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으로 채권 발행이 한때 거의 멈췄는데도, 신흥국 정부의 외화 차입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제금융협회(IIF) 집계에 따르면 2026년 1~8월 신흥국 정부의 외화표시 채권 발행액은 1900억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의 1600억 달러보다 300억 달러(18.75%) 많았다. 이후 약 100억 달러어치 발행이 더해지면서 9월 보도 시점의 연초 이후 발행액은 약 2000억 달러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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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전쟁 내내 발행이 활발했던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연초에 많이 발행했고, 충격으로 시장이 얼어붙었다가 다시 발행할 기회가 생겼다.
전쟁 중에도 어떻게 기록을 세웠나
연초 신흥국 채권 발행은 빠르게 늘었지만, 이란 전쟁이 시장을 흔들고 차입 비용을 높이자 상당 부분 중단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의 발행 현황 자료에 따르면 3월 신흥국 정부의 주요 외화표시 채권 발행액은 41억 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약 60% 적었다. 이후 폴란드는 4월 초 만기 5년·10년·30년짜리 달러채를 통해 60억 달러를 조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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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는 시장이 흔들리기 전의 수요를 보여준다. 사우디 정부가 1월 네 종류로 나눠 발행한 달러채 규모는 115억 달러였고, 투자 주문은 약 310억 달러로 발행액의 약 2.7배에 달했다. 다만 주문액은 투자자의 관심을 보여주는 수치이지, 최종 채권 배정액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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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는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공개 모집 방식의 달러채 시장에 복귀했다. 연초 발행과 이후의 시장 재개가 누적 기록을 뒷받침한 셈이다. 그렇다고 걸프 국가들이 전쟁을 예상해 차입을 의도적으로 앞당겼다고 단정할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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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와 튀르키예도 국제 채권시장의 주요 차입국으로 거론된다. 블룸버그 집계에서 2026년 상반기 멕시코·튀르키예·폴란드·사우디아라비아의 차입 주체는 각각 100억 달러 이상을 조달했다. 하지만 이 집계에는 정부뿐 아니라 기업도 포함되므로, 각국 정부가 1900억 달러의 발행액에 얼마씩 기여했는지 보여주는 수치는 아니다. 9월 보도에서 언급된 튀르키예의 추가 발행 역시 당시에는 완료된 거래가 아니라 계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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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은 왜 계속 샀나
초기 충격 뒤 신흥국 자산으로 자금이 돌아왔다. IIF 자료를 인용한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3월 신흥국 포트폴리오 자금은 662억 달러 순유출됐지만, 4월에는 583억 달러 순유입으로 전환했다. 이 통계는 주식과 채권을 모두 포함하므로, 정부채가 그만큼 팔렸다는 뜻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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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입 비용을 볼 때는 미국 국채 수익률과 신흥국 채권의 신용 스프레드를 나눠 볼 필요가 있다. 스프레드는 기준이 되는 채권 수익률에 비해 투자자가 추가로 요구하는 수익률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신흥국 국제채의 스프레드는 거의 20년 만에 가장 좁은 수준이었다. 따라서 미국 국채 수익률이 올라 달러채의 전체 금리가 높아져도, 신흥국 채권에 요구되는 추가 금리는 낮게 유지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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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신흥국이 과거보다 충격에 잘 버틸 수 있다는 평가도 수요를 뒷받침한다. 로이터는 제도 개혁, 성장한 자국 자본시장, 늘어난 외환보유액과 자국 투자자 기반을 취약성을 낮춘 요인으로 꼽았다. 그러나 외화 부채가 안전해졌다는 뜻은 아니다. 전쟁은 신흥국에 물가 상승, 재정 압박, 무역 차질도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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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0억 달러 전망은 ‘올해 새로 빌릴 돈’이 아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신흥국의 주요 달러채·수쿠크(이슬람 금융채) 발행국으로 남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 사우디 채무자본시장 발행잔액이 2026년 6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여러 부문의 자금 수요와 재정적자 등을 반영한 기존 채권의 잔액 전망이지, 사우디 정부가 올해 달러채 6000억 달러어치를 새로 발행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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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공급이 늘면 전 세계 금리에도 영향이 있을까. 모하메드 엘에리언은 신흥국의 추가 발행이 글로벌 채권 수익률에 한계적으로 압력을 더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 규모는 선진국 정부와 기술기업의 발행보다 훨씬 작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투자자 자금을 놓고 경쟁이 늘어난다는 뜻이지, 신흥국 발행이 금리를 얼마나 끌어올렸는지 수치로 입증한 주장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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