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실험에서는 산소-산소, 네온-네온뿐 아니라 양성자-산소 충돌도 진행됐다. 크기와 충돌 기하가 서로 다른 계를 비교함으로써, 집단 현상이 어느 정도로 작은 계까지 나타나는지 살펴볼 수 있었다.
ALICE의 핵심 결과는 산소-산소와 네온-네온 충돌에서 충돌 기하에 의해 결정되는 비등방적 흐름을 관측한 것이다. 충돌 뒤 나온 입자들은 무작위로 흩어진 것이 아니었다. 운동량 분포에는 타원형 흐름과 삼각형 흐름으로 불리는 v₂와 v₃ 성분이 나타났고, 충돌 중심도에 따른 변화는 원자핵의 초기 겹침 형태를 팽창하는 물질의 방향성으로 바꾸는 유체역학 계산과 일치했다.
강하게 상호작용하는 물질이 빠르게 팽창할 때는 충돌 영역의 초기 모양이 최종 입자의 집단 운동에 흔적으로 남을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측정은 지금까지 QGP 연구의 대표적 무대였던 납-납 충돌보다 훨씬 작은 계에서도 집단적 거동이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QGP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입자 흐름 하나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LHC의 네 주요 실험이 서로 보완적인 결과를 내놓았다.
집단적 흐름, 파톤·제트 에너지 손실, 고운동량 입자 억제, 무거운 쿼크오늄 억제는 서로 힘을 보태는 QGP 지표다. 다만 각 측정에는 다른 물리적 효과가 개입할 수 있어 이를 모델링하고 검증해야 한다. 따라서 현재 가장 정확한 표현은 ‘경이온 계에서 QGP와 유사한 거동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수렴했다’는 것이며, 플라스마 방울을 직접 찍었다는 뜻은 아니다.
이번 비교는 LHC를 간접적인 핵 구조 실험 장치로도 바꿔놓았다. 산소-16 원자핵은 대체로 구형인 반면, 네온-20은 본질적으로 변형돼 길쭉한 ‘볼링핀’ 또는 타원체와 비슷한 형태로 설명된다. 변형된 네온 원자핵이 어떤 방향으로 놓인 채 충돌하느냐에 따라 충돌로 만들어지는 영역의 모양도 달라진다.
ALICE는 네온-네온과 산소-산소 충돌에서 나타난 흐름을 비교했다. 두 계가 공유하는 효과는 비율을 취해 줄이고, 초기 원자핵의 기하와 더 작은 규모의 요동 차이에 대한 민감도를 높였다. 실제로 측정된 흐름 계수와 충돌 중심도에 따른 변화는 산소와 네온의 현실적인 모양을 반영한 유체역학 예측과 일치했다.
결국 충돌 잔해가 충돌 직전 원자핵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셈이다. 직접 촬영하기에는 너무 작은 산소와 네온도, 팽창 과정에서 남긴 집단적 운동의 ‘기하학적 지문’을 통해 서로 다른 형태를 드러냈다.
원자핵의 변형은 전통적으로 낮은 에너지에서 회전띠, 진동 들뜸, 전자기 전이 같은 관측량을 이용해 연구해왔다. 경이온 LHC 프로그램은 여기에 고에너지 접근법을 더한다. 원자핵을 빛에 가까운 속도로 충돌시키고, 생성된 강하게 상호작용하는 물질이 팽창하는 모습을 분석해 출발점의 핵 모양을 추론하는 방식이다.
이는 기존 저에너지 분광학을 대체하기보다는 보완한다. 전체 원자핵의 변형뿐 아니라 더 짧은 거리 규모에서 일어나는 요동이 뜨겁고 빠르게 팽창하는 계의 동역학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살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크기가 작아 모델 선택의 영향이 커지는 계에서 유체역학 설명을 검증할 수 있는 통제된 환경을 제공한다.
이번 결과는 서로 다른 분야로 여겨졌던 두 연구를 연결한다. 하나는 원자핵의 구조이고, 다른 하나는 빅뱅 직후 우주를 채웠던 극한 물질의 성질이다.
다음 단계의 후보로는 헬륨-4처럼 더 가벼운 발사체가 거론될 수 있다. 산소와 네온보다 가벼운 원자핵을 비교하면, 계의 크기·수명·에너지 밀도가 줄어들 때 집단적 흐름과 에너지 손실 신호가 어느 지점에서 약해지거나 사라지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측정은 QGP와 유사한 거동이 나타나기 위해 필요한 최소 조건을 좁히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동시에 핵 구조와 강하게 상호작용하는 물질의 모델을 시험할 수 있는 또 다른 핵 기하도 제공한다.