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장에서 줄행랑치기보다 오히려 매수에 나선 대형 투자자가 포착됐다. 하이퍼리퀴드에서 최대 규모의 롱 포지션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고래가 비트코인(BTC) 1,000개와 이더리움(ETH) 2만8,000개에 새롭게 롱 포지션을 열었다.
비트코인 진입 평균가는 약 7만8,780달러, 이더리움은 약 2,490달러다. 이를 기준으로 계산한 명목 포지션 규모는 BTC 약 7,880만 달러, ETH 약 6,970만 달러로 합계 약 1억4,850만 달러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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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파적 연설 직후 ‘저가 매수’
거래 시점이 핵심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케빈 워시는 잭슨홀 연설에서 물가 안정과 연준의 2% 인플레이션 목표를 재확인했다. 또한 구체적인 선제 지침은 줄이고, 앞으로 나올 경제지표에 따라 정책을 판단하는 접근을 강조했다. 시장은 이를 매파적으로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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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 이후 위험자산 전반이 압박을 받으면서 비트코인은 약 3.23% 하락해 7만7,812달러까지 떨어졌고, 이더리움도 동반 하락했다.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레버리지 롱 포지션 청산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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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고래는 매도세에 동참하지 않고 하락 구간을 매수 기회로 판단한 셈이다. 가장 보수적인 해석은 이 계정이 거시경제 충격으로 발생한 조정을 단기 반등의 진입점으로 봤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거래가 연준의 즉각적인 정책 전환을 예상한다는 뜻은 아니며, 시장이 이미 바닥을 확인했다는 증거도 아니다.
‘무조건 존버’가 아닌 전술적 베팅
이번 신규 진입을 해석할 때는 고래의 직전 행보도 함께 봐야 한다. 8월 25일 관련 보고에 따르면, 이 투자자는 ETH 롱 12만 개를 전량 청산하고 BTC 롱 3,000개 가운데 1,200개를 줄여 약 4,530만 달러의 이익을 실현했다. 그 결과 보고된 총 롱 포지션 규모는 약 5억3,700만 달러에서 1억4,300만 달러로 감소했고, BTC 롱 1,800개는 남겨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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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이번 거래는 단순히 모든 하락을 버티는 강세론과는 다르다. 이 고래는 수익을 확보하고 위험 노출을 낮춘 뒤, 가격이 밀리자 다시 포지션을 키웠다. 이는 단기 반등에 대한 확신을 보여주는 동시에 시장 상황이 바뀌면 빠르게 방향을 수정할 수 있다는 점도 보여준다.
또 하나 주의할 점은 1억4,850만 달러가 투자자가 실제로 예치한 자금이 아니라 선물 포지션의 명목가치라는 사실이다. 하이퍼리퀴드는 탈중앙화 파생상품 거래 플랫폼이며, 해당 포지션이 레버리지 무기한 선물이라면 실제 위험은 증거금, 청산 가격, 추가 증거금 투입, 부분 청산, 다른 계정의 헤지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하이퍼리퀴드에서 확인할 지표
고래의 베팅이 시장 전체의 반등으로 이어지는지는 가격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다음 네 가지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 가격과 미결제약정이 함께 상승하는 경우: 새로운 포지션이 유입되며 반등에 참여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펀딩비가 완만한 플러스 수준에 머문다면 롱 포지션이 지나치게 몰리지 않은 비교적 건전한 흐름으로 볼 여지가 있다.
- 미결제약정과 플러스 펀딩비가 급격히 치솟는 경우: 롱 포지션이 과도하게 crowded, 즉 한쪽으로 몰렸을 가능성이 있다. 작은 가격 하락에도 연쇄 청산이 발생할 수 있다.
- 미결제약정은 안정적이거나 늘지만 펀딩비가 보합 또는 하락하는 경우: 공격적인 레버리지 롱 추격보다는 숏커버링이나 현물 매수 주도 흐름일 가능성을 시사할 수 있다.
- 가격과 미결제약정이 함께 하락하는 경우: 일반적으로 디레버리징, 즉 과도한 레버리지가 해소되는 과정으로 해석된다. 반대로 가격이 하락하는데 미결제약정이 늘고 펀딩비가 크게 마이너스라면 숏 포지션 확대로 볼 수 있지만, 이것만으로 상승 신호가 되는 것은 아니다.
펀딩비와 미결제약정은 시장 참여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포지션을 잡고 있는지 보여줄 뿐, BTC나 ETH의 다음 방향을 확정해주지는 않는다.
시장의 나머지 신호는 엇갈린다
이더리움 공급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볼 만한 데이터가 있다. 중앙화 거래소에 보관된 ETH 잔고는 약 1,512만 개로, 2026년 초 약 1,686만 개에서 약 10% 줄어든 것으로 보고됐다. 일부 물량은 스테이킹 계약으로 이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거래소 잔고 감소는 당장 매도 가능한 물량을 줄일 수 있지만, 해당 코인이 앞으로 절대 매도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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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비트코인 ETF 자금 흐름은 명확한 지지 신호라고 보기 어렵다. 블룸버그가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상장 현물 비트코인 ETF는 8월 10일이 포함된 주간에 3억8,970만 달러의 순유출을 기록했다. 직전 주간에는 8억5,350만 달러가 유입된 상태였다. 이는 한 주 사이 자금 흐름이 바뀌었다는 의미이지, 기관 투자자들이 장기적으로 시장을 떠났다는 증거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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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매도 물량도 변수다. 한 미확인 고래가 8월 19일부터 22일까지 사흘 동안 약 5억7,660만 달러 규모의 BTC 7,700개를 매도했다는 보고가 나왔다. 단일 지갑의 거래만으로 시장 전체의 분산 매도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 정도 규모의 공급은 레버리지 반등 전망을 신중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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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거래가 말해주는 것
이번 움직임은 워시 의장의 연설로 촉발된 거시경제 충격에도 한 대형 하이퍼리퀴드 참여자가 BTC와 ETH의 단기 회복 가능성에 베팅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앞서 약 4,530만 달러의 이익을 확정한 뒤 다시 하락 구간에 진입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고래의 전략은 높은 확신과 적극적인 위험 관리가 결합된 형태에 가깝다.
그러나 이 거래만으로 고래가 옳다고 볼 수는 없다. 더 넓은 상승 추세가 시작됐다는 뜻도 아니며, 다른 투자자들이 따라올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가장 강한 확인 신호는 가격 회복과 함께 나타나는 지속적인 현물 수요, 그리고 과열되지 않은 파생상품 포지셔닝이다. 그 전까지 이번 1억4,850만 달러 거래는 상승장의 확정 신호라기보다, ETF 자금 유출과 고래 매도, 연준 정책 불확실성이 공존하는 시장에서 드러난 한 투자자의 강한 위험 선호 신호로 보는 편이 타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