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인상적인 수치는 바로 수주 잔고다. 델은 2026 회계연도를 430억 달러라는 사상 최대 AI 서버 수주 잔고로 마감하며 미래 매출에 대한 강력한 모멘텀을 확보했다 . 이러한 흐름은 새로운 회계연도에도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델의 2027 회계연도 1분기 실적은 월가의 예상을 완전히 박살냈다. 매출은 시장 예상치 357.7억 달러를 훌쩍 웃도는 438억 달러,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예상치 2.96달러의 두 배에 가까운 4.86달러를 기록했다
. 분기 AI 서버 매출만 161억 달러에 달했으며, 델은 2027 회계연도 EPS 전망치를 12.90달러에서 17.90달러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 제프 클라크 최고운영책임자(COO)는 AI 하드웨어 수요에 "둔화 조짐이 없다"고 선언했고, 이 발언에 힘입어 델 주가는 실적 발표 후 단 하루 만에 약 40% 폭등했다
.
2026년 인텔의 랠리는 월가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극적인 턴어라운드 사례다. 제조 공정 실패와 경쟁력 상실로 수년간 부진을 겪었던 주가는 올해 들어 222~225% 가까이 치솟았다 . 특히 5월에는 주가가 133달러까지 오르며 26년 동안 깨지지 않았던 사상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
상승 촉매는 AI가 촉발한 수요 급증과 리포-부 탄 CEO가 이끄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전략에 대한 신뢰 회복이라는 강력한 조합이다. AI 추론 연산용으로 수요가 급증 중인 제온(Xeon) 서버 CPU를 판매하는 데이터센터 및 AI(DCAI) 사업부는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22% 성장한 51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 또한, 인텔 파운드리 사업부 매출은 175% 폭증했는데, 여기에는 애플이 자사 칩의 미국 내 제조를 검토하기 위한 예비 계약 체결 소식도 호재로 작용했다
. '에이전틱 CPU'라는 새로운 내러티브와 제조사로서의 가치 재평가는 투자 심리를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 0.29달러의 1분기 비회계기준(Non-GAAP) EPS가 컨센서스였던 겨우 0.0127달러를 압도한 점이 이를 증명한다
.
이 부활 클럽에서 가장 놀라운 멤버는 아마도 노키아일 것이다. 성숙한 저성장 통신 장비 업체로 오랫동안 분류돼 온 노키아는 2026년 들어 주가가 140% 이상 급등했다 . AI 인프라에 직접적으로 베팅하는 기업으로 시장이 재평가에 나섰기 때문이다. 현재 회사의 AI 관련 수주 총액은 10억 유로를 넘어섰으며, 광네트워크 및 IP 라우팅 사업의 통합 성장률은 18~20%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
노키아의 전략적 변신을 가장 잘 보여주는 두 가지 이벤트가 있다. 첫째, 2025년 10월 엔비디아가 세계 최초의 AI 네이티브 6G 플랫폼을 공동 개발하기 위해 노키아에 10억 달러의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 엔비디아의 가속 컴퓨팅과 노키아의 무선 접속망(RAN) 기술을 결합하는 이 파트너십은 노키아의 기술적 위상을 상징적으로 바꿔놓았다. 둘째, 2026년 5월 21일, 노키아는 AI 네트워킹 이노베이션 랩(AI Networking Innovation Lab)을 공식 출범시켰다. 이 연구소는 AMD, 레노버, 슈퍼마이크로 등과 협력하여 대규모 AI 훈련 및 실시간 추론에 특화된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아키텍처를 개발·검증하는 테스트베드 역할을 수행한다
. 이러한 움직임들은 노키아가 단순한 통신사 의존형 벤더에서, AI 인프라의 '연결망'이라는 핵심 영역을 책임지는 핵심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음을 시사하며, 이는 더 높은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레거시 기술주들의 동반 급등은 AI 투자 지형에 중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1. 빅테크의 인프라 투자는 여전히 광풍이다. 델의 430억 달러 AI 수주 잔고, 인텔의 DCAI 매출 급증, 노키아의 10억 유로 AI 수주액은 MS, 아마존, 구글, 메타로 대표되는 빅테크 기업들의 AI 데이터센터 구축 광풍이 아직 끝나기는커녕, 오히려 이제 막 초중반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강력히 시사한다. 물리적 인프라 확장이 한참 진행 중인 것이다.
2. AI 트레이드가 엔비디아를 훌쩍 넘어섰다. 모닝스타가 5월에 지적했듯, 2026년 최고 성과를 내는 종목들에는 이제 플래시 메모리 업체 샌디스크, 전력 인프라 기업 블룸 에너지, HDD 제조사 웨스턴 디지털, 스토리지 기업 시게이트 등 AI 공급망의 필수 구성 요소들로 가득 차 있다 . 가치의 중심이 순수 GPU 판매에서 서버, CPU, 네트워킹 장비, 메모리, 전력 시스템 등으로 크게 이동한 것이다.
3. '공룡' 취급은 역사적 오판이었다. 시장은 이 기업들을 성장이 끝난 구시대적 유물로 치부했지만, AI 인프라 구축에는 엄청난 규모와 신뢰성, 대량 생산 능력이 필수적이다. 바로 이 지점이 글로벌 공급망과 견고한 기업 관계를 갖춘 이 회사들의 전문화된 영역이다. AI 구축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리적 계층의 병목 현상이 가치 포착의 축을 칩 설계에서 제조, 조립, 네트워킹으로 하방 이동시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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