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예상과 달리 결과는 달랐습니다. 대규모 청산은 일어나지 않았고, 캐리 트레이드는 오히려 더 교묘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미·일의 이번 공동 개입은 1998년 이후 처음으로 이뤄진 엔화 매수 공동 작전이자, 2011년 이후 처음 있는 G7 스타일의 공조였습니다 . 일본은행 데이터 기준으로 일본 당국은 약 589억 달러(약 7조 7000억 엔)를 쏟아부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
이 여파로 엔화 약세에 베팅(엔화 매도, '쇼트')했던 캐리 트레이더들은 일시적으로 큰 손실을 입었습니다 . 변동성이 치솟으며 "2024년 8월의 블랙 먼데이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번졌습니다 .
그러나 공포는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일본의 주요 언론인 재팬타임즈에 따르면, 전체 캐리 트레이드는 "여전히 활발히 가동 중(powering on)"이며, 시장의 비교적 차분한 반응은 오히려 2024년과 같은 대혼란에 대한 우려를 덜어주고 있습니다 .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투자자들은 엔화를 팔아 치우는 대신, 자금을 조달하는 통화를 엔화에서 유로화와 스위스 프랑으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 즉, 같은 전략(저금리 통화를 빌려 고금리 자산에 투자)을 유지하되, '빌리는 통화'만 엔화에서 다른 통화로 갈아탄 것입니다.
이유는 단순한 산술 문제로 귀결됩니다. 금리 차이가 여전히 천문학적이기 때문입니다. 일본은행이 2026년 6월 기준금리를 1%로 인상했지만 , 이는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터키 등의 고금리와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입니다. 포지션을 완전히 청산하면 이 엄청난 금리 차익(캐리)을 포기해야 합니다.
반면, 자금 조달 통화만 교체하면 개입으로 인한 엔화 급등 리스크를 피하면서도 높은 수익률은 계속 누릴 수 있습니다. 재팬타임즈는 "투자자들은 엔화를 다양화하고, 유로와 스위스 프랑 같은 통화를 통해 고수익 자산 매수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 자금줄이 바뀌었을 뿐, 전략 자체는 건재한 셈입니다.
전문가들은 여전히 엔화가 예상치 못하게 강세를 보일 경우 레버리지 포지션이 연쇄적으로 청산되는 무질서한 언와인드(disorderly unwind)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 국제결제은행(BIS)도 2024년 8월의 혼란에 대한 분석 보고서를 발간하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습니다 .
하지만 긍정적인 측면은, 캐리 트레이드 익스포저가 더 다양한 통화로 분산되면서 2024년과 같은 단일 충격으로 인한 시스템 전체의 붕괴 가능성은 낮아졌다는 점입니다 . 위험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여러 곳으로 분산되어 한 번에 터질 확률은 줄어든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미·일의 공동 개입은 캐리 트레이드를 죽이지 못했습니다. 단지 엔화가 독차지하던 '세계 최고의 자금 조달 통화' 자리를 유로화와 스위스 프랑이 나눠 갖게 만든 것입니다. 캐리 트레이드는 여전히 살아있고, 그 형태만 진화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