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res가 만들려는 것은 양자컴퓨터 자체가 아니다. 기존 기업 인프라를 전면 교체하지 않고도 조직이 사용할 수 있는 보안 소프트웨어로, 수학적 아이디어를 실제 업무 환경에 적용하는 것이 회사의 사업 방향이다.
LionGuard는 기기, 클라우드 시스템, 네트워크에 저장된 파일을 암호화하는 구독형 애플리케이션이다. 사용 방식은 비교적 단순하다. 발신자가 암호화 키를 생성해 앱을 통해 수신자에게 전달하고, 수신자는 LionGuard를 사용해 파일을 복호화한 뒤 열어야 한다.
Aires는 LionGuard를 자사의 특허받은 ‘디오판토스 방법론’을 기반으로 한 포스트퀀텀 암호화 소프트웨어로 소개한다. 마이크로소프트 마켓플레이스 등록 정보에는 널리 사용되는 AES-256 암호화도 제품 보호 기능의 일부로 명시돼 있다.
즉 LionGuard의 핵심 판매 포인트는 사용자가 파일을 저장하고 공유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꾸는 데 있지 않다. 이미 사용하는 기기와 클라우드, 네트워크에 보안 계층을 추가하는 방식이다. 특수한 양자 하드웨어를 새로 도입하기 어려운 기업이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양자내성 보안을 준비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현재 널리 쓰이는 암호체계 중 일부는 충분히 강력한 양자컴퓨터가 등장하면 공격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Aires는 디오판토스 방정식의 특정 문제를 푸는 일이 어렵기 때문에 자사의 암호화 방식이 기존 컴퓨터는 물론 미래의 양자컴퓨터를 상대로도 방어력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요한 전제가 따른다. 특허 등록은 공개된 발명에 대해 특허권이 부여됐다는 의미이지, 암호체계가 장기간의 공개 암호분석, 구현 검토, 표준화 심사, 독립 보안감사를 모두 마쳤다는 뜻은 아니다. 현재 공개된 보도와 제품 설명만으로는 그 수준의 검증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
따라서 LionGuard를 설명할 때는 ‘양자컴퓨터에도 절대 해독되지 않는다’보다 ‘양자내성을 목표로 설계됐다고 회사가 마케팅하는 파일 암호화 제품’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특히 규제 대상 정보나 장기 보관 기밀을 다루는 기업이라면 특허의 존재만이 아니라 공개 검증, 상호운용성, 키 관리, 운영 보안까지 따로 확인해야 한다.
2026년 6월 보도 당시 LionGuard는 아직 베타 단계였으며, 구독자는 100명을 넘었다. 석유·가스, 원자재 거래, 에듀테크, 클라우드 서비스, 은행·금융서비스 등에서 기업 고객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개된 가격은 사용자 1명당 월 388싱가포르달러였다. Aires는 법률사무소, 회계법인, 식음료 체인, 패밀리오피스 등 민감한 데이터를 다루는 중소기업이 이용할 수 있도록 가격을 낮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베타 서비스에서 100명 이상의 구독자를 확보했다는 것은 초기 시장 반응을 보여주는 지표다. 하지만 이를 광범위한 시장 채택이나 독립적인 보안 성능 입증과 같은 의미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Aires는 첨단 데이터 암호화와 관련된 국제 특허 4건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회사의 확장 구상은 파일 보호에만 머물지 않는다. 유럽에서는 바코드와 QR코드를 포함한 2차원 코드 암호화도 시험하고 있다.
이 기술은 결제, 물류, 공급망 인증, 제품 태깅 등에 적용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각각의 활용 분야는 파일 암호화와 별개의 검토가 필요하다. 실제 도입을 위해서는 기존 시스템과의 호환성, 처리 속도, 규제 준수, 인증 방식, 보안성 등을 사용 사례별로 검증해야 한다.
2026년 6월 보도 시점에 Aires는 민간 투자자와 싱가포르의 기업 지원 기관인 Enterprise Singapore 등을 통해 200만 달러 이상을 조달했다. 회사는 국제 마케팅과 사업 확장을 위해 8자리 금액의 추가 자금을 확보하고자 미국·싱가포르·일본 증시 상장을 검토하고 있었다. 당시 맥퍼슨 소재 사무실의 직원 수는 8명이었다.
이는 딥테크 보안 스타트업이 맞닥뜨리는 현실을 보여준다. 독특한 수학적 접근을 고안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기업 고객의 기존 시스템에 원활하게 통합되고, 안정적으로 작동하며, 규제와 고객 요구를 충족하고, 독립적인 기술 검증을 견뎌야 실제 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
Aires의 사업은 연구 중심이던 양자기술을 상용 서비스로 연결하려는 싱가포르의 방향과 맞닿아 있다. 싱가포르는 국가 양자 전략(National Quantum Strategy)에 따라 5년간 약 3억싱가포르달러를 투입해 양자 연구, 엔지니어링, 인재 양성, 기술 배치를 지원하고 있다.
이 생태계에서 Aires는 프로세서나 양자컴퓨터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사이버보안 분야를 겨냥한 기업이다. 회사 자료는 기업용 시스템과 연동할 수 있는 양자내성 API를 소개하고 있으며, LionGuard는 사용자가 직접 활용하는 암호화 제품으로 포지셔닝돼 있다.
이는 양자컴퓨터가 대규모로 상용화되기 전에 보안 기업이 먼저 움직이는 이유를 보여준다. 오늘 생성된 암호화 데이터가 수년 뒤에도 비밀로 남아 있어야 한다면, 위협이 현실화된 뒤가 아니라 지금부터 암호화 체계를 점검해야 하기 때문이다.
Aires의 이야기는 수학 연구가 제품으로 바뀌는 과정인 동시에, 안정적인 금융 경력을 가진 형제가 새로운 시장에 뛰어든 사례이기도 하다. 림의 수학·암호학 연구가 기술적 출발점이었다면, 켄의 사업 경험과 경력 전환은 그 아이디어를 고객이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로 만드는 역할을 했다.
이 변화는 시장이 추상적인 미래 전망에서 실제 도입 문제로 넘어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기업 고객은 양자컴퓨터가 언젠가 등장할지뿐 아니라, 보안 제품이 기존 시스템에 어떻게 들어가는지, 비용은 얼마인지, 보안성을 누가 독립적으로 확인했는지를 묻는다.
Aires의 승부수는 두 겹이다. 어려운 수학이 새로운 암호화 제품의 기반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양자 위협이 당장 현실이 되기 전에 고객이 그 제품을 선택할 것이라는 점이다. LionGuard는 이 가설을 시장에서 시험하는 구체적인 도구다. 최종적인 평가는 수학적 아이디어의 신선함보다 지속적인 기술 검증과 실제 운영 성능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