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위기 당시에는 유조선 운항이 크게 제한되며 운송량이 90% 이상 감소했다. 그 결과 하루 약 1,000만 배럴의 석유 공급이 시장에서 사실상 사라졌고, 에너지 가격과 농업 생산 비용이 동시에 상승했다.
독일 킬 세계경제연구소(Kiel Institute)의 연구도 비슷한 위험을 지적한다. 해협이 완전히 봉쇄될 경우 세계 석유의 약 5분의 1과 LNG 무역의 약 4분의 1이 차단될 수 있으며, 이는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연쇄적인 경제 충격을 일으킬 수 있다.
에너지는 비료 생산, 화학 산업, 운송 등 거의 모든 산업의 기본 투입 요소다. 따라서 에너지 가격 급등은 식품 가격과 제조 비용까지 연쇄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실제로 위기 초기 시장에서는 공급 충격에 반응해 브렌트유 가격이 약 10~13% 상승하기도 했다.
ETC는 이번 위기를 단순한 지역 분쟁이 아니라 세계 에너지 시스템의 구조적 취약성을 보여주는 사건으로 본다.
현재의 에너지 체계는 지리적으로 제한된 지역에서 생산된 화석연료를 해상 운송과 파이프라인으로 장거리 이동시키는 방식에 크게 의존한다. 이런 구조에서는 특정 해협이나 운송로가 막히면 글로벌 공급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ETC는 다음 세 가지 변화가 동시에 진행되면 이런 취약성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고 본다.
• 교통과 산업의 전기화로 석유 대신 전력 사용 확대
• 에너지 효율 향상을 통한 전체 에너지 수요 감소
• 재생에너지와 저탄소 전력의 대규모 확대
이 세 가지 흐름이 결합되면 2035년 무렵에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 규모에 해당하는 석유 수요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 ETC의 핵심 주장이다.
다만 전기차 보급 속도, 재생에너지 투자 규모 등 구체적인 가정은 공개된 자료에서 상세히 확인되지 않는다.
호르무즈 위기 이후 많은 정책 분석가들이 강조하는 점은 재생에너지와 화석연료 공급망의 구조적 차이다.
화석연료는 채굴 → 수송 → 정제 → 국제 거래라는 긴 공급망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해협, 파이프라인, 항구 같은 전략적 병목 지점이 생긴다.
반면 태양광,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는 발전 설비가 설치된 뒤에는 연료 자체를 해외에서 수입할 필요가 없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청정에너지 시스템이 지정학적 충격에 구조적으로 덜 취약하다고 설명한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도 비슷한 관점을 제시한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수입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고 에너지 안보를 강화한다는 것이다.
이번 위기는 화석연료 공급 차질이 얼마나 빠르게 세계 경제 전체로 확산되는지를 보여줬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단순히 전기료나 연료비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연료 가격 상승은 운송 비용과 비료 가격을 올리고, 이는 다시 식품 가격 상승과 산업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개발도상국은 이런 충격에 더 취약하다. 전략 비축량이 적거나 공급선을 다양화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쇄적 위험 때문에 일부 분석가들은 반복되는 지정학적 위기가 전기화·효율 향상·재생에너지 확대를 더 빠르게 추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위기 대응 과정에서 종종 나타나는 실수를 경고한다. 단기적인 공급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화석연료 인프라에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것이다.
이런 대응은 단기적으로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높은 비용과 시장 변동성에 더 오래 노출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대신 정책 그룹들은 다음과 같은 구조적 대응을 권고한다.
• 재생에너지와 저탄소 에너지 시스템의 빠른 확대
• 교통·난방·산업 분야 전기화 가속
• 에너지 효율 개선으로 총수요 감소
• 단기 시장 안정과 동시에 장기적 화석연료 의존도 축소
이러한 전략의 목적은 에너지 시스템을 국제 연료 무역과 해상 운송 경로에 덜 의존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 위기는 세계 석유 시스템이 얼마나 집중된 구조인지 다시 보여줬다. 전 세계 석유 흐름의 약 20%가 한 해협에 의존하기 때문에, 작은 지역 분쟁도 세계 경제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ETC는 장기적인 해법이 단순히 해상 운송로를 보호하거나 화석연료 생산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그런 병목을 통과해야 하는 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청정에너지 확대가 실제로 2035년까지 호르무즈 해협 규모의 석유 수요를 대체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그러나 이번 위기는 분명한 메시지를 남겼다. 전기화, 효율 향상, 그리고 국내 재생에너지 확대가 미래 에너지 안보 전략의 핵심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