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방문의 핵심은 ‘3대 연결(Three Connections)’ 이니셔티브다. 이는 2022년 11월 양국 정부가 원칙적으로 합의한 협력 프레임워크로, 세 가지 축을 가진다 .
시하삭 프앙껫깨우(Sihasak Phuangketkeow) 태국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은 또 럼 주석 방문 기간에 서명될 예정인 행동 계획이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진전시키는 핵심 메커니즘”이 될 것이라고 확인했다 . 주 태국 베트남 판 찌 타인(Phan Chi Thanh) 대사 역시 “여러 부처, 기관, 지방이 참여하는 구체적인 행동 프로그램”이 이번 방문의 주요 성과물이라고 같은 입장을 밝혔다 .
태국은 베트남의 두 번째로 큰 아세안 투자국으로, 797개의 유효 프로젝트에 등록 자본금만 **154억 달러(약 20조 원)**에 달한다 . 양국 교역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2026년 1~4월 양자 간 무역액은 약 86억 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24%나 뛰었다 . 앞서 양측이 제시한 250억 달러 교역 목표는 이번 방문을 통해 다시 한번 강조될 전망이다 .
베트남 입장에서 태국은 단순한 시장이 아니다. 베트남 제조업체들이 지역 공급망에 더 수월하게 진입할 수 있도록 돕는 핵심 내륙 통로이자 물류 파트너다. 대사의 말처럼 긴밀한 공급망 통합은 “베트남이 태국의 탄탄한 지역 및 국제 공급망을 활용하여 전 세계 무역 네트워크를 더욱 확장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
경제 논의 외에도 두 정상은 아세안 중심성, 남중국해 문제, 메콩(Mekong) 소지역 협력 등을 폭넓게 논의할 예정이다 . 수교 50주년을 기념하는 시기적 의미도 크다. 태국은 이미 5월 초 해군 함정을 베트남에 보내 우호를 다졌으며, 이번 방문을 계기로 문화·인적 교류 또한 더욱 확대될 분위기다 .
또 럼 주석은 5월 29일 타만 샨무가라트남(Tharman Shanmugaratnam) 대통령의 초청으로 싱가포르 국빈 방문 일정을 시작한다. 하지만 그날의 하이라이트는 따로 있다. 같은 날 저녁, 그는 베트남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아시아 최고 권위의 국방·안보 포럼인 IISS 샹그릴라 대화의 개막 기조연설을 맡는다 .
베트남과 싱가포르는 2025년 3월 또 럼 주석이 당 서기장 자격으로 싱가포르를 찾았을 때 관계를 CSP로 격상한 바 있다. 당시 발표에는 디지털 전환, 초국가적 범죄 대응, 해상 풍력 무역 협력에 관한 여러 양해각서(MOU)가 포함됐다 . 로렌스 웡(Lawrence Wong) 싱가포르 총리는 이 CSP가 “싱가포르가 아세안 회원국과 맺은 첫 번째 사례”라며 그 의미를 강조하기도 했다 .
이번 국빈 방문은 당시의 MOU를 법적 구속력이 있는 실행 단계로 옮기는 것이 목표다. 라즈팔 싱(Rajpal Singh) 주 베트남 싱가포르 대사는 양국이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고, 상호 이익을 위해 협력하며, 디지털, 첨단 제조, 고품질 교육 훈련 같은 새로운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
싱가포르는 전통적 투자 대상을 넘어서는 파트너십에 뚜렷한 관심을 보여왔다. 2025년 3월의 관계 격상 당시 국경 간 QR 코드 결제, 디지털 개발, 혁신에 관한 MOU가 오갔다 . 이번 방문에서는 디지털 경제, 녹색 에너지, 탄소 배출권 협력 등에서 추가 발표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이는 베트남-싱가포르 관계의 의도적인 전환을 알리는 신호다. 수십 년간 양국 경제 협력의 상징은 베트남-싱가포르 산업단지(VSIP)였다. 하지만 이제 반도체, 핀테크, 해상 풍력, 첨단 제조처럼 베트남의 가치 사슬 도약 야망과 궤를 같이하는 분야로 레이스를 옮겨가고 있다.
또 럼 주석의 5월 29일 기조연설에는 큰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 2026년 샹그릴라 대화는 5월 29일부터 31일까지 열리며, 다섯 번째 본회의는 “아시아-태평양에서 중국의 협력적 파트너십”을 주제로 한다 . 2025년 중국이 자국의 안보 관련 본회의를 아예 취소했던 이력까지 고려하면, 베트남 지도자를 개막 연사로 선택한 것 자체가 여러 정치적 메시지를 던진다.
아시아 타임스(Asia Times)는 이 선택이 “지역 안보 논의에서 베트남의 높아진 위상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평가하며, 하노이가 “중국과의 제도적 유대가 깊어지는 와중에도 자국의 전략적 자율성이 여전히 건재함을 파트너들에게 확인시켜 줄 기회”라고 분석했다 . 또 럼 주석이 이 지역 안보 구도를 어떻게 구상할지—아세안 주도 메커니즘을 강조할지, 강대국 간 균형을 이야기할지, 아니면 더 적극적인 베트남식 질서 비전을 제시할지—전 세계 외교·안보 관계자들이 예의주시할 쟁점이다.
두 방문을 하나의 외교 캠페인으로 보면, 경제와 안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는 하노이의 전략이 선명해진다.
일부 분석가들은 샹그릴라 대화 무대가 강대국들의 의제에 가려질 수 있다는 위험을 지적한다. 하지만 베트남에겐, 아세안 정상으로서 처음으로 이 대화의 개막 연단에 서는 그 자체가 가장 중요한 성과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