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위가 낮아졌다고 선박 운항이 완전히 중단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선박 한 척이 실을 수 있는 화물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같은 물량을 운송하려면 더 많은 선박이 필요합니다. 운송업체가 철도나 도로로 전환하거나 우회 항로를 택할 경우에도 비용과 운송 불확실성이 커집니다.
라인강과 다뉴브강, 포강은 유럽의 주요 산업·농업 지역을 연결합니다. 따라서 수위 저하는 곡물뿐 아니라 가축 사료, 비료, 연료와 각종 산업 원자재의 이동을 동시에 어렵게 만들 수 있습니다. 수확 전망이 악화되는 바로 그 시점에 물류망의 효율도 떨어지는 셈입니다.
이른바 ‘승수 효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수확량이 줄면 수입 수요가 늘어나지만, 얕아진 수로 때문에 수입 물량을 목적지까지 보내는 비용은 더 높아집니다. 유럽이 세계 시장의 다른 지역을 돕거나 부족분을 완충할 수 있는 여력도 그만큼 줄어들 수 있습니다.
흑해도 잠재적인 압박 지점입니다. 로이터에 따르면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흑해 인근의 농산물 수출 시설과 상업용 선박을 서로 공격하면서 석유와 곡물 수출이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현재 우크라이나 수출 감소분 가운데 어느 정도가 유럽 가뭄 때문인지 정확히 산출한 근거는 부족합니다. 그러나 추가적인 운송 차질은 이미 압박을 받고 있는 국제 교역망의 대응 여력을 더 줄일 수 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의 운송 차질은 에너지와 비료를 통해 식량 시스템에 영향을 줍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매달 약 130만 톤의 비료가 이 해협을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세계은행은 석유·가스·비료 흐름 차질과 관련해 요소 가격이 전월 대비 46% 상승했고, 농산물 가격지수도 8% 올랐다고 밝혔습니다.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 관개, 수확물 건조, 저장, 운송 비용이 모두 상승합니다. 비료 가격이 오르면 농민들이 비료 구매를 늦추거나 사용량을 줄일 수 있고, 이는 다음 파종기의 수확량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연료와 비료, 식량을 수입에 크게 의존하는 국가일수록 충격에 더 취약합니다.
세계은행은 2026년 중반까지 엘니뇨가 발생해 2027년까지 이어질 확률을 61~87%로 제시했습니다. 엘니뇨가 현실화하면 남아시아, 남부 아프리카, 동아시아 일부 지역의 농업 생산이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 유럽이 이미 수확량과 운송 차질을 겪는 상황에서 다른 주요 생산지에도 기상 충격이 발생하면 국제 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질 수 있습니다.
다만 이는 위험이 동시에 나타날 가능성에 대한 경고이지, 엘니뇨가 현재 유럽 가뭄을 일으켰다는 뜻은 아닙니다. 또한 현재 토양 수분 부족이 기후변화로 인해 얼마나 더 발생하기 쉬워졌는지를 보여주는 구체적인 통계 수치도 제공된 자료에서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현재 근거가 뒷받침하는 결론은 보다 제한적입니다. 유럽의 가뭄은 악화하고 있으며, 다른 주요 생산지에서 충격이 겹칠 경우 세계 식량 시장의 안정화가 더 어려워진다는 것입니다.
FAO를 비롯한 유엔 기구들이 발표한 ‘2026년 세계 식량안보 및 영양상태 보고서(SOFI 2026)’에 따르면 세계 기아 인구는 2025년 3년 연속 감소했습니다. 그러나 개선세는 여전히 취약하고 지역별 격차도 큽니다.
2025년 굶주림을 겪은 사람은 약 6억4,500만 명으로, 세계 인구의 7.8%에 해당합니다. 이 가운데 아프리카가 3억900만 명으로 가장 많았고, 아프리카 인구 중 기아 비율은 20.0%였습니다. 아시아는 6.0%, 중남미·카리브해 지역은 4.8%였습니다.
중등도 또는 심각한 식량불안을 경험한 사람은 약 21억 명으로 추산됐습니다. 이 수치만으로 아프리카가 2030년까지 전 세계 식량불안 인구의 절반을 넘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해당 구체적인 전망은 현재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습니다. 다만 수입 의존도가 높고 이미 취약한 가구일수록 식량 가격, 비료·연료 비용, 무역 차질이 겹칠 때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지금 필요한 대응은 유럽의 지역적 생산 충격이 세계적인 식량 가격·접근성 위기로 확대되는 것을 막는 데 있습니다.
유럽의 폭염은 세계 식량 시스템이 얼마나 촘촘하게 연결돼 있는지를 보여주는 스트레스 테스트입니다. 직접적인 피해는 유럽에서 시작됐지만, 충격은 작물 시장과 수로, 비료 가격, 에너지 비용, 국제 교역로를 따라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현재 근거가 말해주는 것은 이미 완성된 세계 식량 위기가 아니라, 여러 충격이 겹칠 때 훨씬 더 취약해진 국제 식량 시스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