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제재 지정은 미국 밖에 있는 디지털 단체에도 곧바로 인프라 위기로 번질 수 있다. 이탈리아 기술 집단 오티스티치/인벤타티(Autistici/Inventati·A/I)는 2026년 8월 26일 미국의 지정 이후 며칠 사이 결제, 도메인, 은행 서비스에 잇달아 접근하지 못하게 됐고, 결국 수만 개의 이용자 계정과 사이트에 영향을 주는 서비스 종료 방침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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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지정은 무엇이었나
미 국무부와 재무부는 A/I를 ‘특별지정 글로벌 테러리스트(SDGT)’로 지정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정부는 이탈리아 기반 단체인 A/I가 폭력적 안티파 세력 및 기타 극좌 무장세력을 위한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운영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미국 정부의 주장이다. 지정에 따라 미국 관할에 속하는 재산과 재산상 이익은 동결되며, 미국인은 원칙적으로 지정 대상과 거래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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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 법적 지위의 영향이 미국 내 자산에만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미국 금융 시스템과의 연결, 결제망, 미국 소재 사업자와의 관계를 가진 기업들은 제재 노출 위험을 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결제·DNS·은행에서 일어난 연쇄 차단
핵심적인 병목 지점은 세 곳이었다.
- 결제: 지정 뒤 A/I의 페이팔 계정이 정지돼 기부금 수납 통로가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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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메인: 미국 기반
.org 레지스트리 운영사인 퍼블릭 인터레스트 레지스트리(PIR)는 autistici.org를 serverHold 상태로 전환했다. 로이터는 지정 이틀 뒤 해당 도메인에 접속할 수 없게 됐다고 보도했고, A/I의 기술 공지도 레지스트리 단계의 보류 조치를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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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 방카 에티카(Banca Etica)는 OFAC 등재 뒤 A/I 계좌의 위험 등급을 높이고 거래를 일시 중단했다고 밝혔다. 이후 로이터는 이 계좌가 폐쇄됐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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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도메인 조치가 갖는 의미가 크다. serverHold는 레지스트리 단계에서 작동하는 상태값으로, 실제 웹이나 메일 서버가 어느 나라에 있든 도메인이 공용 인터넷에서 해석되지 않도록 만들 수 있다. 즉 서버를 직접 압수하거나 끄지 않아도, 레지스트리의 통제만으로 서비스 접근성을 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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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종료를 택한 이유
A/I는 도메인과 은행 계좌를 잃은 뒤 서비스를 종료하겠다고 밝혔다. 영향 범위는 약 1만6,000개의 메일함, 1,500개 웹사이트, 5,500개 메일링리스트, 1만 개 블로그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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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단순한 호스팅 장애가 아니었다. 주 도메인을 잃으면 대외 서비스 접근과 운영 관리가 모두 어려워지고, 결제와 은행 채널의 상실은 단체 운영 자체를 제약한다. 더 넓게 보면 지정 뒤에는 서비스 사업자와 거래 상대방이 제재 위험을 직접 판단하기보다 관계를 끊는 선택을 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결과적으로 디지털 서비스의 존속은 서버의 물리적 위치만으로 결정되지 않았다. 도메인 레지스트리, 결제 사업자, 은행처럼 인프라의 핵심 지점에 있는 기관들의 정책과 법적 위험 판단에도 좌우됐다.
디지털 권리 단체들이 ‘선례’를 우려하는 까닭
유럽디지털권리(EDRi)는 이번 지정을 독립 인터넷 인프라, 안전한 통신, 기본권에 대한 공격으로 규정했다. 이 단체가 우려하는 지점은 미국의 일방적 조치가 레지스트리·결제 사업자·은행 등 중앙화된 서비스를 매개로 유럽 기반 비영리 단체에 실질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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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모든 유럽 사업자가 지정 단체의 서비스를 반드시 중단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제재 위험을 피하려는 기업의 판단이 빠르게 같은 운영상 결과, 즉 서비스 단절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 독립 호스팅 프로젝트에는 서버를 분산해 두더라도 도메인, 금융, 기타 중앙화된 중개자에 대한 의존이 남는다는 구조적 취약성이 드러난 사례다.
EU ‘차단법’이 해법이 될 수 있나
EDRi는 EU 차원의 대응으로 차단법(Blocking Statute), 즉 유럽연합 이사회 규정 (EC) 제2271/96호를 거론했다. 이 규정은 특정 제3국 법률 및 조치의 역외 적용에 맞서기 위해 마련됐다. 부속서에 열거된 법률의 경우, 유럽연합 사업자가 유럽위원회 허가 없이 이에 따르는 것을 금지하고, 특정 외국 결정의 EU 내 효력을 제한하며, 일부 손해의 배상 청구 경로를 제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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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 제도는 모든 미국 제재를 일괄적으로 무력화하는 장치는 아니다. 적용 여부는 문제의 외국 조치가 규정 부속서의 적용 대상인지, 또 개별 사업자와 거래의 구체적 사실관계가 무엇인지에 달려 있다. 제공된 자료는 EDRi가 추가 검토와 대응을 요구할 정책적 근거를 뒷받침하지만, 특정 은행·레지스트리·결제 사업자가 A/I에 대한 서비스를 계속 제공해야 했다고 차단법이 자동으로 요구했다는 점까지 입증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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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는 교훈
A/I 사례는 제재가 결제 처리업체, 은행 계좌, 최상위 도메인 레지스트리처럼 쉽게 간과되는 의존 경로를 통해 디지털 조직에 도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유럽 정책 입안자와 인프라 사업자에게 남는 질문은 데이터가 어느 나라 서버에 저장돼 있는가만이 아니다. 외국의 제재 결정이 내려졌을 때, 어떤 기관이 한 조직을 인터넷에서 닿지 않게 하거나 재정적으로 지속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