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적인 피해가 없더라도 한미일 간 신속한 정보 공유는 필수적이다. 여러 발이 동시에 발사된 상황에서는 발사 횟수, 궤적, 사거리, 낙하 지점을 각국이 대조해야 한다. 이를 통해 같은 사건을 서로 다르게 판단하는 오류를 줄이고, 경보와 대응 절차가 제대로 작동했는지도 점검할 수 있다.
미국·한국·일본 정부는 이후 3자 전화 협의를 열어 이번 미사일 발사를 논의하고 대응을 조율했다. 미사일이 영해나 일본 EEZ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더라도, 반복되는 일제 발사는 주변국의 감시·경보 체계를 시험하고 오판 위험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대통령실은 북한의 발사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자 중대한 행위로 규정하고 긴급 안보회의를 열었다. 군에는 확고한 대비태세를 유지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유엔 안보리 결의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활동을 금지하고 있다.
일본도 발사체가 EEZ 밖에 떨어졌다는 판단과 별개로 이를 지역 안보와 평화에 관한 문제로 받아들였다. 제공된 보도 자료는 일본의 탐지 결과와 낙하 위치에 대한 판단은 확인하지만, 일본이 북한에 전달한 항의의 정확한 문구나 외교 경로까지는 뒷받침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피해 발생 여부와 국제법·안보상의 우려가 별개의 문제라는 점이다. 한미일의 비판은 선박이나 영토에 즉각 피해가 발생했는지보다, 금지된 탄도미사일 활동 자체와 반복 시험이 역내 불안정을 키울 수 있다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 결정은 대화를 위한 공간을 만들려는 신호로 해석됐다. 하지만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훈련 축소를 “논평할 가치도 없는” 조치로 일축했다. 그러면서도 김정은과 트럼프의 관계는 훌륭하다고 평가했다.
다음 날 이어진 미사일 발사는 북한이 부분적인 군사훈련 축소를 충분한 양보로 보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줬다. 다만 훈련 축소가 발사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훈련 규모가 줄었음에도 북한의 무기 활동이 멈추지 않았다는 점이다.
즉 북한은 미국의 조치를 상호 긴장 완화의 첫 단계로 받아들이기보다, 정치적 메시지와 미사일 시위를 병행하며 더 큰 양보를 요구하는 방식을 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월 19일 김정은과 2026년 안에 만날 계획이라고 말하면서 북한이 “매우 강력한” 핵무기 57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북한 핵무기의 정확한 보유량을 확정해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음 날 안규백 한국 국방부 장관은 북한이 핵탄두 80~120기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다만 이 수치는 한국군의 확정된 공식 평가가 아니라 민간 연구기관들의 추정치를 인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57기와 80~120기 중 어느 숫자를 확정된 사실처럼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두 수치의 격차는 정치적·전략적으로 중요하다. 북한 핵 프로그램의 규모와 성능을 외부에서 정밀하게 검증하기 어렵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더 낮은 수치만으로도 북한은 이미 고착된 핵 능력을 갖춘 셈이다. 한국 측의 더 높은 추정이 맞다면 향후 협상은 더욱 복잡해진다. 핵탄두 수를 확인하는 것부터가 사찰과 검증의 핵심 쟁점이 될 수 있다.
이번 미사일 발사는 정상회담 자체가 핵심 갈등을 해결해주지는 못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 간 접촉 재개에 열려 있지만, 북한은 군사력을 협상력의 원천으로 보고 있으며 대화에 참여하기 위해 시험을 먼저 중단해야 한다는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북한이 미국의 적대시 정책 철회와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도 2018~2019년 정상회담 당시의 협상 구도로 빠르게 돌아가기 어렵게 만든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는 등 북한과 러시아의 전략적 관계가 더욱 중요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조건에서 단기간에 완전한 비핵화를 이끌어내는 것은 현실성이 낮다. 보다 실현 가능한 초기 목표는 군사·외교 연락 채널 복원, 우발적 충돌 방지, 미사일 시험 제한, 검증 가능한 동결 방안 모색 등이 될 수 있다.
트럼프·김정은 회동이 성사된다면 이런 제한적 조치를 논의할 기회는 열릴 수 있다. 그러나 8월 20일의 미사일 발사는 외교가 이미 구축된 핵·미사일 위협을 관리하는 자리에서 시작될 것임을 보여줬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하기는 어려워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