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의 성능을 좌우하는 것은 GPU만이 아니다. GPU와 스위치, 랙과 랙, 데이터센터와 데이터센터를 연결하는 광통신 부품도 인프라 확장의 속도를 결정한다.
그 중심에는 **광트랜시버(optical transceiver)**가 있다. 광트랜시버는 전기 신호를 빛으로, 다시 빛을 전기 신호로 변환해 대규모 데이터가 구리선에만 의존하지 않고 이동하도록 만든다. 사용자가 직접 볼 일은 거의 없지만, AI 학습과 추론 클러스터에서는 사실상 ‘데이터 고속도로의 접속 장치’에 해당한다.
중국의 강점은 광통신 기술의 모든 영역을 독점한다는 데 있지 않다. 핵심은 고속 광모듈을 설계하고, 부품을 통합·패키징한 뒤, 테스트와 고객 인증을 거쳐 대규모로 출하하는 가장 까다로운 제조 단계에서 압도적인 규모를 확보했다는 점이다.
중국 기업이 글로벌 상위권으로 올라선 배경
LightCounting의 2024년 공급업체 순위는 시장의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중국의 이노라이트(Innolight)는 광트랜시버 매출이 33억 달러를 넘어서며 전년 대비 114% 성장했다. 이옵톨링크(Eoptolink)는 매출 12억 달러, 성장률 175%를 기록하며 2023년 7위에서 2024년 3위로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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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와 집계 기간에 따라 이옵톨링크의 순위는 2위 또는 3위로 다르게 표시되기도 한다. 그러나 순위 한 칸의 차이보다 중요한 사실은 따로 있다. 중국 기업들이 고속 이더넷 광트랜시버 시장의 지배적인 세력으로 자리 잡았다는 점이다. 반면 일본과 미국의 여러 공급업체는 이 시장의 일부 사업을 축소하거나 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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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변화는 이더넷 광통신이 광트랜시버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라는 점과 맞물려 있다. LightCounting에 따르면 이더넷 광통신은 2025년 전체 광트랜시버 시장의 75%를 차지했으며, 대형 클라우드 사업자에 집중한 이노라이트와 이옵톨링크가 성장의 수혜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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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클러스터는 왜 광모듈을 이렇게 많이 필요로 하나
AI 학습과 추론에는 수많은 GPU와 스위치 사이의 고밀도 연결이 필요하다. 클러스터가 커질수록 광 링크는 같은 랙 안을 넘어 랙과 랙, 건물과 건물, 캠퍼스와 데이터센터 사이까지 연결 범위를 넓힌다.
네트워크 세대가 바뀔 때마다 필요한 대역폭도 커진다. 400G에서 800G로 넘어갔고, 이제는 1.6T 제품이 양산과 고객 인증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2026년 시장 전망 중 하나는 전 세계 800G 광모듈 출하량을 4,900만 개, 1.6T 출하량을 2,200만 개로 추정한다. 그럼에도 수백만 개 규모의 수급 부족이 이어질 수 있으며, 특히 1.6T에서 부족분이 클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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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라이트는 400G, 800G, 1.6T를 포함한 여러 세대의 고속 광모듈을 잇달아 양산해 왔다.
6 이처럼 대규모 생산에서는 단순히 실험실에서 작동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수백만 개 제품에서 일정한 품질과 높은 수율을 유지하고, 고객사의 시스템 인증을 통과하며, 정해진 시점에 납품해야 한다.
결국 제조 실행력 자체가 기술 경쟁력이 된다. 광소자, 전기 칩, 기판, 패키징, 광 정렬 장비, 자동 테스트 설비, 고객 인증을 하나의 생산 체계로 묶어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강점은 ‘제조 시스템’에 집중돼 있다
광통신 공급망은 중국만의 단일 시스템이라기보다 국경을 넘나드는 분업 구조로 보는 편이 정확하다.
- 중국 기업은 광모듈 설계와 통합, 패키징, 대량 조립, 테스트, 납품에서 특히 강점을 보인다.
- DSP·아날로그 칩 업체는 초고속 광신호를 복원하고 조정·처리하는 전자 부품을 공급한다.
- 전문 광소자 기업은 EML 레이저와 같은 고급 광 부품을 제공한다.
- 아시아 제조 네트워크는 중국 본토, 대만, 태국과 기타 동남아시아 지역에 걸쳐 부품, 장비, 위탁생산, 최종 모듈 생산능력을 제공한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부품이 모두 중국산이 아니더라도 중국 기업은 강력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 중국의 경쟁력은 개별 부품의 완전한 자급자족보다는 대형 클라우드 주문에 맞춰 전체 생산 체계를 빠르게 전환하고, 높은 수율로 제품을 내놓는 데서 나온다.
중국을 대체하려면 공장만 늘려서는 부족하다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가 광통신 생산시설을 확충할 수는 있다. 그러나 새 공장이나 생산 면적만으로 기존의 광통신 생태계를 단기간에 복제하기는 어렵다.
검증된 800G 또는 1.6T 트랜시버를 생산하려면 칩, 레이저, InP 기판, 패키징 장비, 광 정렬 도구, 테스트 설비, 숙련된 엔지니어링 역량이 동시에 확보돼야 한다. 여기에 대형 클라우드 사업자의 성능·신뢰성·상호운용성 검증도 필요하다.
Coherent, Lumentum, Nokia, Applied Optoelectronics, Corning 등이 계획한 증설은 지역별 공급망 회복력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생산능력을 곧바로 대체하기는 어렵다. 보다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중국 본토 밖의 생산을 늘리면서도 중국 기업과 엔지니어, 공급업체에 대한 의존이 당분간 이어지는 형태다.
중국 기업들도 이미 이런 방식으로 생산 거점을 다변화하고 있다. 이노라이트와 이옵톨링크는 태국 생산시설을 확대했으며, 다른 업체들도 해외 고객을 겨냥해 지역 생산능력을 구축하고 있다. 이는 관세와 물류 리스크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중국계 기업의 공급망이나 상류 부품 의존까지 자동으로 없애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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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목은 모듈에서 상류 부품으로 이동하고 있다
광모듈 조립능력이 커질수록 생산을 제한하는 지점은 오히려 확장이 어려운 상류 부품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다음 네 가지가 주요 병목으로 꼽힌다.
- EML 레이저: 일부 고성능 800G·1.6T 설계에 사용된다.
- 실리콘 포토닉스: 더 높은 집적도와 전력 효율을 제공할 수 있지만, 특수한 제조·패키징과 레이저 통합 기술이 필요하다.
- 고속 DSP·아날로그 칩: 최첨단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업체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 인듐인(InP) 기판: 고속 광소자와 레이저 기술에 사용되는 핵심 기반 소재다.
이 가운데 InP 제약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최근 업계 자료가 인용한 추정치에 따르면 2026년 전 세계 InP 기판 수요는 2인치 환산 기준 약 260만~300만 장이지만, 유효 생산능력은 약 75만 장에 불과하다.
34 TrendForce 역시 InP 공급을 AI 데이터센터 광 인터커넥트 확대의 핵심 제약 요인으로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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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 수치는 감사된 전 세계 생산·수요 집계가 아니라 업계 추정치다. 그럼에도 시사점은 분명하다. 광모듈 공장을 추가로 지어도 인증된 기판이나 레이저가 부족하면 실제 생산량은 계획치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
시장은 플러그형 광모듈을 넘어선다
AI 인프라에서 광통신의 기회는 단거리 플러그형 트랜시버에만 머물지 않는다. 더 넓은 광통신 생태계에는 다음 분야가 포함된다.
- 고용량 연결에 사용되는 코히어런트 광통신;
- 데이터센터 간 연결(DCI);
- 광전송망과 AI 특화 OTN;
- 스위치와 광 엔진;
- 공동 패키징 광학(CPO).
AI 컴퓨팅의 지리적 범위가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시설 안에서 GPU 클러스터를 연결하는 것뿐 아니라, 여러 캠퍼스와 지역을 고용량으로 이어야 한다. 이에 따라 수요는 GPU 패브릭에서 메트로·장거리 광 네트워크까지 확장된다.
Ciena의 2026 회계연도 2분기 실적은 전송 계층에서 나타나는 수요 신호 중 하나다. Ciena의 매출은 15억7,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40% 증가했고, 수주잔고는 77억 달러에 달했다. 광 네트워킹 매출도 42% 늘었다.
31 이 실적만으로 모든 주문이 AI 관련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클라우드와 광 인프라에 대한 재투자가 강해지고 있다는 흐름과는 일치한다.
다음 승자는 누가 될까
앞으로의 경쟁은 가장 빠른 광모듈을 발표하는 기업이 누구인지에만 달려 있지 않다. 오히려 InP 기판, 레이저, DSP, 실리콘 포토닉스 생산능력, 패키징 라인, 인증된 테스트 역량을 장기간 확보한 공급업체가 더 강한 위치에 설 가능성이 높다.
중국의 강점은 완전한 기술 자급자족이 아니라 제조 시스템의 규모로 설명하는 것이 정확하다. 중국 기업들은 첨단 광 부품을 실제 AI 네트워크 하드웨어로 전환하는 과정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동시에 고부가가치 상류 기술과 소재에서는 국제 공급망에 의존한다는 취약성도 남아 있다.
이 상호의존성이 AI 인프라 시장의 핵심 교훈이다. AI 데이터센터는 GPU만으로 확장되지 않는다. 안정적인 광통신 공급망도 필요하다. 그리고 희소한 상류 소재와 부품, 높은 수율의 제조능력을 누가 먼저 확보하느냐가 차세대 AI 인프라가 얼마나 빠르게 구축될지를 좌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