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중국 협력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는 여전히 에너지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 수준의 석유·가스 생산국 중 하나이며, 중국은 세계 최대 에너지 수입국 가운데 하나다. 이런 구조는 양국 관계를 자연스럽게 보완적으로 만든다. 러시아는 안정적인 대형 시장을 확보하고, 중국은 공급원을 다양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회담에서는 러시아가 유럽 시장을 잃은 이후 중국으로 에너지 수출을 확대하는 전략이 주요 의제로 논의됐다.
에너지 협력 가운데 가장 큰 관심을 받은 프로젝트는 ‘파워 오브 시베리아 2(Power of Siberia 2)’ 가스관이다.
이 가스관은 러시아에서 몽골을 거쳐 중국으로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계획으로, 완공될 경우 과거 유럽으로 향하던 대규모 가스 물량을 중국 시장으로 돌릴 수 있게 된다.
다만 정상회담에서 이 프로젝트가 핵심 의제로 논의되긴 했지만, 최종적인 구속력 있는 계약이 체결됐다는 발표는 나오지 않았다는 점도 함께 지적됐다.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정상회담 이후에는 양국 대표단 간 협력 문서 서명 행사도 진행됐다.
다만 공개된 보도에서는 단일한 대형 합의보다는 경제·외교 협력을 장기적으로 제도화하는 여러 협력 틀을 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는 분석이 많다.
경제 협력과 함께 이번 방문에서 중요한 또 하나의 메시지는 국제질서에 대한 공동 시각이었다.
러시아와 중국은 회담을 앞두고 ‘다극 세계(multipolar world)’ 구축을 지지하는 공동 선언을 채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극 세계’라는 개념은 국제 권력이 미국과 서방 동맹에 집중된 구조에서 벗어나, 여러 강대국이 영향력을 나누는 체제를 의미한다. 이 개념은 최근 러시아와 중국 외교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핵심 용어다.
양국 지도자는 회담에서도 서방의 압력에 맞서 상호 지지를 강화하겠다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이번 정상회담이 특히 주목받은 이유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같은 주에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와 푸틴을 연이어 베이징에서 만났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정은 중국이 세계 외교 무대에서 워싱턴과 모스크바 사이에서 동시에 관계를 관리할 수 있는 중심 국가임을 보여주려는 신호로 해석됐다.
상징적 메시지와 달리, 전문가들은 러시아·중국 관계가 완전히 대등하지는 않다고 평가한다.
서방 제재 이후 러시아는 무역, 투자, 외교적 지원 측면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커졌지만, 중국은 여전히 더 넓은 글로벌 경제 선택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6년 베이징 정상회담은 한 가지 사실을 분명히 보여줬다. 러시아와 중국의 협력은 이제 단순한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에너지 인프라, 무역 확대, 외교 메시지로 이어지는 실제 정책 협력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