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는 라이다가 더 안전하고 고도화된 ‘스마트카’ 이미지를 전달하는 장비가 될 수 있다. 허사이에는 차량 한 대당 더 많은 센서를 공급하거나, 라이다를 채택하는 차종이 늘어나는 만큼 여러 모델의 프로젝트를 수주할 기회가 생긴다.
다만 라이다가 자율주행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라이다 하나만으로 차량의 안전성이나 자동화 수준이 결정된다는 근거도 제시돼 있지 않다. 기술의 상업적 가치는 완성차 업체가 라이다를 소프트웨어 및 다른 차량 시스템과 어떻게 통합하는지, 그리고 제조사와 소비자가 해당 기능에 계속 비용을 지불할지에 달려 있다.
허사이의 고객 관계는 회사의 성장 이야기가 특정 차종 하나의 성공에만 달려 있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핵심 요소다. 허사이는 중국 10대 자동차 그룹 모두에 제품을 공급한다고 밝혔다. 업계 보도에 따르면 2025년까지 40개 브랜드의 160개가 넘는 차종에서 양산 프로그램 공급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DBS의 별도 분석에는 리샹(Li Auto), 샤오미, 창안, 지리, 장성자동차, 체리, 지커, Leapmotor, SAIC 아우디, SAIC-GM, 도요타 합작사 등이 허사이의 설계 채택 또는 양산 프로그램 관련 업체로 거론됐다. 허사이는 레벨3 자율주행을 지원하는 메르세데스-벤츠 모델의 전략적 라이다 파트너이자 확정 공급사로도 소개됐다.
신규 수주도 이어지고 있다. 장성자동차는 2026년 말 생산 시작이 예정된 양산 프로그램에 허사이의 초장거리 라이다 ETX를 선정했다. 창안과 다른 완성차 업체들은 여러 대의 라이다를 사용하는 멀티 라이다 프로그램에 허사이 제품을 채택했다. 리샹의 L8과 L9는 허사이 라이다를 각각 4개씩 장착한 채 양산에 들어갔다.
물론 이 관계가 모두 같은 규모의 현재 매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는 설계 채택이나 향후 프로그램에 해당하므로, 실제 관건은 일정대로 양산에 들어가 지속적인 마진을 창출하는지에 있다. 그럼에도 고객망의 폭은 허사이가 특정 모델이나 완성차 업체에 매출을 의존하는 부품 공급사라기보다 플랫폼형 공급업체로 자리 잡고 있음을 시사한다.
허사이는 ADAS와 로봇 분야의 수요 증가를 근거로 2026년 연간 생산능력을 200만 대에서 400만 대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경영진은 2026년 출하량 목표도 300만~350만 대로 제시했다.
생산능력 확대는 전략적으로 중요하다. 라이다 업체는 완성차 업체의 생산 일정에 맞춰 충분한 물량을 공급하는 동시에, 기술이 더 넓은 가격대의 차량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원가를 낮춰야 한다. 수요에 앞서 생산 기반을 확보하면 더 많은 프로그램을 소화할 수 있지만, 공장 가동과 수율, 고객사 출시 일정, 운전자본 부담이 모두 전망과 맞아떨어져야 한다는 실행 위험도 커진다.
허사이 경영진의 장기 목표는 자동차용 라이다 판매에만 머물지 않는다. 앤드루 판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허사이가 단순한 자동차 공급망 업체가 아니라 기술 기업이 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회사는 공간 인지 기술을 로봇과 이른바 ‘피지컬 AI’, 즉 현실 세계를 인식하고 실제로 상호작용하는 시스템에 적용하고 있다. 허사이는 JT128 라이다와 관련해 전 세계 50개가 넘는 임바디드 AI 기업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2분기 실적 발표에서는 인지, 이해, 동작을 아우르는 플랫폼 구상도 제시했다.
로봇 시장이 의미 있는 상업 시장으로 성장한다면 이 전략은 사업을 다각화하고 완성차 업체의 구매 결정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그러나 로봇과 피지컬 AI 사업은 이미 자리 잡은 자동차 사업보다 초기 단계에 가깝다. 따라서 경영진의 비전은 전망 자체보다 실제 매출과 수익성으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
현재까지의 근거는 허사이에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성장 축이 있음을 보여준다.
가장 큰 변수는 채택 확대가 당연히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허사이는 설계 채택을 양산으로 전환하고, 제품 성능과 제조 효율을 유지하며, 가격 경쟁이 치열한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수익성을 방어해야 한다. 소프트웨어와 카메라, 다른 센싱 기술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라이다가 계속 선호되는 센서 구조로 남을지도 중요하다.
결국 허사이를 중국 자동차 경기 둔화와 무관한 기업으로 해석하는 것은 지나치다. 더 정확한 해석은 허사이가 자동차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지능화·인지 시스템’ 계층에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이 장비 사이클이 계속된다면 허사이는 생산 규모, 고객 도달 범위, 로봇 사업 진출을 바탕으로 전통적인 자동차 부품업체를 넘어 여러 성장 경로를 확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