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단순한 낙관적 전망이 아니라, 공급망이 병목이 되지 않도록 생태계 전체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공개 경고에 가까웠다.
이번 방문에서 가장 입이 떡 벌어지는 숫자는 5월 27일 대만 신사옥 기공식에서 나왔다. 황 CEO는 엔비디아가 대만에 연간 약 **1500억 달러(약 207조 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불과 45년 전 연간 100억150억 달러(약 13~20조 원)였던 지출 규모에 비해 믿기 힘든 도약이다 .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황은 “4년 전에는 이곳에서 거의 0에 가까운 돈을 썼지만, 지금은 연간 약 1500억 달러를 지출한다”고 언급했다 . 이 금액은 엔비디아가 대만 생태계(칩, 패키징, 시스템, 첨단 메모리부터 2030년 완공 예정인 신사옥까지)에 투입하는 총규모를 의미하며, 유럽연합 대다수 회원국의 GDP보다 큰 액수다
.
황 CEO는 기공식에서 이번 방문 내내 반복한 결정적 표현을 처음으로 내뱉었다. “대만은 AI 혁명의 진원지입니다. 칩이 여기서 나오고, 패키징이 여기서 나오죠. 생태계가 여기 있습니다” .
6월 2일 컴퓨텍스에서는 자신들의 위상을 더욱 거래적이고 직접적으로 표현했다. “우리는 이제 대만 생태계 내 어떤 기업보다도 가장 큰 구매자입니다.” 또한 현재 약 1,000명인 대만 현지 직원을 4,000명 수준으로 대폭 늘려 현지 공학 인재에 대한 장기적인 의지를 보이겠다고도 덧붙였다
.
이번 방문 기간 동안 여러 언론이 1000조 원이 넘는 매출 전망을 언급했다. 이 전망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지난 3월 16일과 17일 미국 새너제이 GTC 2026 기조연설에서 처음 발표된 것이다. 당시 황 CEO는 2027년까지 블랙웰과 베라 루빈 플랫폼으로 1조 달러(약 1,380조 원) 이상의 매출을 전망한다고 밝혔다 .
즉, 이번 대만 방문은 그 1조 달러 목표를 발표하는 자리가 아니라, 그 칩을 실제로 어떻게 찍어내서 목표를 달성할 것인지를 보여주는 현장 증명의 자리였던 셈이다.
이번 방문에서 가장 시장의 이목을 끈 극적인 장면은 메모리 부족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 6월 2일,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SK하이닉스가 향후 5년간 총 웨이퍼 생산 능력을 두 배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불과 3월만 해도 증산 계획이 없다던 입장을 완전히 뒤집은 전략적 전환이다 .
몇 시간 후, 젠슨 황은 컴퓨텍스 전시장 SK하이닉스 부스를 직접 방문해 전시된 HBM4E 웨이퍼에 매직펜으로 **“Please Make More (더 만들어 주세요)”**라고 적었다. 이는 세계 최대 AI 칩 설계 회사의 CEO가 첫 번째 고대역폭 메모리(HBM) 공급사에게 ‘메모리가 없으면 확장도 없다’는 절박한 수요를 공개적으로, 그리고 퍼포먼스처럼 드러낸 진귀한 장면이었다 .
젠슨 황의 이번 14일간의 대만 일정은 엔비디아의 AI 지배력이 이제 칩 설계만큼이나 제조 및 물류 역량에 달려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공급망 회의, TSMC와의 물밑 협상, 그리고 직원들을 독려하는 모습까지, 이 모든 것은 AI 수요 곡선이 여전히 가파르게 가속하고 있으며, 이를 따라잡기 위한 물리적 생산 능력 확보가 지금 당장 필요하다는 강력한 시그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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