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클라우드의 CUBE 5.0을 단순히 ‘더 빨리 짓는 공법’으로만 보면 핵심을 놓치게 된다. 이 기술의 본질은 데이터센터를 현장에서 순차적으로 조립하는 맞춤형 건설 프로젝트에서, 공장에서 생산·검사하는 표준 제품으로 바꾸는 데 있다.
알리바바 클라우드는 CUBE 5.0을 적용하면 대형 AI 데이터센터를 100일 만에 공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전통적인 구축 기간은 612개월, 미국은 1218개월이라는 설명이다. 회사는 또 기존 세대보다 킬로와트당 건설비를 10% 이상 낮추고, 제품의 최초 테스트 통과율을 100%에 가깝게 끌어올렸다고 주장한다. 다만 이 수치는 독립 기관이 검증한 업계 공통 벤치마크가 아니라 회사와 관련 보도가 제시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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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의 비결은 ‘순차 공사’를 ‘동시 생산’으로 바꾸는 것
기존 데이터센터 공사는 한 단계가 끝나야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전력 설비를 설치한 뒤 냉각 설비를 연결하고, 이후 보안·소방·관리 시스템을 추가하는 식이다. CUBE 5.0은 이 구조를 크게 바꾼다.
- 30일: 공장 제조와 현장 준비
- 50일: 현장 인양·설치·연결
- 20일: 통합 시운전과 테스트
전력, 냉각, 보안, 지능형 관리, 소방 시스템을 공장에서 동시에 제작하고 사전 테스트한 뒤 현장으로 운송한다. 현장에서는 완성도 높은 모듈을 배치하고 연결한 다음 전체 시스템을 검증한다. 알리바바 클라우드가 이를 레고 블록 조립에 비유하는 이유다. 날씨와 현장 인력, 복잡한 공정 간 조율에 좌우되는 작업을 줄일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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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지표는 모듈화 수준이다. CUBE 5.0은 5대 핵심 시스템의 전체 모듈화 비율을 이전 설계의 약 30%에서 90%로 높였다고 알리바바 클라우드는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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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되면 공장과 현장이 같은 시간에 움직일 수 있다. 데이터센터 건물을 먼저 완성한 뒤 주요 설비를 차례로 설치하는 대신, 공급업체가 표준화된 장치를 동시에 생산·통합·검사한다. 현장 작업은 모듈을 올리고, 연결하고, 성능을 확인하는 과정에 집중된다.
속도와 비용, 재작업을 함께 줄이는 구조
경제성은 반복 생산에서 나온다. 공장에서는 동일한 설계와 통제된 작업 환경, 표준화된 조달 체계를 활용할 수 있다. 현장 인력과 재작업도 줄어든다. 모듈을 데이터센터로 옮기기 전에 검사하면 문제가 발생했을 때 발견 시점도 앞당길 수 있다.
알리바바 클라우드는 이 방식을 통해 이전 세대보다 단위 건설비를 10% 이상 낮추고, 제품 최초 테스트 통과율을 100%에 가깝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관련 보도는 장비 밀도 향상, 변압기 수 감소, 공랭과 액랭을 모두 지원하는 구조도 언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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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여기에는 중요한 전제가 있다. 공사 기간이 짧아졌다고 해서 총운영비, 가동률, 수명주기 비용까지 자동으로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운송 거리, 부지 조건, 전력망 연결, 실제 워크로드 활용률, 표준 모듈이 특정 지역의 요구에 얼마나 잘 맞는지가 최종 성과를 좌우한다.
고압 직류와 하이브리드 냉각으로 AI 칩 변화에 대응
AI 데이터센터가 직면한 문제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AI 가속기의 전력 밀도는 높아지고 있고, 칩의 설계와 발열 특성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CUBE 5.0은 고압 직류 배전 방식을 사용해 외부에서 들어온 전력과 IT 장비 사이의 변환 단계를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동시에 공랭과 액랭을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해 가속기 종류와 발열량이 다른 환경에 대응한다. 알리바바 클라우드는 이 ‘고탄력성’ 설계를 통해 매번 건축·기계·전기·배관 시스템을 전면 재설계하지 않고도 최소 3세대의 칩과 컴퓨팅 아키텍처를 지원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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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데이터센터 건물의 수명과 내부에 설치되는 칩의 수명이 다르기 때문에 중요하다. 전력과 냉각 인프라를 모듈화하면 운영자는 주변 인프라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새 하드웨어를 교체하거나 서로 다른 장비를 혼합할 선택지가 커진다. 물론 미래 업그레이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목표는 업그레이드의 충격과 비용을 줄이는 데 있다.
17년의 경험을 표준 제품으로 바꾸다
CUBE 5.0은 처음부터 새로 만든 설계라기보다 알리바바 클라우드가 17년 동안 데이터센터를 구축·운영하며 축적한 경험을 제품화한 결과로 제시된다. 그 출발점은 2009년 ‘페이톈(飞天)’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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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부분은 모듈화라는 아이디어 자체가 아니었다. 축적된 엔지니어링 지식을 제조업체가 반복 생산할 수 있는 설계로 바꾸는 일이 더 까다로웠다. 알리바바 클라우드와 업계 공급업체들은 데이터센터 전체 설계를 표준화된 BOM(Bill of Materials·자재명세서)으로 전환했다. 부품 배치뿐 아니라 일부 체결 부품의 규격까지 구체화해 모듈을 매번 새로 설계하는 대신 하나의 제품처럼 생산할 수 있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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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CUBE 5.0은 건축 설계만으로 완성되는 모델이 아니다. 공급업체가 모듈을 대량 생산하고, 동일한 기준으로 검사하며, 현장에서 큰 수정 없이 납품할 수 있는 공급망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우란차부가 대표 사례가 된 이유
내몽골 우란차부는 AI 인프라의 또 다른 축인 ‘입지’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고밀도 연산을 감당하려면 데이터센터를 빠르게 짓는 것뿐 아니라 냉각과 전력, 네트워크 조건이 좋은 곳을 찾아야 한다.
우란차부는 북위 약 42도에 위치하며 연평균 기온은 약 4.3℃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데이터센터는 1년에 약 10개월 동안 자연 냉각을 활용할 수 있고, 동일 조건에서 에너지 사용량을 20% 이상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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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과의 거리도 장점으로 꼽힌다. 우란차부는 베이징에서 약 240㎞ 떨어져 있으며, 전용 광케이블을 통해 약 4.2밀리초의 지연시간을 구현할 수 있다고 보도됐다. 이 정도의 연결성은 우란차부를 단순한 원격 배치 처리용 지역이 아니라 베이징과 연계된 AI 학습·추론 인프라로 활용할 가능성을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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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측면에서는 현지 녹색전력 비중이 약 67%로 제시된다. 재생에너지, 서늘한 기후, 주요 기술 수요처와의 근접성이 결합하면서 우란차부에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집중된 배경을 설명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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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무암 지질이 데이터센터 입지의 안정성을 특별히 높인다는 주장에는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일부 보도는 안정적인 지질과 낮은 자연재해 위험을 장점으로 들지만, available evidence만으로 현무암과 특정한 인프라 회복력 사이의 인과관계가 독립적으로 확립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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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이 짓는 것’보다 ‘더 빨리 공급하는 것’에 대한 베팅
알리바바 클라우드는 올해 모듈형 데이터센터의 글로벌 생산능력을 세 배로 늘리겠다고 말한 것이 아니라, 두 배 이상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단순히 건설 목표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모듈 제조와 배치 처리량을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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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란차부는 이 전략이 지역 클러스터와 결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2026년 보도에서는 현지에 89개의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계약됐다고 전했으며, 이후 보도에서는 실제 유치 프로젝트가 100개를 넘고 운영 중인 연산 규모가 약 17만 2,000P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지능형 연산 비중은 시점에 따라 90% 이상 또는 95% 이상으로 제시된다. 수치가 다른 이유는 계약, 유치, 운영, 건설 중인 프로젝트를 서로 다르게 집계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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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보도에 등장하는 참여 기업으로는 화웨이, 알리바바, 콰이쇼우, 바이트댄스, 센추리인터넷, CICC 데이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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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이 모델은 에너지와 냉각, 네트워크 연결성, 표준화된 구축 방식, 집중된 고객 기반을 하나의 AI 생산 생태계로 묶으려는 시도다.
우란차부가 내세우는 ‘토큰 도시(Token city)’ 구상도 같은 맥락에 있다. 재생에너지를 연산능력으로 바꾸고, 연산능력을 다시 모델 학습·추론·토큰 생성 서비스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계약된 프로젝트가 실제 가동률이나 수익성 있는 수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전력망 통합, 칩 공급, 네트워크 용량, 실제 AI 워크로드가 모듈 생산 속도를 따라갈 수 있는지가 다음 검증 과제다.
AI 데이터센터의 핵심 혁신은 ‘제품화’
CUBE 5.0의 가장 중요한 변화는 건설 속도 자체가 아니라 건설의 일부를 제조업으로 바꾼 데 있다. 5대 핵심 시스템의 모듈화 비율을 90%까지 높이면 공장 생산과 현장 작업을 병렬로 진행할 수 있고, 납품 전 더 많은 시스템을 검사할 수 있으며, 향후 칩 교체에도 전력과 냉각 인프라를 더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다.
따라서 ‘100일’이라는 숫자의 의미는 같은 건설 방식을 더 빠르게 수행했다는 데 있지 않다. 현장 중심의 순차 공사를 표준화된 공장 생산과 조립 과정으로 대체했다는 데 있다. 이 모델이 업계 표준이 될지는 비용과 신뢰성에 대한 독립 검증, 그리고 공장·전력 인프라·칩 공급·실제 AI 수요가 모듈 생산 속도만큼 확장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