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쑤 레일리의 성장은 모터 사업을 버리고 로봇으로 갈아탄 이야기가 아니다. 핵심은 같은 모터·정밀 제조 역량을 더 까다로운 용도로 확장해 온 과정에 있다.
1993년 중국 장쑤성 창저우에서 출발한 이 회사는 가전용 마이크로 모터를 만들며 성장했고, 2025년 매출 41억7,972만 위안(약 4조 원)을 기록했다. 그해 매출 구성은 가전용 모터·부품 55.09%, 자동차 22.48%, 산업제어 12.83%, 의료·운동건강 6.51%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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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사업의 성장률만 보면 눈에 띈다. 2025년 로봇 관련 매출은 전년보다 157.62% 늘었다. 다만 금액은 2,466만 위안으로 전체 매출에 비하면 아직 작다. 즉, 장쑤 레일리는 로봇 부품과 정교한 손 분야에서 초기 상용화 기반을 확보했지만, 로봇이 회사의 주력 수익원이 된 단계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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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점은 수입 모터의 국산화였다
창업자 쑤젠궈는 중국에서 스플릿형 에어컨이 보급되기 시작하던 1993년, 창저우에 전신 공장을 세웠다. 당시 에어컨에 쓰이는 스테퍼 모터는 기술 제약 속에서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다. 장쑤 레일리는 창저우 국유기업 출신 기술 인력을 바탕으로 첫 에어컨용 모터를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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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형성된 사업 방식은 이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기술적으로 중요한 모터를 찾아내고, 설계와 제조 공정을 현지화한 뒤, 까다로운 고객의 인증과 대량생산을 통해 규모를 키우는 방식이다. 회사는 모터를 단순히 다른 산업으로 옮겨가기 위한 임시 발판으로 보지 않고, 마이크로 모터 자체의 기술과 제조 역량을 꾸준히 축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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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 대량생산이 기술 플랫폼이 되다
가전 사업은 장쑤 레일리에게 안정적인 물량만 제공한 것이 아니다. 공정 관리, 자동화, 품질 관리, 고객 인증, 대량생산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훈련장이기도 했다. 모터에서 시작해 정밀 구조물, 구동 장치, 제어 부품으로 제품군을 넓힐 수 있었던 배경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2010년대 중반이 되면서 가전용 모터 시장의 한계도 분명해졌다. 가전은 경쟁이 치열하고 가격 결정력이 제한적인 성숙 시장이었다. 반면 자동차, 의료, 산업 자동화 고객은 훨씬 높은 수준의 정밀도와 신뢰성, 인증을 요구했다. 장쑤 레일리는 2017년 선전증권거래소 창업판에 상장한 뒤 이 다음 단계를 본격적으로 가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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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이후 회사는 내부 연구개발뿐 아니라 해외 생산기지, 합작법인, 인수·투자를 함께 활용했다. 2018년 베트남 생산기지를 세웠고, 이후 베트남 공장을 확장했다. 멕시코 공장은 2025년 생산을 시작했으며, 자회사 딩즈테크놀로지는 같은 해 태국에 나사 모터 생산기지 건설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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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와 의료 진입은 ‘준비된 확장’이었다
장쑤 레일리의 고정밀 시장 진입은 단번에 이뤄지지 않았다. 경영진은 새로운 산업에 들어가기 전 제품 개발, 규정 준수, 고객 검증, 신뢰성 시험 등을 포함해 대략 2~3년을 준비하는 방식을 설명해 왔다. 가전 공급업체가 곧바로 자동차나 의료 부품업체가 되기 어려운 이유를 반영한 접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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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는 2010년대 회사의 주요 다각화 경로 중 하나였다. 장쑤 레일리는 차량용 에어컨과 레이더 구동 시스템 등에 쓰이는 제품을 개발했고, 고객 인증과 검증 절차를 거치며 자동차 공급망에서 신뢰를 쌓았다. 2025년 자동차 모터·부품 매출은 9억3,951만 위안으로 전체의 22.48%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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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분야에서는 인수의 역할이 특히 컸다. 장쑤 레일리는 2015년 프랑스 연구팀과 소규모 의료 협력을 시작했지만, 의료 시장은 관련 자격과 고객 네트워크 없이는 진입하기 어려웠다. 중요한 전환점은 2019년 딩즈테크놀로지 인수였다. 이를 통해 의료 분야의 자격, 제품과 시장 접근성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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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즈테크놀로지의 제품에는 체외진단(IVD) 장비에 사용되는 리드스크루 스테퍼 모터와 인공호흡기 관련 용도에 쓰이는 보이스코일 모터가 포함된다. 이 회사의 정밀 모션 제품은 현장진단(POCT), 분석기, 실험실 자동화, 진단 장비 등에도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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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구성 변화는 사업의 경제성도 바꿨다
상장 전 장쑤 레일리 매출에서 가전 비중은 약 90%에 가까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2025년에는 그 비중이 55.09%로 낮아졌다. 자동차, 산업제어, 의료 사업을 합치면 보고된 매출의 40%를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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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특정 고객군에 대한 의존도를 낮춘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정밀도, 신뢰성, 맞춤화 수준이 높아질수록 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일 여지가 커진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2025년 산업제어 모터·부품의 매출총이익률은 39.67%, 의료·운동건강 모터·부품은 31.93%였다. 다만 이 수치만으로 모든 신사업의 수익성이 보장된다고 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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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투자로 ‘부품’에서 ‘모션 시스템’으로
딩즈테크놀로지는 정밀 모터, 리드스크루, 보이스코일, 의료용 모션 제어 역량을 장쑤 레일리에 더했다. 다른 투자와 인수는 정밀 주조, 기어, 산업제어 등으로 역량을 넓혔다. 결과적으로 서로 무관한 사업을 나열한 것이 아니라, 정밀하게 움직이는 장비를 구성하는 기술 묶음에 가까운 제품 플랫폼이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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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회사가 제시하거나 보고한 제품군에는 중공 컵 모터, 정밀 기어박스, T형 나사, 볼스크루, 유성 롤러스크루, 프레임리스 토크 모터, 리니어 액추에이터, 엔코더와 지능형 제어 부품 등이 포함된다. 로봇에 적용하면 크게 선형 관절, 회전 관절, 정교한 손의 세 영역으로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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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접근이 중요한 이유는 모터 하나만으로는 완성된 로봇 관절을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쓸 수 있는 관절에는 구동 모터뿐 아니라 감속·전달 장치, 센서, 제어 시스템과 기계적 통합이 필요하다. 장쑤 레일리는 이 여러 층위를 축적해 단일 범용 부품을 넘어 부품 조립체와 맞춤형 모션 제어 솔루션을 공급하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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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한 손의 핵심이 된 중공 컵 모터
딩즈테크놀로지는 지름 6~42mm의 중공 컵 모터를 개발했고, 핵심 공정인 코일 자동 권선의 자동화 생산에도 성공했다고 밝혔다. 작고 빠르게 반응하며 높은 정밀도를 내는 모터는 가볍고 좁은 공간에 여러 구동기를 넣어야 하는 정교한 손에 적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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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쑤 레일리는 중국과학기술대학교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한 투자회사 중커링시를 통해 정교한 손도 개발했다. 회사는 링크 구동식과 와이어 구동식 설계를 모두 선보였으며, 각각 18개와 22개의 자유도를 갖춘 버전을 공개했다. 제품에는 여러 모터와 센서·제어 시스템이 결합돼 물체 잡기, 키보드 입력, 피아노 연주와 같은 시연 동작을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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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시연은 부품과 손 모듈이 어떤 동작을 가능하게 하는지 보여준다. 하지만 곧바로 대규모 휴머노이드 로봇 수요가 입증됐다는 뜻은 아니다. 2025년 장쑤 레일리의 로봇 관련 매출은 빠르게 증가했지만 2,466만 위안에 그쳤다. 현재로서는 초기 상용화와 공급망 진입 단계에 들어섰다는 해석이 가장 신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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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쑤 레일리의 방식: 시장보다 먼저 역량을 깊게 파다
장쑤 레일리의 33년 역사는 다음과 같은 반복 가능한 확장 공식을 보여준다.
- 구체적인 기술 병목을 해결한다. 첫 에어컨 모터는 수입 부품 의존 문제에 대한 해법이었다.
- 대량생산 시장에서 규모를 확보한다. 가전은 물량, 공정 규율과 고객 경험을 제공했다.
- 기술 기반을 인접 산업에 재사용한다. 자동차와 의료는 더 높은 정밀도, 신뢰성과 인증을 요구했다.
- 인수로 학습 기간을 줄인다. 딩즈테크놀로지는 독자적으로 쌓았다면 수년이 걸렸을 의료 자격과 제품, 고객 접근성을 보완했다.
- 모션 기술의 인접 계층을 더한다. 모터, 전달 장치, 나사, 액추에이터, 센서와 제어 부품을 결합해 더 높은 가치의 조립체를 만든다.
- 로봇을 완전히 새로운 출발점이 아닌 확장 분야로 본다. 중공 컵 모터와 정교한 손은 오랜 정밀 모션 역량의 최신 응용 분야다.
결국 창저우의 작은 모터 공장이 다각화 제조업체로 성장한 비결은 처음의 정체성을 버린 데 있지 않다. 가전에서 쌓은 규모가 투자를 뒷받침했고, 단계적인 시장 진입이 성급한 다각화의 위험을 낮췄으며, 선별적인 투자와 인수가 부족한 역량을 채웠다.
장쑤 레일리의 로봇 사업은 따라서 ‘완성된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의 이야기가 아니라, 축적된 모터·정밀 제조 플랫폼이 맞이한 다음 시험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