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차 BRICS 정상회의가 남긴 것은 새 통화가 아니라 정치적 공감대였다. 9월 12일 채택된 뉴델리 선언은 무역·금융·글로벌 거버넌스 개혁을 폭넓게 다루면서, 더 빠르고 접근성 높은 국경 간 지급결제 체계 구축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BRICS 공동 통화를 출범시키거나 미국 달러를 대체하겠다고 약속한 내용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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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구분이 정상회의의 의미와 이를 둘러싼 미국의 관세 경고를 이해하는 핵심이다. BRICS가 추진하는 것은 달러 경로 밖에서 무역 대금을 결제할 수 있는 선택지를 늘리는 일이다. 통합 통화 시스템에 필요한 제도를 만드는 단계는 아직 아니다.
뉴델리 선언이 실제로 진전시킨 것
140개 항으로 구성된 선언은 경제·금융 분야 협력을 촉구하는 한편, 일방적 관세·비관세 조치, 제재 및 기타 강압적 경제 제한을 비판했다. 다만 합의문 특유의 신중한 문구를 사용해, 관세와 제재 논란의 대상이 사실상 미국과 겹치는 대목에서도 미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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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급결제 분야의 방향은 급진적 변화보다 실무적 개선에 가깝다. BRICS 회원국들은 국경 간 결제를 더 빠르고 저렴하며 접근하기 쉽고 안전하게 만들 장치를 계속 검토하기로 했고,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자국 통화 사용을 늘리는 방안도 지지했다. 동시에 선언은 모든 나라에 통하는 단일 모델은 없으며, 국가별 우선순위도 다르다고 명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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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당장의 프로젝트는 결제 다변화다.
- 양국 간 교역에서 자국 통화 결제 비중을 확대하고
- 지급결제 인프라를 연계하거나 개선하며
- 거래 비용과 결제 중단 위험을 낮추고
- 국제 금융 거버넌스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이다.
이는 공동 통화 발행, 공동 중앙은행 설립, 혹은 세계 최대 준비통화·무역통화인 달러의 대체와는 분명히 다른 목표다.
트럼프의 관세 경고가 여전히 중요했던 이유
트럼프의 100% 관세 경고는 달러를 대체하려는 통화를 만들거나 지지하는 BRICS 회원국을 겨냥했다. 그는 BRICS의 이른바 ‘반미 정책’에 동조하는 국가에는 추가로 10%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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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이 경고는 뉴델리 선언의 개별 조치보다 더 넓은 전략적 우려를 겨냥한 것이다. 제한적인 자국 통화 결제나 대체 결제망 연결도 일정 부분에서는 달러 기반 인프라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워싱턴의 시각에서는 관세 위협이 이런 기술적 장치들이 더 조직적인 정치·경제적 도전으로 발전하는 데 따르는 비용을 높이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다만 정상회의의 문구는 회원국들도 그 위험을 관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인도는 공동 BRICS 통화나 노골적인 반달러 프로젝트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밝혔으며, 대신 국경 간 무역 비용을 낮추기 위한 자국 통화 결제와 디지털 결제를 강조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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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러시아 사례가 보여주는 가능성과 한계
인도와 러시아의 결제 협력 체계를 통해 양국 교역의 96%를 루피와 루블로 처리할 수 있게 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21 이는 충분한 교역 규모, 맞물린 이해관계, 결제 인프라가 갖춰질 경우 자국 통화 결제가 확대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다.
하지만 양자 간 성공이 BRICS 전체로 자동 확장되는 것은 아니다. 더 넓은 체계는 훨씬 어려운 문제를 풀어야 한다.
- 수출업체가 받은 통화를 쉽게 환전하고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가
- 환율 위험을 관리할 금융 수단이 충분한가
- 한 통화로 쌓인 잔액을 다른 곳에 투자하거나 사용할 수 있는가
- 민간 기업이 법·금융·운영 인프라를 신뢰하는가
- 자본 통제, 은행 시스템, 정책 목표가 다른 회원국들이 공통 규칙에 합의할 수 있는가
선언이 유연한 접근법을 강조한 이유도 이런 제약에 있다.
11 자국 통화 표시·결제는 특정 무역 경로에서 달러 의존도를 낮출 수 있지만, 곧바로 폭넓게 통용되는 공동 통화 네트워크를 만들지는 않는다.
더 큰 장애물은 내부 분열
이번 정상회의는 BRICS가 광범위한 의제에서 합의문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줬다. 동시에 그 합의에 얼마나 정교한 외교적 조율이 필요한지도 드러냈다. 중동 문제에 관한 성명은 깊은 우려를 표하고 ‘최대한의 자제’를 촉구했지만, 어느 국가의 책임인지 지목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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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신중한 표현은 회원국 이란과 아랍에미리트(UAE) 사이의 심각한 긴장 속에서 나왔다. 로이터는 정상회의 전 UAE가 분쟁 중 이란의 미사일 공격 이후 이란과의 무역 및 금융 거래를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17 회원국 간에 분쟁과 연계된 무역·금융 단절이 실제로 발생하는 블록이라면, 통합 결제 체계를 위한 기반에는 뚜렷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전략적 이해의 다양성이다. BRICS 국가들은 제재, 관세, 서방 주도 기구에 집중된 영향력에 문제의식을 공유할 수 있다. 그러나 안보, 무역 의존도, BRICS의 궁극적 목적을 놓고는 서로 다른 입장일 수 있다. 일반 원칙에 대한 합의가 공동 통화 당국, 재정정책, 통일된 대외 전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볼 지표
BRICS 탈달러화의 핵심은 정상회의 수사가 아니라 이행이다. 특히 다음 네 가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 실제로 작동하는 결제 연결망: 각국 지급결제 시스템이 상호 운용 가능해지고, 일부 양자 무역 경로를 넘어 기업들이 이용할 수 있는지.
- 무역 결제 규모: 인도·러시아처럼 우선순위가 높은 관계를 넘어 자국 통화 결제가 지속적이고 투명하게 늘어나는지.
- 민간 부문의 채택: 은행, 수입업체, 수출업체가 정부 권고 때문이 아니라 효율성과 신뢰성 때문에 이 체계를 사용하는지.
- 정치적 지속성: 지정학적 분쟁이 무역, 제재 노출, 안보 관계에 직접 영향을 줄 때도 금융 협력을 유지할 수 있는지.
결론
뉴델리 정상회의는 BRICS를 금융 다변화 쪽으로 한 걸음 더 옮겼지만, 달러를 대체하는 방향으로 이끈 것은 아니다. 선언은 자국 통화 결제, 지급결제 시스템 협력, 국제기구 개혁을 지지했지만 공동 통화나 달러 기반 상거래로부터의 집단적 이탈과는 거리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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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관세 위협은 점진적인 대안조차 정치적으로 민감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는 일부 정부와 기업이 더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억제할 수 있는 반면, 회원국들이 예비 결제 수단을 유지하려는 동기를 강화할 수도 있다. 현재 BRICS의 탈달러화는 달러의 세계적 역할에 맞서는 통일되고 신뢰할 만한 통화 도전이라기보다, 양자 협력과 기술적 조치가 점진적으로 쌓이는 과정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