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CEO로 취임한 엘헤데리는 자신의 임무를 세계 최대 금융 기관 중 하나에서 복잡성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일관되게 설명해왔다. 그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복잡성을 없애는 데 무자비하다(ruthless about killing complexity)”라고 말했는데, 이는 최근의 AI 급증 이전부터 존재해 온 그의 경영 철학이다 . 취임 이후 그는 경영위원회의 규모를 거의 절반으로 줄였으며, 경영진이 완전한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고 판단한 공동 대표(co-head) 역할을 없앴다
.
AI 전면 개편은 이 철학을 조직 전체로 확장한 것이다. HSBC는 운영을 간소화하고 고객 콘텐츠를 개인화하기 위해 다양한 기능에 인공지능을 도입하고 있다 . 실제로 은행은 2026년 상반기에 15억 달러의 비용 절감 목표를 예정보다 6개월 앞당겨 달성하며 이러한 접근 방식이 성과를 내고 있음을 입증했다
. 2026년 초, HSBC는 사상 첫 최고 AI 책임자(chief AI officer)를 임명하기도 했는데, 이는 AI 전환을 관리하는 것이 단기 프로젝트가 아닌 기관의 최우선 과제임을 시사한다
.
엘헤데리는 일자리 소멸에 대한 냉엄한 경고에 대해, 재교육과 새로운 역할 창출이라는 가시적인 반대 명분을 함께 제시하고 있다. 은행은 약 20만 명의 직원들이 AI와 함께 일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재교육하고 있으며, 그는 이 기술이 새로운 유형의 일자리 또한 창출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 5월 투자자 간담회에서 그의 프레임은 분명했다. 그는 직원들이 “억압받거나, 불안하거나, 압도되어 변화에 저항하는” 대신 “이 여정에 우리와 함께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
비판적인 시각에서는 이러한 재교육 약속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근본적인 계산법을 바꾸지는 않는다고 지적한다. 10%의 인력 감축은 사실상 HSBC 직원 10명 중 1명이 일자리를 잃는다는 것을 의미하며, 역할이 사라지는 개개인에게는 그 어떤 기술 향상 훈련도 현실을 바꿔놓지 못한다. 엘헤데리의 입장은 인간적 비용에 대해 솔직하지만, 이러한 감축을 추진하는 사업적 의무로부터 물러서기를 거부한다 .
엘헤데리는 결코 혼자 움직이고 있지 않다. 2026년 1분기, 미국 6대 은행(JP모건 체이스, 씨티그룹, 뱅크 오브 아메리카, 웰스 파고, 골드만 삭스, 모건 스탠리)은 도합 470억 달러의 순이익(전년 대비 18% 증가)을 기록하는 동시에 총 1만 5천 개의 일자리를 없앴다 . 그리고 처음으로 CEO들은 이러한 감축의 원인을 경제 상황이나 팬데믹 시기의 과잉 고용 탓이 아닌, AI 덕분이라고 명시적으로 밝혔다
.
업계 전반으로 눈을 돌리면, 2026년에 최소 16개의 금융 회사가 AI를 주요 동인으로 삼아 6만 3천 개 이상의 일자리를 줄였다 . HSBC의 직접적인 경쟁사인 스탠다드 차타드 역시 직원의 9.4%에 해당하는 약 7,800명의 감원 계획을 발표하며, 빌 윈터스 CEO가 표현한 "저부가가치 인적 자본"을 AI 역량으로 대체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
다른 은행 리더들의 입장을 들여다보면, 메시지가 얼마나 하나로 수렴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모든 목소리가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업계 관측통들은 AI가 금융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서사에 신중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2025년 말, 전문가들은 Fortune을 통해 당시 AI로 인한 금융권 감원은 대체로 "실체 없는 연막(smoke and mirrors)"에 불과했으며, 해고는 팬데믹 시기 과잉 고용에 더 큰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 KPMG가 240명의 금융 서비스 CEO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60%가 2026년 AI 투자가 인력 규모를 유지하거나 오히려 늘릴 것이라고 믿었으며, 감소를 예측한 비율은 28%에 그쳤다
.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의 연구 또한 대기업들이 AI로 인한 단기적 고용 감소를 예상하지 않는다는 증거를 발견했으나, 반복적인 사무직에서 숙련된 기술직으로의 전환 가능성은 언급했다
.
그러나 2026년 상반기의 확실한 데이터는 이러한 신중한 시각을 유지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실적 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감원이 AI와 명시적으로 연결되고, 여러 기관에 걸친 감원의 규모, 그리고 비용 절감 목표가 달성되는 속도는 금융권이 유보적인 태도를 넘어 결정적인 행동으로 옮겨갔음을 시사한다.
금융권의 이 같은 변화가 단순히 금융을 넘어 중요한 이유는, 고도로 규제된 전통적인 보수 산업에서 최초로 CEO들이 공개적으로 인정한 대규모 AI 기반 인력 구조조정이 실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향후 5년간 미국 내 일자리의 5055%가 AI로 인해 재편되는 동시에, 1015%는 사라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 골드만 삭스 리서치는 앞서 AI가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경미하고 일시적일 것이라며, 초기 도입 시나리오에서 약 2.5%의 미국 고용만이 위험하다고 추정한 바 있다
.
2026년 금융권의 행보는 특히 중간·백오피스 기능에 대해 이러한 상한선 전망에 더 가깝게 움직이고 있다. HSBC에서의 엘헤데리 방식, 즉 단도직입적인 표현, 일자리 보장 거부, 재교육에 대한 대규모 투자, 공격적인 비용 절감 목표는 이제 예외가 아닌 표준이 되었다.
HSBC의 20만 명 이상의 직원들에게 주어진 메시지는 놓치기 어렵다. AI가 은행의 모습을 바꾸고 있으며, 그 미래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확보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변화에 저항하는 대신, 이러한 전환을 함께 구축하는 것을 돕는 것이다. 새로운 일자리 창출 약속이 감축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 여부는 엘헤데리를 포함한 어떤 은행 CEO도 아직 완전히 답하지 못한 질문이다.
Comments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