京东(징둥)는 인공지능을 하나의 폐쇄형 소프트웨어 상품이 아니라 산업 인프라로 만들겠다는 전략을 내놓고 있다.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인 류창둥은 기술 장벽을 ‘기술을 이용한 착취’에 비유하며, AI 역량이 특정 기업이나 국가만을 위한 것이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京东는 이를 모델 공개에만 그치지 않고 데이터, 하드웨어, 배치, 서비스까지 연결하는 풀스택 전략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1
2
이 구분은 중요하다. 京东가 내놓는 것은 단순한 챗봇이나 모델 가중치 모음이 아니다. 실제 현장에서 데이터를 모으고, 모델을 학습시키고, 로봇을 제작한 뒤, 물류와 제조 현장에서 성능을 검증하고, 이를 다른 기업과 산업에 적용하는 반복 가능한 경로를 만들려는 시도다. 이 방식이 물리 AI 도입 비용과 복잡성을 낮출 수 있을지는 아직 더 검증해야 하지만, 회사가 겨냥하는 방향은 분명하다.
대규모 투자와 ‘선택적 개방’으로 출발
京东는 2026년 상반기 연구개발 투자가 전년 동기 대비 53.2% 증가했다고 밝혔다. 투자금은 JoyAI 모델군, 체화지능, 물리 AI 인프라, 산업용 애플리케이션 등에 집중되고 있다. 회사는 자체 개발한 풀스택 AI 기술을 글로벌 파트너에게 개방하겠다는 방침도 내놓았다.
2
3
개방은 여러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京东는 일부 모델을 Hugging Face와 GitHub를 통해 공개했고, 8만 곳이 넘는 판매자에게 디지털 휴먼 라이브커머스 도구를 무료로 제공했다. 사람이 직접 작업하는 시점의 영상을 담은 EgoLive 데이터셋도 산업계에 공개했다.
2
3
8
다만 여기서 ‘오픈’이라는 표현을 모든 구성 요소가 동일한 조건으로 완전히 공개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모델 가중치, 학습 데이터, 데이터셋 이용 권한, 배포 소프트웨어, 상업 서비스는 각각 접근 조건이 다를 수 있다. 실제 이용자에게 중요한 것은 모델에 오픈소스라는 이름이 붙었는지뿐 아니라, 관련 데이터와 도구를 활용해 애플리케이션을 실제로 구축하고 운영할 수 있는지다.
京东의 진짜 자산은 현실 세계의 작업 데이터
물리 AI는 인터넷에 쌓인 텍스트만으로 학습하기 어렵다. 로봇은 물체와 공간, 움직임, 시간, 안전 제약을 이해해야 하며, 자신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도 판단해야 한다. 京东는 20년 넘게 창고, 소매, 물류 사업을 운영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이런 문제가 반복해서 발생하는 현장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2
3
4
회사는 2년 동안 1,000만 시간 이상의 1인칭·제3자 시점 현실 영상을 수집할 계획이다. 데이터 수집 범위는 소매점, 창고, 물류, 산업 현장, 가정 등으로 제시됐다. 京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체화 데이터 수집 센터를 구축하고 있으며, 장쑤성 쑤첸에는 체화 데이터 수집 커뮤니티도 조성했다고 밝혔다.
1
5
6
29
30
이 전략의 공개된 첫 단계가 EgoLive다. 京东는 이를 업계 최대 규모의 사람 시점 데이터셋이라고 설명했으며, 첫 공개분은 약 2,000시간 분량으로 300개가 넘는 작업을 다룬 것으로 보도됐다. 대학, 개발자, 생태계 기업을 대상으로 고정밀 데이터셋을 선별 제공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다만 이러한 규모와 ‘최대’라는 평가는 京东의 발표나 업계 보도에 따른 것으로, 독립적인 벤치마크로 확인된 수치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4
5
6
30
京东가 구상하는 데이터 순환고리는 다음과 같다.
- 실제 작업자와 기계가 영상 및 운영 데이터를 생성한다.
- 수집된 데이터로 인식·계획·상호작용 모델을 학습한다.
- 개선된 모델을 창고, 배송망, 공장, 서비스 현장에서 시험한다.
- 실제 배치 과정에서 예외 상황과 성능 피드백을 확보한다.
- 검증된 기능을 더 많은 기업과 산업에 제공한다.
결국 京东의 물리 AI 전략은 현실 사업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에 크게 의존한다. 오픈 모델은 실험의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지만, 신뢰할 수 있는 물리 AI를 만들려면 실제 업무와 성능을 측정할 수 있는 인프라가 함께 필요하다.
JoyAI는 하나의 거대 모델이 아니라 부품군에 가깝다
京东의 오픈 AI 전략은 여러 종류의 모델을 묶은 포트폴리오 형태다. JoyAI-Echo는 장시간 오디오·비디오 생성, JoyAI-VL-Interaction은 실시간 시각·언어 상호작용, JoyAI-Video-Edit는 스트리밍 영상 편집을 겨냥한다.
5
7
11
18
이 가운데 JoyAI-VL-Interaction은 물리 환경과 특히 밀접하다. 정지 이미지에 관해 질문에 답하는 방식이 아니라, 계속 들어오는 영상 스트림을 처리하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다. 공개 자료에는 모델뿐 아니라 학습 방식, 시간 정렬 상호작용 데이터, 실시간 스트리밍 배포 스택이 함께 포함돼 있다. 기술 문서는 이 시스템을 80억 개 매개변수 규모의 비전 우선 모델로 설명하며, 연속 영상을 1초 미만 지연으로 처리할 수 있다고 제시한다.
17
19
23
이런 패키지는 카메라의 지속적인 입력을 기반으로 서비스를 만들려는 개발자의 엔지니어링 부담을 낮출 수 있다. 동시에 京东의 전체 전략도 보여준다. 재사용 가능한 구성 요소는 외부에 공개하되, 그 구성 요소가 실제로 학습되고 평가되고 통합되는 현실 현장에서는 자체적인 우위를 유지하는 방식이다.
RoboBase, 소프트웨어에서 제조 인프라로 확장
모델을 공개하는 것만으로 물리 AI 산업이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로봇에는 부품 조달, 조립, 테스트, 통합, 유지보수, 현장 지원이 필요하다. 京东의 RoboBase는 이 빈틈을 메우려는 산업 인프라 프로젝트다.
첫 RoboBase 시설은 2026년 광저우에서 착공했다. 京东는 이 프로젝트를 연구·제조·응용·서비스를 잇는 순환 구조로 설명하며, 향후 5년 동안 중국 전역에 80곳이 넘는 로봇 기지를 세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3
6
8
10
계획대로라면 京东는 단순한 AI 애플리케이션 사업자를 넘어 로봇 기업의 인프라·서비스 파트너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공급망, 모델, 데이터 수집, 시험 현장, 생산 능력, 사후 서비스를 한데 묶어 제공하는 구상이다. 다만 현재 공개된 자료는 계획과 회사의 전략적 포지셔닝을 보여주는 데 더 가깝고, 독립적으로 감사된 운영 성과를 제시하는 단계는 아니다.
물류 배치는 ‘반복 가능한가’를 시험하는 무대
京东는 물리 AI의 대표적인 실증 현장으로 자사 물류망을 활용하고 있다. 회사와 업계 보도에 따르면 주요 사례는 다음과 같다.
- ‘즈랑(智狼)’ 상품 대 사람(goods-to-person) 시스템이 해외 시장을 포함해 60곳이 넘는 창고에 적용됐다.
- ‘이랑(异狼)’ 양팔 로봇은 상품을 인식하고 집어 올린 뒤 적재하는 과정을 약 10초 만에 수행할 수 있다고 보고됐다.
- 1,000대가 넘는 자율주행 배송 차량이 중국 20개 이상의 성에서 운영되고 있다.
- 쓰촨성의 드론 배송망은 78개 행정촌을 포괄하며, 일부 배송은 약 7분 만에 완료된다고 소개됐다.
8
11
24
이 사례들은 창고 보관, 피킹, 운반, 분류, 라스트마일 배송을 두루 다룬다. 전략적 의미는 단순히 자동화 시연에 있지 않다. 京东는 모델과 로봇이 연구실의 시제품에 머무르지 않고 여러 지역에서 반복 가능한 업무 흐름으로 통합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 한다.
24
다만 관련 근거는 주로 회사 발표나 업계 보도에 기반한다. 따라서 현재 확인할 수 있는 가장 강한 결론은 京东가 상당한 규모의 배치 사례를 제시하며 산업화 전략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정도다. 총비용, 안전성, 가동률, 인력 운영에 미치는 효과가 실제로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내는지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京东 내부를 넘어 제조업과 판매자로 확장
京东는 산업용 AI 에이전트가 3,000곳이 넘는 제조업체를 지원하며, 데이터 거버넌스 작업에 걸리는 시간을 수개월에서 수시간으로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JoyAvatar 디지털 휴먼 도구가 8만 곳이 넘는 판매자에게 사용됐고, 2분기 라이브커머스 계정 수가 전년 동기 대비 세 배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Aidol Creation Camp를 통해 50개가 넘는 AI 하드웨어 제품이 시장에 출시됐다는 보도도 있다.
2
8
이 사업들은 京东의 고객 범위를 물류 밖으로 넓힌다. 판매자는 디지털 진행자를 활용할 수 있고, 제조업체는 산업용 에이전트를 적용할 수 있다. 대학과 개발자는 데이터셋을 연구에 활용하고, 하드웨어 스타트업은 공급망과 실제 적용 현장에 접근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참여자가 늘어날수록 배치 피드백이 쌓이고, 기반 기술의 활용 시장도 커진다.
이는 기업 내부 자동화 프로그램과 산업 플랫폼 전략의 차이다. 京东는 AI 기능을 외부로 확산하는 동시에 물류 효율 개선, 운영비 절감, 하드웨어 제조, 시스템 통합, 판매자 성장, 산업 생산성 향상 등 주변 서비스에서 가치를 회수하려 한다.
아직 입증해야 할 것들
京东의 청사진은 비교적 일관된다. 대규모로 스택에 투자하고, 일부 기능을 공개하고, 실제 작업에서 데이터를 모으고, 물리 작업용 모델을 학습하고, 로봇을 제조·시험한 뒤 기존 운영망을 통해 배치하는 구조다. 이는 물리 AI의 경쟁 단위가 개별 모델보다 완성된 시스템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3
4
31
그러나 개방이 곧 저비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배치 사례가 곧 지속적인 생산성 향상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앞으로는 다음과 같은 항목에 대한 독립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 파트너가 모델, 데이터, 배포 소프트웨어를 어느 범위까지 활용할 수 있는가
- 데이터셋의 문서화 수준과 이용 허가, 개인정보·데이터 거버넌스 장치가 충분한가
- 서로 다른 창고, 국가, 산업, 하드웨어 플랫폼으로 기술이 얼마나 잘 이전되는가
- 통합·유지보수·감독 비용까지 포함했을 때 로봇이 총운영비를 실제로 낮추는가
- 제3자 개발자와 제조사가 생태계가 창출한 가치를 어떻게 나누는가
현재 京东가 내놓은 가장 분명한 베팅은 AI가 현실의 일과 연결될 때 더 유용하고, 잠재적으로 더 많은 사람이 접근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오픈 모델과 데이터셋은 눈에 보이는 표면이다. 京东가 진짜 해자로 제시하는 것은 그 아래의 전체 순환고리다. 운영 데이터, 검증된 업무 흐름, 제조 역량, 대규모 배치, 그리고 서비스 인프라가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