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채 수익률과 달러 가치가 오르면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금을 보유하는 기회비용이 커진다. 실제로 7월에는 미·이란 긴장이 유가와 달러를 끌어올리면서 금리가 더 오래 높은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강해졌고, 금값이 압박을 받았다.
따라서 금은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더라도 실질금리와 달러 가치가 동시에 급등하지 않을 때 가장 강한 상승 탄력을 받는다.
금값의 연간 상승률이 37.05%에 이른다는 점은 호르무즈 사태가 전체 상승의 유일한 원인이 아니라는 뜻이다. 최근 뉴스가 시장의 긴박감을 높인 것은 분명하지만, 연간 상승분 가운데 중앙은행 매수, 포트폴리오 보험 수요, 지정학적 위험이 각각 어느 정도를 차지했는지는 제공된 자료만으로 확정하기 어렵다.
보다 신중한 결론은 금값이 여러 요인에 동시에 반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금값은 어느 방향으로든 급격히 움직일 수 있다. 8월 초에는 호르무즈 재개 진전이 유가발 연준 금리 인상 전망을 낮추면서 금값을 오히려 지지했다. 같은 지정학적 사건이라도 유가, 달러, 국채 수익률, 중앙은행 전망을 어떻게 바꾸느냐에 따라 금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지는 이유다.
홍콩 금 선물시장에서는 금의 거래와 실물 흐름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별도의 신호도 나왔다. 홍콩거래소(HKEX)의 미국 달러 금 선물은 8월 19일 145kg의 실물 인도를 기록했다. 이는 2018년 12월 세워진 기존 기록 63kg의 두 배를 넘는 규모다.
이 기록이 중요한 이유는 해당 상품이 현금으로만 결제되는 투기성 거래 창구가 아니라, 파생상품 거래와 실제 금 인도를 연결하는 시장으로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계약은 순도 99.99% 이상의 금 1kg을 기초자산으로 하며 홍콩에서 실물 인도가 이뤄진다.
이는 홍콩이 역내 귀금속 거래와 위험관리 중심지로 성장하려는 구상에 힘을 보탠다. 미국 달러와 역외 위안화(CNH) 표시를 모두 지원하고 홍콩에서 인도할 수 있다는 점은 제재와 무역 제한으로 기존 금 거래 경로가 재편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위험관리·결제 장소를 제공한다. HKEX는 이 상품이 중국 본토 투자자와 국제 참가자 모두를 대상으로 한다고 설명한다.
그렇다고 단 한 번의 실물 인도 기록만으로 홍콩이 런던, 뉴욕, 상하이를 대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글로벌 금 허브가 되려면 만기별 유동성, 안정적인 청산과 인도, 폭넓은 국제 참여, 금고·정련업체·거래업체로 이어지는 산업 기반이 장기간 유지돼야 한다. 최근 수치는 홍콩 시장의 성장 모멘텀을 보여주지만, 아직 시장 지배력을 입증한 것은 아니다.
향후 금값은 어떤 위험이 시장의 중심이 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외교 협상이 계속 교착되고 호르무즈 해협의 운항 위험이 남아 있다면 금값은 지지력을 유지할 수 있다. 여기에 연준이 금리를 동결하거나 실질금리가 하락하고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 지정학적 안전자산 수요가 더욱 강해질 수 있다.
신뢰할 만한 합의가 이뤄져 호르무즈를 통한 상업 운항이 회복되고 확전 가능성이 낮아지면 금값의 위험 프리미엄은 줄어들 수 있다. 유가가 물가 기대를 자극할 만큼 높은 수준에 머물러 달러와 국채 수익률을 끌어올린다면 금에는 추가 부담이 된다.
핵심은 온스당 4,600달러를 금의 고정된 적정가치라기보다 뉴스에 민감한 시장의 주요 가격대로 봐야 한다는 점이다. 호르무즈 위기는 금값에 지정학적 프리미엄을 더했지만, 다음 방향은 안전자산 수요와 금리 상승에 따른 매도 압력 가운데 어느 쪽이 더 강해지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