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9월 연준 금리 인하 기대 하나만으로 모든 통화가 같은 폭으로 상승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환율은 각국의 경제지표, 위험선호, 투자자 포지션, 중앙은행의 정책 전망에도 영향을 받는다. 그럼에도 이번 움직임의 공통된 배경은 달러가 누리던 금리 우위가 앞으로 약해질 수 있다는 시장의 재평가였다.
엔화에는 일본은행(BOJ)의 추가 긴축 기대라는 별도의 강세 재료도 있었다. 당시 연준의 정책금리 목표 범위는 3.50~3.75%, BOJ 정책금리는 1%로, 여전히 달러에 유리한 금리 차가 크게 남아 있었다.
이 같은 격차는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조달 비용이 낮은 엔화를 빌리거나 엔화로 자금을 조달해 수익률이 더 높은 달러 자산에 투자하는 이른바 ‘엔 캐리 트레이드’를 뒷받침해왔다. 그러나 연준이 금리를 내리고 BOJ가 긴축 쪽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이 동시에 커지면 금리 차는 양쪽에서 좁아질 수 있다. 엔화로 조달해 달러 자산을 보유하는 매력이 떨어지면서 투자자들이 달러를 팔고 엔화를 사는 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환율 표기 방향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USD/JPY가 높은 수준에서 158.86엔으로 하락했다는 것은 1달러로 살 수 있는 엔화가 줄었다는 뜻이며, 달러 대비 엔화가 강해졌다는 의미다. 엔화가 약세를 보였다는 뜻이 아니다. Trading Economics는 8월 21일 USD/JPY 환율을 158.8600엔으로 제시하면서, 엔화가 최근 한 달 동안 2.63% 강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다만 장기 기준으로는 여전히 약세였다.
엔화는 일본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이 계속 거론되는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었다. 개입이 반드시 현실화된다는 뜻은 아니지만, 이러한 위험은 투자자들이 USD/JPY를 더 높은 수준으로 밀어 올리는 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 국채 금리 하락과 맞물릴 경우 환율 하락을 가속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연말 엔화 전망을 달러당 149엔으로 제시했다. 현재 약 158엔 수준에서 엔화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으로, 예상되는 미·일 공조 개입과 BOJ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근거로 들었다. 이는 특정 은행의 시나리오이지 시장의 확정적 전망이나 컨센서스 목표치는 아니다.
앞으로의 핵심은 실제 금리 차가 아니라, 시장이 예상한 ‘금리 차 축소’ 시나리오를 새 경제지표와 중앙은행 발언이 뒷받침할지 여부다.
달러 약세가 일방적으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연준이 완화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BOJ가 긴축을 미룬다면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는 여전히 크게 남는다. 이 경우 엔화 강세가 제한되고 USD/JPY가 150엔대 후반에서 160엔대 초반에 머물 가능성도 있다.
내셔널뱅크오브캐나다(National Bank of Canada)는 단기 USD/JPY 전망 범위를 대략 156~161엔으로 제시했다. 다만 미국 금리가 하락하거나 BOJ가 더 강경한 긴축 기조를 보일 경우 엔화 강세 쪽으로 위험이 기울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앞으로의 환율 방향에서 이미 결정된 정책금리만큼이나 정책 기대의 변화가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8월의 달러 약세는 시장이 연준보다 한발 앞서 움직인 결과였다. 7월 금리는 3.50~3.75%로 동결됐지만, 향후 완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달러의 기대수익률이 낮아졌고 유로, 파운드, 뉴질랜드달러가 지지를 받았다. 엔화에는 BOJ의 추가 긴축 기대와 일본 당국의 시장 개입 가능성이라는 추가적인 순풍이 불었다.
USD/JPY의 향방을 가를 관건은 9월에 시장이 기대하는 조합이 현실화되는지다. 즉, 연준이 덜 매파적인 태도를 보이는 동시에 BOJ가 더 적극적인 긴축 신호를 내놓는지가 핵심이다. 달러당 149엔은 가능한 전망 시나리오 중 하나이며, 보다 신중한 전망은 156~161엔 범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