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4월 7일, 아시아샛-1이 중국 시창 위성발사센터에서 창정 3호 로켓에 실려 발사됐다. 중국이 외국 위성을 대상으로 국제 상업 발사에 성공한 첫 사례였다. 홍콩에 기반을 둔 아시아샛은 이 위성을 지역 통신위성으로 운영했고, 자금 조달과 위성 소유, 서비스 유통을 결합한 상업 모델을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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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 년이 지난 지금 홍콩의 우주산업 역할은 달라지고 있다. 홍콩이 새로운 발사센터의 경쟁자로 떠오르는 것은 아니다. 대신 대학이 개발한 탑재체와 위성, 지구관측 데이터, 위성 내 연산, 지식재산권, 그리고 중국 본토의 기술 역량과 세계 시장을 연결하는 전문 서비스가 새로운 중심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상업 위성의 관문에서 연구 허브로
아시아샛과 APT 새틀라이트는 홍콩 우주경제의 초기 틀을 만들었다. 홍콩에 기반을 둔 기업이 자본을 조달하고 국제 파트너십을 맺어 정지궤도 통신위성을 운영하며 아시아 전역에 통신 서비스를 판매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이는 홍콩 안에 완결된 항공우주 공급망을 구축한 것과는 달랐다. 홍콩에는 자체 발사 인프라가 없고, 우주 활동도 역사적으로 발사체보다는 통신, 원격탐사, 정보와 데이터에 집중돼 왔다.
45 홍콩 정부 역시 강한 연구 역량과 종합적인 항공우주 산업사슬 청사진 사이에 간극이 있다고 인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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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모델은 실제 우주 임무에서 검증된 대학 연구에서 출발한다. 홍콩의 연구진은 중국의 달·행성 탐사 임무에 장비를 제공해 왔고, 최근에는 환경 모니터링과 재난 대응, 도시 관리에 활용될 데이터를 생산하는 대학 연계 위성도 개발하고 있다.
홍콩 대학들이 이룬 성과
홍콩이공대: 달 탐사와 화성 임무를 잇는 탑재체 기술
홍콩이공대(PolyU)는 중국의 국가 심우주 탐사 임무에 참여한 홍콩 대학 가운데 가장 긴 실적을 쌓아왔다. 창어-3호와 창어-4호에 사용된 카메라 방향 제어 시스템, 창어-5호와 창어-6호의 달 표면 시료 채취·포장 시스템, 톈원-1호의 화성 착륙 감시 카메라를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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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성과의 의미는 단순히 실험실 연구에 머물지 않는다는 데 있다. 홍콩의 공학팀이 달과 행성의 가혹한 환경을 견딜 장비를 설계하고 제조한 뒤, 우주 임무에 투입될 수 있는 수준으로 검증했다는 뜻이다. 이는 향후 로봇공학, 정밀기계, 행성 영상 장비와 임무 하위 시스템 분야의 기업을 육성할 기반이 될 수 있다.
홍콩과기대: 원격탐사와 기후 데이터
홍콩과학기술대(HKUST)는 창광위성기술과 함께 HKUST-FYBB#1을 개발했다. 2023년 8월 발사된 이 위성은 홍콩과기대가 홍콩 최초의 고등교육기관 환경 원격탐사 위성이라고 소개한 사례다. 환경 모니터링과 극한기후 연구, 데이터 분석을 지원하며, 대학 자료에 따르면 영상의 공간 해상도는 0.5m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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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과기대는 창어-8호 국제협력 프로젝트의 ‘홍콩 운용 로봇’을 이끌고 있으며, 중국 우주정거장 프로그램과 연계해 활용될 고해상도 온실가스 관측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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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프로젝트가 보여주는 상업적 틈새는 분명하다. 홍콩이 우주선 전체를 직접 제조할 필요는 없다. 센서, 데이터 처리 시스템, 소프트웨어 또는 분석 서비스를 개발한 뒤 본토 파트너와 조립·시험·발사를 분담할 수 있다.
홍콩중문대: 인공지능을 활용한 지구관측
홍콩중문대(CUHK)는 중국 본토 위성기업 ADA 스페이스와 함께 홍콩 청년 과학기술 혁신 위성을 개발했다. 이 지구관측 임무는 2024년 9월 발사됐으며, 광둥·홍콩·마카오 대만구의 지리 분석, 재난 대응과 스마트시티 응용을 지원하도록 설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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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2월 12일 발사된 CUHK-1은 홍콩중문대가 도시 지속가능성을 위한 인공지능 대형 모델 위성이자 홍콩 최초의 저궤도 위성군의 일부라고 소개했다.
5 이 임무를 ‘세계 최초’라고 부르는 표현은 기관 또는 언론의 설명에 따른 것으로, 독립적으로 검증된 세계 순위라기보다는 보도된 성격의 주장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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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장된 수식어를 제외해도 상업적 의미는 뚜렷하다. 위성에 더 많은 연산 능력을 탑재하면 원시 영상을 지상으로 내려보낸 뒤 처리하는 대신, 도시와 긴급구조 기관, 환경 관리자가 더 빠르고 유용한 정보로 활용할 가능성이 커진다.
홍콩대: 현재 확인 가능한 자료의 한계
현재 이용 가능한 자료는 홍콩대(HKU)의 역할을 X선 천문학을 포함한 우주과학과 천체물리학, 관련 데이터 연구를 중심으로 설명한다. 다만 특정 비행 장비나 임무에서 홍콩대가 맡은 역할을 이 자료만으로 확정하기에는 정보가 충분하지 않다. 폭넓은 연구 역량을 근거로 구체적인 우주 임무 성과까지 단정하지 않는 것이 정확하다.
왜 아시아샛과 APT를 잇는 ‘세 번째’ 기업이 나오지 않았나
지속 가능한 대형 우주기업이 추가로 등장하지 않은 이유를 하나의 원인으로 입증할 공개 자료는 없다. 다만 몇 가지 구조적 요인이 함께 작용했다고 보는 편이 설득력 있다.
첫째, 위성 운영과 위성 제조는 다르다. 아시아샛과 APT의 사업에는 자본, 주파수 접근권, 국제 계약과 고객이 필요했지만, 추진기관·항공전자·환경시험 시설·시스템 통합업체로 이어지는 촘촘한 지역 공급망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둘째, 홍콩의 강점은 금융, 대학, 전문 서비스와 국제 비즈니스에 집중돼 있다. 홍콩은 항공우주 벤처를 지원할 수 있지만, 제한적인 물리적 규모와 발사 인프라의 부재 때문에 도시 안에 완결된 산업사슬을 구축하기는 어렵다. 이에 따라 우주법 연구에서도 홍콩의 우주 활동은 통신, 원격탐사, 데이터와 정보에 초점을 맞춰 왔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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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규제 체계는 오랫동안 우주 활동을 촉진하는 산업 정책보다는 허가와 감독에 가까웠다. 홍콩에서 위성 운영자는 행정장관에게 우주활동 허가를, 통신관리국에 우주정거장 운반자 허가를 각각 신청할 수 있다. 홍콩에서 운영되는 위성마다 두 종류의 허가가 필요하며, 발사 장소가 홍콩인지 여부와는 무관하다.
36 그러나 허가 제도만으로 고객, 시험 접근성, 보험 전문성, 인내 자본이나 기술 이전 지원이 생기지는 않는다.
마지막으로 대학의 성공이 곧바로 기업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연구 성과를 사업으로 전환하려면 시스템 엔지니어링, 임무 보증, 규제 전문성, 판매 채널과 초기 고객이 필요하다. 이 연결고리가 없으면 기술적으로 뛰어난 프로젝트도 개별 연구 성과에 머물 수 있다.
홍콩의 다음 우주 전략은 ‘발사’가 아니라 연결이다
홍콩에 가장 현실적인 전략은 설계·데이터·금융·상업 서비스 허브가 되는 것이다. 제조와 시험, 발사는 대만구와 중국 본토를 배후 기반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임무 경험을 반복 가능한 제품으로 전환한다. 홍콩이공대의 로봇·시료 채취 기술, 홍콩과기대의 원격탐사·기후 연구, 홍콩중문대의 위성 내 인공지능을 사업화할 수 있도록 기술 이전과 임무 보증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공공 조달로 첫 고객을 만든다. 정부 기관은 홍수·태풍 대응, 환경 모니터링, 온실가스 측정, 산사태 평가와 도시계획에 검증된 위성 서비스를 초기 구매자로 활용할 수 있다. 반복적인 데이터 계약은 일회성 연구비보다 스타트업에 훨씬 실질적인 기반이 된다.
우주 전문 금융·법률 서비스를 키운다. 우주선 금융, 보험, 발사 계약, 지식재산권 라이선스, 우주 데이터 거버넌스, 중재와 국경 간 위험관리 분야에서 홍콩의 전문성을 발전시킬 수 있다. 2026~27년도 예산안도 홍콩이 본토 항공우주 기업과 세계 시장을 연결하면서 연구개발, 금융, 위험관리와 법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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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 간 인허가 절차를 실무적으로 단순화한다. 기업이 홍콩에서 탑재체를 설계하고, 대만구에서 제조·시험한 뒤, 적절한 본토 파트너를 통해 발사하고, 필요한 허가를 취득해 해외에 허용된 서비스를 판매할 수 있어야 한다. 홍콩은 저궤도 위성 서비스의 심사·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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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를 현지 하드웨어 생산량이 아니라 사업의 지속성으로 평가한다. 다음 홍콩 우주기업은 지구관측 분석, 임무 소프트웨어, 특수 탑재체, 달 탐사 로봇 또는 우주 금융 서비스 기업일 수 있다. 홍콩에서 완성형 위성이나 로켓을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은 도시의 비교우위를 잘못 이해한 기준이다.
홍콩의 우주산업 역사는 중요한 교훈을 남긴다. 아시아샛-1은 홍콩이 국제 자본과 기술을 중국의 발사 역량에 연결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제 대학 주도 임무들은 홍콩이 자체적인 비행 검증 연구를 제공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다음 과제는 이 두 성과를 기업, 공공 조달과 효율적인 국경 간 규칙으로 연결하는 일이다.
홍콩은 본토의 항공우주 산업 기반을 그대로 재현할 필요가 없다. 대신 홍콩의 연구 역량과 상업적 강점을 대체하기 어렵게 만드는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