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연구는 중국원자력기구(China Atomic Energy Authority) 산하 CNNC의 자회사인 톈진 소재 핵이화공학연구원(Research Institute of Physical and Chemical Engineering of Nuclear Industry)이 주도했습니다 . 연구팀은 4년간의 집중적인 연구 개발을 통해 난제로 꼽히던 고순도 안정 동위원소 분리 기술을 확보하여, 규소-28의 자연계 존재비 92.2%를 99.99% 이상까지 대규모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
CNNC는 이번 성과의 전략적 시의성을 강조했습니다. 이번 발표는 중국 정부의 핵심 정책인 '핵 기술 응용 산업 고품질 발전 3개년 실행 계획(2024–2026)'의 마지막 해에 이루어져, 자주적이고 통제 가능한 안정 동위원소 산업 공급망 구축이라는 국가적 목표와 직접적으로 맞물려 있습니다 . 해당 연구원은 이번 도약에 앞서 이미 몰리브덴, 텔루륨, 니켈 등 12개 원소, 26종의 안정 동위원소를 생산하며 공학적 토대를 착실히 다져왔습니다
.
여기서 한 가지 유의할 점은, 중국이 고순도 규소-28을 생산한 최초의 국가는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미국에 상장된 기업 ASP Isotopes Inc.는 2026년 5월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리토리아의 농축 시설 가동을 재개했으며, 같은 해 3분기 중 상업적 출하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 이번 CNNC의 발표가 주목받는 이유는 중국이 처음으로 독자적인 대규모 생산 능력을 갖추어 국가적 공급 의존도를 탈피했다는 점에 있으며, 단순히 글로벌 기술 선점을 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
이번 성과가 가져올 가장 즉각적인 파급 효과는 전략적 자립입니다. 초고순도 규소-28은 그간 해외 기술 봉쇄와 수출 규제의 대상이 되어, 중국의 양자컴퓨팅 발전이 외부의 통제에 취약한 상태에 놓여 있었습니다 . 핵이화학공학연구원 류청예(刘成业) 부원장은 글로벌타임스(Global Times)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독자적인 대량 생산 달성이 “양자칩 제조와 첨단 반도체 공정에서 핵심 고리가 타인의 통제를 받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
중국과학원의 위다펑(俞大鹏) 원사는 이번 돌파구가 규소 기반 양자컴퓨팅 분야에서 “쌀은 있는데 밥을 지을 솥이 없다(无米之炊)”는 문제를 완전히 해결했다고 평했습니다. 이는 대규모 큐비트 어레이를 구축하고 확장하는 데 필요한 물질적 기반을 마침내 갖추게 되었음을 뜻하는 생생한 비유입니다 . 그의 연구실(선전 국제 양자 아카데미 소속)이 2026년 초에 동위원소로 정제된 물질을 사용한 규소 양자 프로세서에서 범용 논리 게이트 작동을 시연한 바 있어, 재료 공급이 실제 기능적 하드웨어로 이어지는 경로가 한층 뚜렷해졌습니다
.
양자칩이 가장 주목받는 응용 분야이지만, 99.99% 이상 농축된 규소-28의 용도는 더 넓습니다. 이 소재는 미세 공정(advanced-node) 반도체 제조, 고정밀 항법 시스템, 그리고 계측 기준(measurement standards)과 같은 분야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 중국이 이 핵심 투입재를 독자적으로 확보함으로써, 외국 공급자들이 전자 및 국방 기술의 광범위한 분야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레버리지를 하나 더 제거한 셈입니다.
현실적으로 이번 돌파구가 당장 규소 기반 양자컴퓨터가 곧바로 등장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는 분명한 신호탄입니다. 중국의 연구실과 생산 공장들이 대규모 양산 준비를 마치는 순간이 왔을 때, 더 이상 수입된 초순수 규소 한 컨테이너가 통관되기를 기다릴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