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압박 캠페인이 겨냥하는 목표는 매우 분명하다. 유럽연합 항공안전청(EASA)의 플로리앙 길레르메 청장은 2025년 4월, C919가 유럽 인증을 받기까지 3년에서 6년이 더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인증 시기는 빨라야 2028년, 길게는 2031년으로까지 미뤄질 전망이다 . COMAC이 당초 기대했던 인증 시점은 2025년이었다
. EASA는 2025년 11월 상하이에 테스트 파일럿을 파견해 검증 비행에 나서며 절차를 진행 중이지만
, 기관의 수뇌부는 철저한 안전성 평가를 위해 필요한 시간은 얼마든지 쓰겠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고수하고 있다
.
상업용 항공기 주문을 외교적 지렛대로 활용하는 것은 베이징에게 결코 새로운 전략이 아니다. 2012년에서 2013년 사이, 중국은 유럽연합의 항공 탄소 배출권 거래제(EU-ETS)에 항의하기 위해 약 120억 달러(약 16조 원) 규모의 에어버스 주문을 동결한 바 있다 . 당시 45대의 A330 주문이 묶였으나, 에어버스의 고위급 호소와 프랑스 대통령의 방중 이후 부분적으로 동결이 해제되기도 했다
. 이번 압박 캠페인은 이러한 과거 전략의 연장선상에서, COMAC의 야망이 커진 현 시대에 맞춰 업데이트된 것이다.
이번 에어버스 인도 지연 전술은 독립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중국은 2025년 4월, 자국 항공사들에 보잉 항공기 인수 중단과 미국산 항공 부품 및 장비 구매 중단을 지시하며 워싱턴과의 직접적인 무역 분쟁을 격화시켰다 . 한편, 유럽연합 또한 중국산 전기차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브뤼셀과 베이징 간 마찰은 더욱 거세졌고, 에어버스는 그 한복판에 갇혀 버렸다. 공급망 혼란, 미국의 대중국 엔진 수출 일시 동결 조치, 엔진 부족 사태까지 겹치면서 인도되지 못한 항공기가 활주로에 쌓여가고 있다
.
더욱 복잡한 점은, 중국이 미국과의 갈등 속에서 일부 항공기 발주를 에어버스 쪽으로 돌리는 '엇박자' 전략을 구사하며 무게추를 유럽으로 옮기는 듯하면서도, 바로 그 에어버스 인도를 볼모로 잡아 COMAC 인증을 압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
중국 항공 시장에 대한 에어버스의 깊은 상업적 의존도는 이 전술에 실질적인 무게를 실어준다. 수백 대의 에어버스 항공기를 운용 중이고 수백 대를 추가 주문한 중국 항공사들을 생각해 보자. 중국이 최종 인도 승인이라는 밸브를 정치적 목적에 따라 잠그거나 열어젖힘으로써, 에어버스의 분기별 현금 흐름과 연간 인도 목표를 직접적으로 타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유럽 각국 정부와 규제 당국이 COMAC의 인증 속도에 더 귀를 기울이도록 만드는 강력한 유인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