 자료는 이 기업들을 AP4M의 초기 참여자 또는 지원 기업으로 설명할 뿐, 각 회사의 구체적인 업무 범위를 모두 밝히지는 않는다. 특히 Ripple, Solana Foundation, Polygon이 이번 출시에서 어떤 역할을 맡는지에 대해서는 제공된 자료만으로 구체적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마이클 미백 마스터카드 최고경영자(CEO)는 스테이블코인을 이념적 대안이라기보다 실용적인 결제 기술로 설명해 왔다. 규제를 받는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은 정산 속도를 높이거나, 국경 간 송금을 더 빠르고 예측 가능하게 만들거나, 기존 금융 절차가 느린 분야에서 유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미백 CEO는 스테이블코인이 달러를 대체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 관점에서 스테이블코인은 마스터카드 네트워크의 대체재가 아니라 추가적인 결제 레일이다. 전통적인 법정화폐, 카드, 은행 계좌 결제, 토큰화된 예금, 스테이블코인이 공존하는 가운데 마스터카드는 인증 정보, 사용 권한, 가맹점 수용, 보안, 정산 같은 주변 서비스를 제공하려 한다.
마스터카드는 이미 카드 결제 대금을 스테이블코인으로 정산받거나, 가맹점에 스테이블코인 또는 법정화폐로 지급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에는 영업일 중 수시 정산뿐 아니라 주말과 공휴일 정산 주기도 포함된다.
이 같은 기능은 사람의 영업시간이나 단 한 번의 결제 화면을 전제로 하지 않는 기계 결제에서 의미가 있을 수 있다.
마스터카드는 140개가 넘는 기업이 참여한 것으로 로이터가 보도한 컨소시엄 Open Standard에도 참여하고 있다. 여기에는 Visa와 Coinbase도 포함된다. 이 컨소시엄은 결제 분야에서 스테이블코인 활용을 넓히기 위해 미국 달러에 연동된 ‘Open USD’를 개발하고 있으며, 2026년 하반기 출시가 예상된다고 보도됐다.
Open Standard와 AP4M은 같은 문제의 서로 다른 부분을 다룬다. AP4M이 검증된 에이전트의 거래 권한과 기계 결제의 실행·조정·정산을 다룬다면, Open USD는 그 거래에 사용할 수 있는 상호운용 가능한 정산 수단을 만드는 데 초점이 있다.
두 전략이 결합되면 특정 결제 형식, 발행사, 블록체인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여지가 있다. 그러나 이것이 AI 에이전트 상거래가 이미 대중화됐다는 뜻은 아니다. Open USD는 2026년 하반기 출시가 예상되는 단계이며, 마스터카드는 에이전트 상거래 매출을 별도의 재무 항목으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마스터카드의 신규 전략은 이미 규모가 큰 기존 결제 사업을 기반으로 추진되고 있다. 회사는 2026년 2분기 순매출 93억 달러,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를 기록했다. 조정 순이익은 45억 달러, 조정 희석 주당순이익은 5.04달러였다.
다만 이 수치는 기존 결제 네트워크의 실적이다. Agent Pay나 AP4M에서 발생한 매출이 별도 사업으로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보여주는 수치는 아니다. 현재 시점에서 마스터카드의 에이전트 상거래 전략은 실적을 견인하는 독립 사업이라기보다, 향후 시장이 커질 때 참여할 수 있도록 선택지를 확보하는 투자에 가깝다.
마스터카드가 내다보는 미래에는 소비자가 AI 비서에 구매를 맡기고, 기업이 에이전트를 활용해 서비스 조달과 결제를 자동화하며, 기계가 데이터·컴퓨팅·에너지 같은 서비스를 서로 구매하는 장면이 포함된다. 각각의 거래는 서로 다른 통화와 결제 레일을 사용할 수 있다.
남은 과제는 실제 채택이다. 소비자와 가맹점, 은행, 규제당국이 자동화된 결제를 신뢰해야 하고, 매우 작고 빈번한 거래가 여러 네트워크에서 경제성을 확보해야 한다. 마스터카드의 파트너 확대, 스테이블코인 투자, 토큰화된 인증 정보 개발은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전에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따라서 현재 마스터카드의 움직임을 ‘카드 사업의 포기’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카드는 앞으로 가치가 이동하는 여러 방식 중 하나가 되고, 마스터카드는 승인된 AI 에이전트와 기계가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돕는 신뢰 계층으로 남으려는 모습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