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시장은 이제 단순한 생산량 문제가 아니다. 원유 한 배럴의 가치는 선적하고, 보험을 들고, 운송한 뒤, 실제 정유시설까지 인도할 수 있을 때 완성된다. 호르무즈 해협 주변의 선박 공격과 사우디아라비아 동서 송유관의 일시 가동 중단은 걸프산 원유의 이동 경로를 좁히며, 물류를 유가의 핵심 구성 요소로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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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동서 송유관 중단, 핵심 우회로가 멈췄다
사우디 동서 송유관은 사우디를 가로질러 홍해 연안까지 이어지며, 호르무즈 해협에 의존하지 않고 원유를 이동시키는 중요한 수단이었다. 사우디 당국은 9월 10~11일 이라크 영토에서 발사된 드론 공격 이후 이 송유관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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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단지 생산 차질 우려가 아니다. 호르무즈 해협이 제약받을 때를 대비해 마련된 우회 경로 자체가 약화됐다는 뜻이다. 로이터는 트레이더와 사우디 원유 구매자들을 인용해, 송유관 중단이 이어질 경우 홍해 수출항 얀부에 저장된 원유만으로는 수출을 5~7일 정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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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구매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실질적 수출 경로는 더 제한됐다. 이제 원유 등급의 호가만이 아니라 선적지, 항로 안전, 선박 확보 가능성, 보험 조건이 구매 판단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운임과 물류가 ‘도착 기준 가격’을 좌우한다
유조선 운항이 부족해지거나 위험해지면, 더 싼 원유 기준가격의 이점은 운임에서 사라질 수 있다. 아시아 정유사에 중요한 비교 기준은 수출항에서의 가격이 아니라 실제 도착 비용이다.
이 변화는 거래 흐름을 몇 가지 방향으로 바꾼다.
- 안전하게 선적할 수 있고 가까운 물량의 가치가 높아진다. 다른 원유의 표시가격이 더 낮아도, 정상 경로로 선적 가능한 물량에는 프리미엄이 붙을 수 있다.
- 장거리 대체 물량의 확실성이 떨어진다. 걸프 밖 원유는 공급 다변화에 도움이 되지만, 긴 항해는 높은 운임과 선박 수급 위험에 더 크게 노출된다.
- 송유관과 항만의 처리 능력이 시장을 움직이는 자산이 된다. 동서 송유관 중단은 호르무즈 해협의 대체 경로도 운영상 병목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그 결과, 선물 등 기준가격과 신속한 실물 물량을 손에 넣는 비용의 격차가 커지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9월 중순 브렌트유가 배럴당 약 105달러로 8월 초보다 21달러, 전쟁 전보다 45% 높았으며, 실물 원유 기준가격은 이보다 훨씬 높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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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가격에는 더 큰 지정학적 위험 프리미엄이 붙었다
분쟁이 확산되고 공급 경로 압박이 커지면서 국제 유가는 상승했다. 사우디 에너지 인프라 공격과 중동 선박 공격으로 공급 우려가 확대된 뒤, 9월 14일 브렌트유는 배럴당 105.68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01.39달러에 마감했다.
17 이후 거래에서는 브렌트유가 108.48달러, WTI가 103.58달러까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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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내 시장은 신속히 확보할 수 있는 물량에 대한 불안을 더 강하게 드러냈다. 상하이국제에너지거래센터의 위안화 표시 원유 선물은 배럴당 929.4위안, 약 138.50달러로 올라 2018년 거래 개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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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움직임이 영구적인 새 가격 하한선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공급 항로의 안전이 나빠질 때 시장 가격이 얼마나 빠르게 재평가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통항 안전, 인프라 복구, 외교 협상에 관한 소식은 프리미엄을 낮출 수 있다. 반대로 추가 공격이나 가동 중단 장기화는 프리미엄을 더 오래 유지시킬 수 있다.
일본, 수입 안보의 시험대에 가장 크게 노출
일본의 노출도는 특히 높다. 일본 원유 수입의 약 95%는 중동산이며, 역사적으로 약 7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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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로이터에 따르면 일본은 소비량 기준 254일분에 해당하는 긴급 석유 비축분을 보유해 단기 충격을 완화할 여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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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재고가 조달 문제 자체를 없애지는 않는다. 대체 원유는 물량이 있어야 하고, 가격 경쟁력이 있어야 하며, 정유시설의 처리 특성에 맞아야 하고, 무엇보다 실제로 제때 도착할 수 있어야 한다. 아시아의 다수 구매자가 동시에 비(非)걸프산 또는 비호르무즈 경로 물량을 찾으면, 대체 물량의 경쟁과 도착 비용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일본은 정책 차원에서 이미 대응에 나섰다. 에너지 회복력 강화 계획에는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는 송유관 사업 지원이 포함돼 있다. 이는 대체 공급국뿐 아니라 대체 운송 경로도 전략적으로 중요하다는 판단을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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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구매력은 있어도 물류 제약에서는 자유롭지 않다
중국의 기록적인 위안화 원유 선물 가격은 중국 정유사 역시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화물 시장이 긴축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35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은 다양한 산유국에서 물량을 찾을 수 있지만, 운임 상승과 항로 제약은 대서양 연안 등 먼 지역의 원유를 대체재로 들여오는 비용을 키운다.
핵심은 대체 물량이 이론상 존재하느냐가 아니다. 충분한 물량이 중국 정유시설에 신속히 도착할 수 있는지, 그리고 정제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는 비용인지가 관건이다. 따라서 차질이 장기화하면 원료비 부담이 커지고, 즉시 선적·운송이 가능한 원유의 가치가 더 높아질 수 있다.
미국산 원유는 도움이 되지만 완전한 대체재는 아니다
미국산 원유는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병목을 피할 수 있어 아시아 수요를 완화할 수 있는 선택지다. 다만 장거리 운송 물량이라는 한계는 남는다. 유조선 운임과 항해 위험이 높아지면 운임이 기준가격 할인분을 상당 부분 흡수해, 통상적인 수출 차익거래의 매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이는 아시아 정유사들이 명목상 더 싼 원유보다 접근성이 높은 원유를 선호할 수 있음을 뜻한다. 물류가 가격을 좌우하는 시장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원유는 항상 표시가격이 가장 낮은 등급이 아니다. 항로·도착 시점·보험 측면의 불확실성이 가장 작은 화물이다.
앞으로 볼 변수: 차질의 지속 기간
결정적인 변수는 얼마나 오래 지속되느냐다. 동서 송유관이 빨리 복구되고 통항 여건이 개선된다면, 비정상적으로 높은 운임과 지정학적 프리미엄은 완화될 수 있다. 반대로 차질이 이어지면 비걸프산 공급을 둘러싼 경쟁, 재고 감소, 정유 가동률 하락 가능성, 아시아 전반의 도착 기준 원유 비용 상승이 구조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 시장이 보내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에너지 안보는 유정에서의 생산량만으로 가격이 매겨지지 않는다. 생산지와 정유시설 사이의 모든 연결고리에서 가격이 다시 매겨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