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데이터를 보면 유럽이 투자 규모에서 앞서 보였던 순간이 있었다 해도, 이는 시장 전체 확대라기보다 몇 건의 큰 투자에 따른 통계 효과일 가능성이 높다.
최근 기후테크 VC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는 **자본 집중(concentration)**이다.
전 세계 기후테크 벤처 및 성장 투자는 2025년 약 405억 달러로 전년 대비 약 8%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거래 건수는 약 18% 감소했다.
즉 투자금은 늘었지만 투자 대상 기업 수는 줄어든 것이다.
대형 투자 비중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2025년 상위 10개 기후테크 투자 중 절반이 10억 달러 이상이었다.
또 다른 데이터에서도 비슷한 구조가 나타난다. 한 분석에서는 후기 단계와 성장 투자 자금이 전체 공개 투자액의 93% 이상을 차지했고, 시드 투자는 1% 미만에 불과했다.
이 흐름은 기후테크 산업이 실험 단계에서 실제 산업 확장 단계로 이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배터리, 원자력·핵융합, 전력망 인프라 같은 기술은 상용화와 대규모 구축에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가끔 “유럽이 VC 투자 중심으로 이동했다”는 헤드라인이 등장하지만, 전체 벤처투자 시장에서는 미국이 여전히 압도적이다.
2026년 1분기 전 세계 VC 투자 가운데 약 82%가 미주 지역에 집중됐다. 특히 AI 관련 초대형 투자 라운드가 큰 영향을 미쳤다. 미국 기업 다섯 곳만 해도 총 1886억 달러를 조달했다.
이처럼 특정 산업의 초대형 투자가 전체 시장 통계를 크게 흔들기 때문에, 분기별 지역 비교는 실제 구조보다 과장된 변화처럼 보일 수 있다.
기후테크 분야에서도 미국의 존재감은 여전히 크다. 미국의 기후테크 VC 투자 규모는 2025년 약 290억 달러로 기록적인 수준에 가까웠다.
유럽은 오랫동안 강력한 연구 기반, 초기 스타트업 창업, 그리고 적극적인 기후 정책을 갖춘 지역으로 평가받아 왔다. 문제는 그 다음 단계다.
배터리 공장, 에너지 인프라, 산업 탈탄소 설비 같은 프로젝트를 확장하려면 수십억 달러 규모의 성장 자금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Series B·C 이후 자본 시장은 미국보다 얇은 편이다.
2026년 1분기 성장 단계 투자 15건이라는 수치는 이 구조적 격차를 다시 보여준다.
흥미로운 점은 벤처 자금 자체가 부족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2025년 강한 펀드레이징 이후 전 세계 기후테크 VC 시장에는 약 900억 달러의 ‘드라이 파우더(미투자 자금)’가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즉 문제는 자금의 총량보다 어디에 투자되는지에 가깝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기후테크 VC가 에너지 전환 투자 전체를 대표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벤처투자는 새로운 기술을 만드는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시장이다. 반면 실제 에너지 전환은 재생에너지 발전소, 전력망, 저장 설비 같은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중심이다.
VC 투자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고 특정 기업에 집중되기 쉽기 때문에 몇 건의 10억 달러 투자만으로도 분기 통계가 크게 움직일 수 있다. 반면 에너지 전환 전체 시장은 여러 지역에서 진행되는 대형 프로젝트 투자로 움직인다.
현재 기후테크 VC 시장은 다음 세 가지 구조적 변화로 설명된다.
• 투자금이 초기 스타트업보다 성장 단계 기업에 집중되고 있다.
• 대형 투자 몇 건에 따라 지역별 순위가 분기마다 크게 바뀐다.
• 유럽은 강한 스타트업 생태계를 갖고 있지만 스케일업 자금에서 미국과 격차가 있다.
결과적으로 기후테크 시장은 더 이상 실험적 스타트업 붐이라기보다 산업 규모의 기술 배치(scale deployment)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그리고 벤처자본 역시 실제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는 기업으로 빠르게 모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