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발표의 핵심은 두 가지 플래그십 제품인 'AI 월렛(AI Wallet)'과 '토큰 페이(Token Pay)'다. 이 두 제품은 자율형 AI 상거래가 현실화되는 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신뢰'와 '수익화'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고자 한다.
AI 월렛(소비자용)
AI 월렛은 알리페이 앱 내에서 소비자가 AI 에이전트의 활동을 감시하고 관리하며 승인할 수 있는 대시보드다 . 마치 개인 비서에게 신용카드를 맡긴 것과 같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예를 들어, AI 에이전트가 사용자의 일정에 맞춰 미리 커피를 주문하거나 항공권을 검색할 때, 사용자는 AI 월렛을 통해 거래 전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는 "에이전트가 내 돈을 마음대로 써도 되는 걸까?"라는 소비자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핵심 장치다.
토큰 페이(기업용)
토큰 페이는 AI 모델 제공자나 앱 개발자를 위한 B2B 서비스다. 구독 기반 과금, AI 에이전트 내 토큰 충전, 복잡한 소액 결제 등을 처리할 수 있게 설계됐다 . 특히 API 호출량이나 컴퓨팅 사용량에 따라 과금해야 하는 AI 기업들에게 토큰 페이는 획일적인 월 구독제를 벗어나도록 돕는 세분화된 실시간 과금 시스템을 제공한다. 이는 수많은 AI 스타트업들이 고민해 온 수익화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는 셈이다.
이들 신제품은 이미 빠르게 성장 중인 AI 결제 생태계 위에 더해진다. 2025년 첫선을 보인 '알리페이 AI 페이(Alipay AI Pay)'는 2026년 2월 23일, 전 세계 최초로 사용자 1억 명을 돌파한 AI 기반 결제 상품이 되었다 . 음성 명령만으로 페이지 전환 없이 결제가 가능하게 하는 이 서비스는 이미 사용자층을 확보한 상태다. 나아가 2026년 4월, 앤트그룹은 사용자가 복잡한 코딩이나 설정 없이도 자율적으로 작업을 수행하는 '오픈클로(OpenClaw)' 유형의 자율 에이전트(중국에서는 '랍스터'라고 불림)까지 AI 페이로 지원 범위를 확장했다 . 같은 달, 앤트그룹은 AI 에이전트가 금융 앱, 뱅킹 앱, 웨어러블 기기 등과 안전한 결제 연결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개방형 프로토콜인 '에이전틱 모바일 프로토콜(AMP)'도 공개했다 . 그보다 앞선 2025년 6월에는 핀테크 파트너사들이 맞춤형 AI 금융 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AI 서비스 플랫폼인 '알리페이+ GenAI 콕핏(Cockpit)'을 선보이기도 했다 .
앤트그룹의 전략은 각각의 조각들이 모여 하나의 큰 그림을 완성해 가는 방식이다. 소비자를 위한 AI 페이, 개발자를 위한 AMP, 핀테크를 위한 GenAI 콕핏이 결국 모두 하나의 거대한 에이전트 경제를 위한 길을 닦는 것이다.
이러한 도구들이 각 주체에게 제공하는 가치는 명확하다. AI 에이전트에게는 사람의 개입 없이도 자율적으로 거래할 수 있는 표준화된 결제 통로가 생긴다. 기업에게는 이미 대규모로 작동 중인 수익화 레이어에 플러그인처럼 연결될 기회를 얻는다. AI 모델 제공자들은 알리페이의 가맹점 네트워크에 통합된 구독 및 소액 결제 인프라를 사용할 수 있고, 150만 개의 가맹점들은 새로운 통합 작업 없이도 AI 에이전트가 생성한 주문을 받을 수 있다. 소비자에게는 가장 체감되는 변화가 찾아온다. AI 에이전트가 자신의 돈으로 무슨 일을 하는지 직접 관리할 수 있는 가시성과 통제권을 AI 월렛을 통해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앤트그룹만이 이 기회를 노리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구축된 네트워크의 밀도가 이 승부수를 특별하게 만든다. 이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시장을 위한 이론적 프로토콜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실제 사용자와 수백만 가맹점이 이미 매일 거래하고 있는 네트워크에, AI 에이전트 친화적인 연결고리를 추가하는 것에 가깝다. 남은 과제는 이 막강한 사용자 기반이 보안, 동의, 책임 문제에 대한 우려 없이 AI 에이전트 상거래를 주저함 없이 받아들일지 여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